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파이넥스 혁신과 논란]공법은 견고하나...포스코 관리 체계·위상 균열 생기나②내부에선 성급한 재가동 불만…불황 속 경영 전략과 조직 내 협력 미흡 평가
이호준 기자공개 2024-12-06 07:44:34
[편집자주]
파이넥스(FINEX)는 포스코가 자체 개발한 공법이다. 자연 상태의 철광석과 석탄을 사용해 쇳물을 생산한다. 10일 발생한 화재로 가동이 멈췄고 재가동 이후에도 불과 몇 주만에 또다시 화재가 발생했다. 공법에 대한 지적과 정비 집중력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분명한 건 이번 화재가 포스코의 관리 체계에 '균열'이 생긴 사례라는 점이다. 더벨은 잇단 화재 사고가 포스코에 미친 영향과 그 의미를 다각도로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12월 03일 08: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포항제철소 3파이넥스 공장에서 연쇄적으로 발생한 화재 사고와 관련해 포스코 안팎에서 논란이 제기되는 핵심 사유 중 하나로 '전례'를 꼽을 수 있다. 과거 1·2파이넥스 공장도 각각 2013년과 2009·2019년에 화재로 공장 가동이 중단되고 현장 직원들이 부상을 입은 일이 있었다.공법을 둘러싼 잡음도 과거부터 이어져 왔다. 실제 1·2파이넥스 공장 가동 이후 포스코 내부에서는 파이넥스 공장이 생산하는 용선(쇳물)의 품질 문제, 특히 실리콘 비율의 편차를 맞추지 못해 한동안 균질성에 의문이 제기된 바 있다. 외부에서는 충분한 검토 없이 성급히 생산 능력을 확장했다는 우려가 기업설명회(IR) 등을 통해 거론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포스코 안팎에서는 파이넥스 공법의 한계를 지적도 나온다. 다만 공법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게 중론이다. 통상 고로는 15년 이상 수명을 유지하기 어렵다. 그러나 1파이넥스 공장(2003년 준공)과 이후 2파이넥스(2007년)·3파이넥스(2014년) 공장까지 이어진 20여년간의 조업 기록은 파이넥스 공법의 신뢰성을 입증하기에 충분한 시간으로 확인된다.
포스코 관계자는 "금융 지원 문제로 실제 수출 계약이 이루어진 적은 없지만 2000년대 중반 중국과 이란, 인도, 미국 등과의 파이넥스 공법 수출 논의가 성사 직전까지 진행됐다"며 "공법 자체는 수년 간 안정적으로 운영돼 왔고 외부에서도 이를 신뢰하는 시각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라고 전했다.
이로 인해 화재의 의미를 제대로 점검하기 위해선 불이 난 원인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평가다. 앞서 경찰 등은 지난달 10일 1차 화재 당시 3파이넥스 공장 용융로(철광석을 액체로 녹이는 설비) 하부의 풍구 손상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고로가 풍구에 열풍을 불어넣어 쇳물을 만든다면 파이넥스 공장은 산소를 투입해 쇳물을 만든다.
이때 산소는 풍구에 약 220m³/s의 빠른 속도로 주입돼 내부 반응을 촉진한다. 그만큼 고난도의 설비와 기술이지만 앞서 언급했듯 수십 년 동안 현장에서 사용됐다. 바꿔 말하면 풍구에 대한 관리 부실 혹은 역화(불이 반대로 역류하는 현상)를 만드는 딱딱한 용융물 등을 제대로 잡아내지 못한 정비 문제가 화재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분위기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이 지난달 26일 그룹 전체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집중력이 떨어져 이같은 사고가 발생한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지적한 것도 이러한 관리와 정비 문제를 화재 원인으로 본 것으로 풀이된다. 장 회장은 현재 '설비강건화 태스크포스팀(TFT)’을 발족해 현장 점검을 지시하기도 했다.
다만 논란이 되는 건 지난달 24일 발생한 2차 화재다. 현재 경찰 등은 이 불이 용융로 외부 손상에 의해 발생한 화재라고 보고 있다. 이 역시 풍구를 중심으로 문제 가능성이 제기될 공산이 크다. 포스코 내부에서는 1차 화재로 인한 여파를 수습하지 못한 채 무리하게 시험가동과 재가동을 추진하다가 난 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다른 포스코 관계자는 "현장에서는 두 번째 화재의 경우 재가동을 준비하는 복구 작업에 문제가 있었다고 본다"며 "복구일을 맞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경영적 차원에서 가동일이나 운영 일정에 대한 압박은 제도적으로 고쳐야 되는 문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동안 화재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포스코의 견고했던 위상과 내부 관리 체계에 균열이 생겼다는 지적만큼은 피하기 어려운 우려라는 관측이 나온다. 포항제철소는 지난 1968년 설립돼 1973년 첫 쇳물을 생산했다. 전직원들의 단합과 헌신으로 국민 기업의 기반을 다져왔다.
다만 파이넥스 공장 외에도 지난해 12월 2고로 주변 화재로 정전이 발생해 다수 공장의 가동이 멈췄고 올해 8월에는 4고로 출선구 설비 문제로 조업 차질이 빚어졌다. 종종 사망사고까지 발생하는 상황에 이백희 보건·안전·환경(HSE) 본부장, 천시열 포항제철소장 등 현장 책임자가 여럿 뒀지만 관리 부실이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특히 올해는 철강 산업의 불황이 깊어지는 가운데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이 '철강 본원 경쟁력 강화'까지 제1 경영 목표로 제시했다. 하지만 최근 위기 상황에서 경영 전략과 설비의 안정성, 조직 내 협력 등의 균형이 이례적으로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포스코는 1968년 창사이래 첫 파업 위기에도 직면한 상태다. 올해 노사 간 임금협상이 결렬되고 중앙노동위원회의 두 차례 조정마저 실패하면서 제1노조인 한국노총 금속노련 포스코노동조합이 포항과 광양에서 파업 출정식을 진행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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