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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note]파인다이닝의 경제학

변세영 기자공개 2024-11-04 12:36:26

이 기사는 2024년 10월 31일 07: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넷플릭스가 선보인 ‘흑백요리사’를 계기로 파인다이닝에 푹 빠졌다. 신선한 제철 재료로 만든 요리를 접시에 아름답게 플레이팅하는 작업. 도화지 위에 물감으로 환상적인 그림을 그려내는 것과 같은 예술작품이라고 칭하고 싶다.

예술은 비싸다고 했던가. 파인다이닝 가격도 '헉'소리 난다. 흑백요리사에 나온 어느 셰프의 레스토랑은 코스요리로 1인당 25만원에 달한다. 그런데도 자리가 없어서 못 갈 정도다. 흥미로운 건 고급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이 소위 '떼돈'을 벌 것 같지만 생각보다 수익성이 높은 영역은 아니라는 점이다.

우선 매장 인테리어에만 목돈을 들여 매몰비용이 상상 이상이다. 여기에 식당 특성상 총괄셰프를 비롯해 수석셰프, 주방보조 셰프 등 인건비와 값비싼 제철 식재료가 어우러져 손익분기점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설상가상 퀄리티를 유지하기 위해 일일 입장객 수를 극히 한정하다 보니 수익을 내기가 더더욱 어렵다. 인기있는 파인다이닝 레스토랑도 적자를 감수하고 운영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이러한 배경을 고려하면 CJ그룹이 파인다이닝 사업에 진심인 이유에 다소 의아함이 생길 수 있다. 기업의 존재 목적인 ‘이윤추구’와는 다소 결이 다른 행보다. 실제 CJ그룹은 흑백요리사 심사위원인 안성재 셰프와 함께 2017년부터 올해 1월까지 3스타 레스토랑 ‘모수’를 운영하기도 했다. 현재는 한식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소설한남, 주옥 등을 전개하고 있다.

돈 안 되는 파인다이닝 사업을 지속하는 이유는 한국인 요리사를 세계적 셰프로 육성하고 국내 식문화 경쟁력을 끌어올리려는 의도와 연결 지어 생각해볼 수 있다. CJ그룹이 지난해부터 시작한 ‘퀴진케이’ 프로젝트와도 일맥상통한다. 퀴진케이는 셰프들이 직접 팝업 형태로 레스토랑을 운영할 수 있도록 CJ가 공간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프로젝트의 목적은 분명하다. 영셰프들이 역량을 쌓아 한식의 고급화 및 세계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이다. 이 과정에서 CJ는 퀴진케이 영셰프들이 소설한남, 주옥 등 자사가 운영하는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에서 현장실습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있다.

한국의 식문화는 아직 글로벌 시장에서 저평가되어 있다는 평가가 많다. 일례로 일본의 경우 미슐랭 3스타를 받은 식당이 20개가량 있지만 한국은 모수가 잠정 휴업에 들어가면서 현재 단 한 개도 없는 상태다.

국내 셰프들의 능력치가 높아지는 것은 한국의 요리문화, 더 나아가 궁극적으로 CJ제일제당의 세계무대가 넓어지는 것을 뜻한다. K푸드 선봉장인 CJ그룹에게 파인다이닝은 숫자 그 이상의 가치가 아닐지 평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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