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12월 02일 07시5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업의 생존과 성장의 길에는 정체성 확립이 선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정체성을 제대로 갖출 때 바람직한 기업 문화가 조성되기 때문이다. 정체성은 남들과 다름을 나타내는 차별성과도 연결되며 존재의 당위성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사용된다.하지만 수십 년간 이어온 그룹 색채와 조직 문화에 발목이 잡히는 경우도 존재한다. 대기업의 그늘 밑에 숨겨진 투자 계열사들이 대표적이다. 주력 사업 외의 신사업 발굴을 위한 지분 투자와 스타트업 발굴 과정에서 향후 적대적 인수합병(M&A)과 기술 탈취를 우려하는 곳이 많아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실제 인공지능(AI) 사업으로 발을 넓히고 있는 SK그룹의 계열사 SK네트웍스는 투자 자회사 이름에서 'SK'를 지우고 있다. 2020년 유망 스타트업이 다수 분포한 미국 실리콘밸리에 설립한 투자법인 하이코캐피탈이 대표적이다. 하이코캐피탈은 AI와 블록체인, 데이터센터 등 유망한 스타트업 지분을 취득하고 펀드에 투자한다.
SK네트웍스는 내년 AI 제품 출시를 앞두고 또 한 번의 정체성 변화를 꾀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해외 투자 자회사인 하이코캐피탈의 사명을 바꿔 미국에서 독립적인 투자법인 이미지를 강조한다는 목표다. 아울러 미국에 설립한 AI 전문 조직의 이름도 '피닉스랩'으로 낙점해 SK그룹의 배경을 가렸다.
이같은 기조는 대기업 지주회사 산하의 기업 주도형 벤처캐피탈(CVC)까지 번지고 있다. 통상 정체성을 강화하기 위해 사명 뒤에 '인베스트먼트'를 붙였지만 최근 그룹 명을 제외하는 방향성도 검토 중이다. CVC 설립을 검토하는 기업들은 매 회의에서 우수 사례로 네이버의 CVC 'D2SF(D2 Startup Factory)'를 거론한다는 후문이다. 2015년 출범부터 사명에 '네이버'를 지우고 독립적인 이미지 구축에 성공한 영향이다.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초가속의 시대라는 단어도 새롭게 나타났다. 신문명 주기가 단축되며 제 4차산업 혁명은 조만간 막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신문명은 신기술을 중심으로 가치관과 생활, 경영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뀌는 것을 말한다. 모든 고정관념과 사회 인식이 뒤바뀔 수 있다는 의미다.
국내 대기업들도 자신의 색채가 아닌 새로운 색채를 찾아야 할 때다. 다음 신문명으로 거론되는 AI와 로봇 산업에서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성공하기 위해선 그룹 내부에 머문 시야를 넓혀야 한다. 새로운 사명과 출발선상에 오를 대기업들이 써낼 또 다른 반전 스토리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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