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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PEX 톺아보기]LG이노텍, 애플 공급망 재편 본격화에 '긴축 재정' 돌입카메라 모듈·반도체 기판 투자 축소, 전장 육성은 계속

김도현 기자공개 2024-11-19 11:03:24

이 기사는 2024년 11월 14일 14:50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애플이 공급망 다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주요 부품을 공급하는 협력사 분산이 골자다. 삼성디스플레이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LG디스플레이와 손잡은 것이 대표적이다.

카메라 모듈 최대 납품사인 LG이노텍도 비슷한 상황에 놓였다. 여전히 LG이노텍 납품 비중이 압도적이지만 중국 경쟁사가 침투하는 추세다. 전방산업 분위기도 좋은 편은 아니다. 이에 따라 LG이노텍은 투자 규모를 줄이는 한편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14일 LG이노텍에 따르면 올 1~3분기 자본적 지출(CAPEX)은 5358억원이다. 부문별로 △광학솔루션 3489억원 △기판소재 1039억원 △전장부품 831억원 등으로 나타났다. 아직 4분기가 남았으나 지난해 연간 CAPEX(1조7897억원)와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가장 격차가 나는 부문에 광학솔루션이다. 작년 한 해 1조3990억원을 썼다면 올해는 이보다 4배 이상 적은 금액을 집행할 계획이다. 올 2월 LG이노텍은 광학솔루션 사업에 3830억원을 쓰기로 결정했다. 연말까지 나머지 300여억원이 사용될 예정이다.


2020년대 들어 LG이노텍은 광학솔루션에 연이어 조단위 투자를 단행해왔다. 이러한 대규모 자금 투입이 이뤄진 배경에는 애플이 있다. 중국, 일본 등 카메라 모듈 업체가 여러 이유로 물량이 줄면서 LG이노텍 몫이 불어났고 이를 대응하기 위한 움직임이 있던 것이다.

비교 대상으로 꼽히는 삼성전기 실적을 넘어서고 주가가 대폭 오를 정도로 사세가 커졌다. 다만 애플 성과에 따라 실적이 요동쳤고 특정 고객 의존도가 높다는 게 문제로 여겨졌다.

더불어 모바일 시장 정체기가 길어졌고 애플이 공급망 재편에 나서면서 LG이노텍 매출과 영업이익도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LG이노텍은 올 3분기 매출 5조6851억원, 영업이익 1304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3분기(매출 4조7636억원, 영업이익 1834억원) 대비해서 개선된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2023년의 경우 부품 조달 이슈로 예년보다 신작 출시가 늦어졌다. 그러면서 관련 효과가 3분기보다는 4분기에 집중됐다.

실제로 작년 4분기 LG이노텍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7조5586억원, 4837억원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올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다는 건 그만큼 수익성이 떨어졌다는 의미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아이폰15 시리즈까지는 사실상 LG이노텍의 독점 구도가 형성됐다면 아이폰16 시리즈부터는 중국 코웰전자 등이 비집고 들어오면서 물량 일부를 내주게 됐다"면서 "앞으로도 애플이 원가경쟁력 향상 차원에서 '멀티 벤더' 기조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같은 흐름 속에서 애플의 부품단가 인하 압박이 거세지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를 명분으로 경쟁을 부추기는 셈이다. LG이노텍도 "광학 사업 경쟁 심화로 영업이익이 줄었다"고 언급했다.

광학솔루션 침체를 상쇄해야 할 기판소재도 상황이 낙관적이지 않다. 반도체 업황이 살아났다지만 인공지능(AI)에 집중돼 있다. LG이노텍이 주요 고객군은 모바일, PC 등이다.

차세대 제품으로 첨단 반도체에 활용되는 '플립칩(FC)-볼그리드어레이(BGA)'를 낙점했으나 서버, AI용으로 확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따라서 당장의 수혜는 크지 않을 전망이다. 전반적인 로드맵 실행도 지연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LG이노텍의 투자 속도에도 이러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지난해 기판소재 사업에 2911억원을 쏟았다면 3분기까지 3분의 1 수준만 쓴 것이다. 4분기를 포함하더라도 작년보다 크게 줄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LG이노텍 사업장

◇재고자산 늘고, 현금 줄고…전장 드라이브 가속화

실적이 예년 대비 부진하면서 올 3분기 말 LG이노텍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8210억원으로 작년 말(1조3896억원)과 비교해 축소됐다.

반면 같은 기간 재고자산은 1조5720억원에서 2조4749억원으로 불었다. 상대적으로 판매가 덜 이뤄지면서 LG이노텍이 보유 중인 부품 재고가 늘었다는 뜻이다.

이를 타개하고자 LG이노텍은 전장부품에 힘을 싣고 있다. 전기차 일시적 수요 정체(캐즘) 현상이라는 악재가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성장성이 분명한 만큼 선제적 투자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전장부품 사업에 741억원을 투입한 LG이노텍은 이미 작년치를 넘어섰다. 올 4분기를 지나면 연간 CAPEX가 10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멕시코 법인 투자 등에 활용 중이다.

앞서 LG이노텍은 멕시코 생산기지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LG이노텍 관계자는 "멕시코를 차량 카메라 모듈 생산허브로 삼은 것은 완성차업체가 포진한 북미 지역과 지리적 근접성을 활용해 고객 대응력을 한층 강화하기 위함"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지에서 테슬라, GM 등 완성차업체와 밀접한 관계를 이어가겠다는 포석이다. 취임한 지 약 1년이 흐른 문혁수 LG이노텍 대표는 오는 2030년까지 차랑 센싱 솔루션 사업을 연매출 2조원 규모로 육성하겠다는 심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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