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12월 04일 06시4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스닥벤처펀드는 2018년 4월 도입됐다. 코스닥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다. 투자 대상은 벤처기업 혹은 벤처기업 해제 후 7년이 지나지 않은 코스닥 중소·중견 기업이다.초기 참여했던 운용사는 54개, 이들이 선보인 상품은 총 64개였다. 운용사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정부는 몇가지 혜택을 주기도 했다. 가이드라인에 제시된 편입 비율을 충족할 경우 공모주 우선배정과 소득공제 혜택 등이 제공됐다.
운용사들 입장에서보면 이 같은 혜택은 꽤 달달한 과실이었다.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의 공모주를 배정받아 알파 수익을 노릴 수 있다는 측면에서 특히 부각됐다. 제도 도입 이후 입소문을 타면서 코스닥벤처펀드를 출시하는 운용사들이 늘기 시작했다. 자연스레 중소·벤처, 혁신기업으로 자금이 유입됐고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
하지만 최근 코스닥벤처펀드의 운용 행태를 보면 도입 당시의 취지와는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 최초 펀드를 론칭하면서 공모주 우선배정 혜택을 노리고 전략을 짜는 운용사가 대부분이다. 망하지 않을 것 같은 기업에 투자해 요건을 우선 충족하고 공모주를 통해 알파 수익을 추구하는 식이다.
이 같은 전략을 가져가는 운용사가 늘어나기 시작한 시점은 지난해 6월부터다. 한국거래소가 신규상장 종목의 상장당일 가격 제한폭을 확대시행하면서다. 기존엔 기준가 대비 상승·하락비율이 30%로 정해져 있었다. 개정 이후엔 최대 400%까지 확대됐다. 공모주는 별도로 매각 제한이 없는 터라 피킹만 잘한다면 운용사 입장에선 단기간에 몇 배의 수익을 낼 수 있는 판이 깔렸다고 보면 된다.
가격제한폭이 사실상 사라지면서 운용사들은 '따상'을노리고 투자 전략을 구축했고 자연스레 공모주 혜택이 있는 코스닥벤처펀드로 눈길을 돌렸다. 운용사들이 대거 코스닥벤처펀드를 설정하기 시작하면서 시장에 관련 드라이파우더가 쌓이기 시작했다. 메자닌 발행 물량보다 투자금액이 훨씬 많은 시장 불균형이 생겼다.
그 여파로 메자닌 시장은 발행사가 협상권을 가져갔다. 투자자들은 투자비율만 채우면 됐기 때문에 소진에 집중했고 발행사와 발행주관을 맡은 증권사들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구조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다. 할증 발행은 물론 발행수수료도 투자자들이 지급해야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시장의 건전성을 훼손하는 상황으로 이어진 셈이다.
지난해엔 크게 문제로 부각되지는 않았다. 공모 시장이 호황기였던 터라 운용사들의 기대대로 괜찮은 수익률을 거둬들여왔다. 하지만 올해 들어 공모 시장이 위축됐고 공모주로 알파 수익을 추구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그제서야 시장의 불균형 구조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시장의 건정성을 회복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 정비가 필요해 보인다. 공모주 시장이 회복되면 결국 이 같은 문제가 반복될 게 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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