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반도체 넥스트 50년]'홀로 유임' 박용인, 시스템LSI 해결 과제 '산적'엑시노스·이미지센서 등 경쟁력 향상, 외부 파운드리 동맹 '유리한 협상' 관건
김도현 기자공개 2024-12-16 08:00:38
[편집자주]
1974년 12월6일 시작된 삼성 반도체사업이 50주년을 맞았다. 고 이병철 창업회장과 고 이건희 선대회장을 거쳐 이재용 회장에 이르기까지 삼성을 넘어 한국 수출의 핵심으로 거듭났다. 하지만 현주소는 밝지 못하다. 장기간 왕좌를 지켜온 메모리는 주춤하고 신성장동력으로 점찍은 시스템반도체는 성장이 더디다. 반등의 계기가 필요한 삼성은 대대적인 인사로 변화를 줬다. 주요 인물 중심으로 삼성 반도체 사업의 다음 50년을 가늠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2월 06일 16: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 반도체 위기의 진원지는 메모리로 여겨지나 시스템반도체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등을 설계하는 시스템LSI사업부가 대표적이다. 주요 제품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기존 공급망까지 무너지면서다.이같은 흐름과 달리 시스템LSI사업부는 3개 부서 중 유일하게 수장이 자리를 지켰다. 메모리사업부장과 파운드리사업부장이 각각 전영현 부회장, 한진만 사장으로 교체된 것과 상반된다. 유임의 기쁨보다는 어깨가 무거워진 박용인 사장이다.
◇기로에 선 사업부, 선택과 집중 전략 무게
이번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의 인사 키워드는 '메모리 부활'이다. DS부문장인 전 부회장을 메모리사업부장으로 겸직하게 한 파격적인 결정이 이를 보여준다. 전 부회장 역시 올 5월 부임 이래 메모리 경쟁력을 높이는데 가장 많은 공을 들여왔다.
이에 따라 시스템LSI사업부는 이전보다는 힘이 빠질 가능성이 커졌다. 인적 및 물적 자원이 메모리사업부에 쏠릴 예정이기 때문이다. 결국 박 사장은 전 제품군을 챙기기보다는 우선순위를 두고 순차적으로 꼬인 실타래를 풀어나가야 할 전망이다.
실제로 시스템LSI사업부는 일부 조직을 없애는 등 슬림화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이 과정에서 AP '엑시노스' 시리즈 성패에 관심이 쏠린다. 해당 사업부의 주력이자 아픈 손가락이다.
삼성전자의 모바일 AP는 자체 스마트폰 브랜드 '갤럭시'를 앞세워 퀄컴, 애플 등과 견줄 정도로 몸집이 커진 바 있다. 하지만 2020년대 들어 외주 AP 활용 빈도가 높아지면서 미디어텍에 이어 유니SOC에까지 밀리며 점유율 순위에서 5위로 추락하기도 했다.
단순 점유율 문제가 아니었다. '갤럭시S23'에서 아예 배제되면서 위기감이 고조됐고 '갤럭시S25'에서 재차 제외되면서 극에 달했다. 존폐 여부까지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
시스템LSI사업부는 AMD를 비롯한 외부와의 협력을 강화하면서 반등을 모색하고 있다. 박 사장은 수차례 다각도 협업을 준비 중임을 시사한 바 있다. 더불어 모바일 외 오토모티브, 통신 등으로 응용처를 넓혀 실적 안정성을 높일 계획이다. 어느 정도 성과를 내고 있으나 확산 속도가 더딘 편이다.
예년 대비 승진자가 부족한 가운데 시스템온칩(SoC) 지적재산(IP) 설계 전문가로 꼽히는 김우일 상무가 승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모바일, 오토, AI SoC 시스템 IP 최적화를 통해 성능 향상 및 안정성 확보를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스마트폰, 자동차 등 AI가 본격 접목되는 과정에서 전용 AP를 개발하는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외에 이미지센서, 전력관리칩(PMIC), 통신칩 등도 시스템LSI사업부의 먹거리다. 반도체 불황과 전기차 일시적 수요 정체(캐즘) 등이 겹치면서 기대보다 주춤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확장될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고객맞춤형(커스텀)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는 것이 급선무다.
동시에 수익성이 저하된 품목 또는 라인업은 정리하면서 비용 효율화를 추진해야 한다. 이를 위한 인력 재배치, 조직 재구성 등이 병행될 것으로 보인다.
◇멀티 파운드리 추진, '메이드 인 타이완' 엑시노스 나오나
최근 시스템LSI사업부는 외부 파운드리 협력사와의 동맹을 타진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전부터 논의가 진행됐고 상당 부분 진전이 이뤄졌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특히 '엑시노스2500'이 내년 초 플래그십 모델에서 빠지면서 시스템LSI사업부의 의지가 더욱 강해졌다는 후문이다.
이미 이미지센서 등 일부 제품은 UMC 등을 통해 양산한 전적이 있다. AP는 사실상 파운드리사업부가 전담해왔는데 해당 협상이 결실을 맺는다면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현시점에서 첨단 공정을 소화할 수 있는 곳은 TSMC와 삼성전자뿐이다. 결국 대안은 TSMC 밖에 없는 셈이다. 다만 시스템LSI사업부가 원한다고 해서 무조건 실현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안팎의 정치적인 이슈는 물론 TSMC가 좋은 조건으로 받아줄 지도 의문이다. TSMC는 애플, 퀄컴 등 물량 소화하기에도 빠듯하다.
삼성전자 출신 반도체 기업 대표는 "시스템LSI사업부가 TSMC와 계약을 체결하더라도 단번에 엑시노스가 파운드리사업부의 손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며 "멀티 파운드리를 두는 게 가격 측면이나 공급 안정 측면 모두에 유리하다. 시스템LSI사업부도 여러 전략을 검토하면서 최고의 선택을 하고자 할 텐데, 어쨌든 파운드리사업부만 바라보지 않는 건 기정사실"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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