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 풍향계]HUG, 7000억 신종자본증권 철회…NH-KB '희비교차'7000억 단독주관, 순위 경쟁 판도 변화…KB증권 DCM 1위 성큼
양정우 기자공개 2024-11-06 07:56:16
[편집자주]
증권사 IB(investment banker)는 기업의 자금조달 파트너로 부채자본시장(DCM)과 주식자본시장(ECM)을 이끌어가고 있다. 더불어 인수합병(M&A)에 이르기까지 기업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워낙 비밀리에 딜들이 진행되기에 그들만의 리그로 치부되기도 한다. 더벨은 전문가 집단인 IB들의 주 관심사와 현안, 그리고 고민 등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해 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4년 11월 04일 16: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도 부채자본시장(DCM) 시장의 패권을 놓고 KB증권과 NH투자증권이 막판 경합을 벌이고 있다. 연말까지 2개월 가량을 앞둔 와중에 판도 변화의 키로 꼽힌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대규모 신종자본증권이 철회로 일단락됐다.HUG의 신종자본증권은 NH증권이 단독 대표 주관을 맡으면서 이목을 끌었다. 1위인 KB증권과의 주관 실적 격차를 단번에 7000억원 가까이 줄일 수 있는 딜이었다. 하지만 뜻밖에도 발행까지 완주하지 못하면서 두 증권사의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KB증권 1위 속 NH증권 막판 추격…HUG 딜 좌초, 사라진 역전의 발판
더벨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이날까지 일반 회사채(SB) 발행 규모는 1위인 KB증권(12조6495억원)과 2위인 NH증권(11조6933억원)의 실적 격차가 약 1조원 수준이다. 여신증권금융사채권(FB)과 자산유동화증권(ABS)까지 더한 DCM 종합 실적의 차이도 3조원 안팎에 불과하다.
KB증권은 연초부터 공격적 영업에 나서면서 빠른 속도로 주관 실적을 쌓아나갔다. 하지만 3분기 들어 NH증권이 저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누적 기준이 아닌 3분기만 놓고 보면 오히려 NH증권의 주관 성적이 1위를 차지했을 정도다. 이런 시점에 HUG의 신종자본증권은 막판 역전을 성공할 수 있는 발판으로 여겨졌다. NH증권이 단독으로 7000억원 규모의 발행을 주관하는 딜이었기 때문이다.
HUG 채권은 특수채로 분류되지만 자본시장법 시행령상 적용 제외 증권에 관련 공사법이 포함되지 않아 법적 특수채로는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공모 발행에 나설 경우 기관 수요예측을 벌여야 하는 셈이다. 같은 이유로 한국해양진흥공사와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 등도 수요예측을 통해 공모 채권을 찍어왔다.
한 증권사 본부장은 "7000억원 정도의 볼륨이라면 여러 증권사를 묶어 주관사단을 확보하지만 HUG는 NH증권에 단독 주관을 맡겼다"며 "KB증권측에서 긴장모드에 들어갔던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HUG가 철회를 선택하면서 KB증권의 1위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KB증권과 NH증권은 국내 DCM의 선두를 놓고 매년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올해 경합이 유독 치열한 건 하우스마다 1위에 올라야 하는 사정이 있기 때문이다. 연임을 노리는 김성현 KB증권 사장으로서는 막강한 IB의 경쟁력을 유지했다는 게 큰 힘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윤병운 NH증권 사장 입장에서도 임기 첫 해 DCM 선두를 꿰찼다는 성과를 거머쥘 수 있다. 두 사장 모두 국내 대표적 IB 전문가로 꼽힌다.
IB업계에서는 연말까지 남은 딜을 감안할 때 NH증권의 HUG 주관까지 반영해도 KB증권이 1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았던 것으로 파악해왔다. 다만 그 격차가 크지 않아 딜마다 갖고 있는 증액 발행 변수에 따라 순위가 뒤바뀔 여지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 HUG가 철회를 결정하면서 NH증권이 막판 추격을 통해 역전할 여지는 크지 않다.
◇첫 채권발행, 사전 채비 철저…금융당국 미승인, 자본 확충 비상
HUG는 일찌감치 채권 발행을 위한 사전 절차를 밟아왔다. 채권 발행 이력이 전무했던 만큼 철저한 준비를 해왔다. 시장성 조달이 가능하도록 정관을 변경했고 그외 자금 조달 루트를 넓히기 위한 여러 조건을 갖추는 데 집중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 때문에 갑작스런 철회 결정을 두고 의아하다는 시선이 적지 않다. IB업계에서는 그 원인으로 금융 당국의 미승인을 꼽고 있다. HUG는 공기업이어서 채권 발행에 앞서 당국과의 협의가 필수다. 하지만 당국이 우려를 표하면서 발행이 무산된 것으로 파악된다. AAA급 공사채가 시중 유동자금을 모두 흡수할 경우 채권시장이 경색될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올 수 있다.
HUG의 자본 확충 데드라인으로 언급되는 시점은 내년 3월이다. 재무제표가 확정되는 시점까지 대응에 나서야 한다. 만일 실패할 경우 아파트 분양과 전세 대출, 재개발·재건축 등 모든 주택 분야의 보증이 중단될 수도 있다. 신종자본증권 이외에 거론되는 방안으로는 증자와 보증 한도 확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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