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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현물이전 점검]시행 열흘 남았는데 아직 혼란…중소형사 ‘곡소리’①금감원 “일부 사업자 제외하더라도 15일 강행”

황원지 기자공개 2024-10-08 08:02:13

[편집자주]

퇴직연금 현물이전 제도 시행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제도가 시행되면 가입했던 상품을 해지하지 않고도 다른 사업자로 쉽게 옮길 수 있어 190조에 달하는 DC 및 IRP 적립금의 머니무브가 예상되고 있다. 사업자 사이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퇴직연금 업계의 준비 상황 및 논란거리를 미리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0월 04일 10: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달 15일 예정된 퇴직연금 현물이전 제도 시행을 앞두고 업계에서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시행을 코앞에 두고도 아직 퇴직연금을 옮기는 시스템이 제대로 구현이 되지 않은 곳들이 많아서다.

특히 시간 부족과 인력 부족 이중고에 시달리는 중소형사들 사이에선 기한을 맞추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퇴직연금 업계에서는 준비가 미비한 상태에서 시행되면 장기적으로 제도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예행 테스트 중인 예탁원…“시스템 완성도 떨어져”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번달 15일부터 퇴직연금 현물이전 제도가 시행된다. 현물이전이란 가입한 상품 그대로 퇴직연금 계좌를 옮길 수 있는 제도다. 이전까지는 퇴직연금 가입자가 계좌를 A증권사에서 B은행으로 옮기려면 보유 상품을 모두 매도해 현금화해야 했다. 제도가 시행되면 현금화 과정 없이 바로 사업자를 이동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제도 시행 2주가 남은 상황에서 아직 이전 시스템 구동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물이전은 한국예탁결제원을 사이에 둔 양방향 소통으로 이뤄진다. 고객이 A증권사에 가지고 있던 퇴직연금 계좌를 B은행으로 옮기겠다는 의사를 전달하면, A증권사는 예탁결제원에 전문을 보낸다. B은행은 예탁원에서 전문을 수신해 해당 계좌를 옮겨오는 과정을 거친다.

현물이전이 수월하게 되려면 예탁원 시스템과 퇴직연금 사업자의 시스템이 합을 맞춰 작동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모든 사업자가 통용되는 표준 언어를 만들고, 내부 IT 시스템을 여기에 맞춰 개발하는 작업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현재 양쪽 시스템 모두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현물이전을 준비하고 있는 한 증권사의 연금본부장은 “예탁원의 전산 시스템과 각 사업자의 시스템 양쪽이 다 문제”라며 “예탁원에서 예행 테스트를 하고 있으나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는 곳이 많아 사업자별로 진도율도 모두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시스템 준비가 오래 걸릴까봐 DC는 DC끼리, IRP는 IRP끼리만 이동이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을 먼저 시행한 건데, 여전히 충돌이 나고 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인력 부족’ 중소형사 이중고…“기한 늘려야” 목소리도

특히 인력이 부족한 중소형사들이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은행이나 대형사들은 정책의 가닥이 잡힌 올해 초부터 시스템 마련을 준비했다. 관련 시스템 개발에 수십억원의 투자를 미리 진행한 곳도 있다고 전해진다. 발빠르게 움직인 대형사들은 이미 내부 정비를 완료하고 상품 라인업을 추가하는 작업에 착수하기도 했다. 하지만 IT와 연금 관련 인력이 모두 부족한 중소형사들은 작업이 더딘 것으로 파악된다.

한 중소 증권사 연금본부 관계자는 “15일로 날짜를 맞추라는 당국 압박에 더해 자금, 인력도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부 준비가 완료된 곳들은 오히려 현물이전을 기회로 보고 있다. 시스템 준비가 끝난 증권사 관계자는 “제대로 준비가 안된 곳들이 많은 상황에서 오류만 안 나도 안정성으로 승부를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업계에서는 15일에 제도를 시행했을 때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으면 현물이전 제도 자체에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또다른 증권사의 연금본부 관계자는 “당국에서는 현물이전 제도의 장점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는데, 막상 계좌이전을 신청했는데 튕겨져 나오는 등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제도 자체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것”이라며 “시장 활성화, 수익률 제고 등 좋은 취지가 퇴색될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당국이 사업자별로 진도율을 점검해 상황에 맞게 시행 시점을 미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앞선 관계자는 “대형사 몇몇만 기능이 작동하면 되는 게 아니라, 현물이전을 하기로 한 45개 사업자가 모두 서로 데이터 이전이 돼야 의미가 있는 것”이라며 “당국에서 진도율을 점검해 필요하다면 시점을 늦추는 게 맞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현물이전으로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되는 증권업계 중심으로 기한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강한 것으로 파악된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공지한 대로 15일에 제도를 시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현재 예탁원을 통해 각 사별 진도율을 공유받고 있다”며 “15일 일정을 맞추지 못하는 사업자가 있다면, 이들을 제외하고 준비가 된 곳들 먼저 오픈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준비가 덜 된 곳들은 되는 대로 추후 합류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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