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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사 부동산 거래 막전막후]'오프쇼어링' 캐스텍코리아, '사상공장' 활용 새 국면①매각 불발로 현금 확보 난항, 정관 '부동산 개발업' 신설…소액주주 갈등 해법 모색

신상윤 기자공개 2024-12-11 07:49:51

[편집자주]

부동산은 기업의 대표적인 유형 자산이다. 부동산에 투자해 사업에 필요한 기반을 마련하거나 가외 이익을 만들 수 있다. 반대로 매각을 통해 유동성의 원천으로도 활용하기도 한다. 상장사는 일정 거래액 이상의 부동산 거래를 공시해야 한다. 주주들이 기업의 펀더멘털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경영 활동이기 때문이다. 더벨은 부동산 양수도 공시를 통해 엿볼 수 있는 상장사의 경영 활동 의미를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2월 10일 07: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자동차 터보차저 부품 전문기업 '캐스텍코리아'는 코로나 팬데믹을 전후해 다양한 경영 환경에 직면했다. 생산 비용을 절감하고 중국시장의 가격 경쟁 우위를 점하기 위해 베트남에 진출했지만 코로나 팬데믹 탓에 손실이 누적됐다. 자동차 공급망 교란으로 수익화가 늦어졌기 때문이다. 전기차 등 미래차 시장이 개화하면서 내연기관 부품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도 필요했다.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국내 생산기지였던 부동산 자산 유동화와 외부 투자자 유치를 추진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로 불발된 자산 매각은 예정된 궤도 이탈의 시발점이 됐다. 이 과정에 악화된 재무구조를 문제 삼은 소액주주와 경영권 분쟁도 불거졌다. 첫 고비는 넘겼지만 자산 가치가 큰 부동산 활용과 외부 투자자 유치는 캐스텍코리아가 추진할 '혁신적 변화의 출발점'이다.

◇정관 내 '부동산 개발업' 신설, 매각 예정 자산 활용 '새 국면'

10일 캐스텍코리아 등에 따르면 지난달 14일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선 '부동산 개발업'을 정관 내 사업목적에 신설하는 안건이 원안대로 가결됐다. 자동차 터보차저 부품인 터빈하우징과 센터하우징 등을 생산하는 캐스텍코리아가 부동산 개발업을 사업목적에 담은 배경은 다음과 같다.

1999년 LG전자 주물사업부가 분사해 출발한 캐스텍코리아는 최종 고객사인 국내외 완성차 기업에 자동차 터보차저 부품을 공급하며 성장했다. 종업원 지주회사로 출발한 캐스텍코리아는 2014년 5월 코스닥시장에 기업공개(IPO)를 성공하며 상장기업 반열에도 올랐다.

국내에서 기반을 닦은 캐스텍코리아는 노동 집약 산업 특성을 극복하기 위해 해외로 생산기지를 옮기는 '오프쇼어링(Offshoring)'에 나섰다. 중국과 베트남에 생산기지가 구축됐고 국내 세 곳에 흩어진 공장은 점진적으로 규모가 축소됐다. 캐스텍코리아가 유형 자산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국내 부동산 유동화에 나선 배경이다.

LG전자 분사 당시 캐스텍코리아 최대주주에 오르며 경영권을 쥔 윤상원 회장은 부동산 유동화와 더불어 외부 투자자 유치도 고려했다. 미래차 부품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전환하기 위해선 대규모 투자 및 관련 기술력이 뒷받침돼야 하는 만큼 능력과 경험을 갖춘 재무적투자자(SI) 합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뿐만 아니라 윤 회장은 2018년과 2021년 두 차례에 걸쳐 경영권 매각을 추진하기도 했다. 두 차례 모두 원매자 측의 계약불이행으로 무산되면서 윤 회장의 선택지는 국내 부동산 매각과 기존 내연기관 중심 포트폴리오 전환으로 쏠릴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 팬데믹도 국내 부동산 유동화에 불을 붙였다. 완성차 기업들이 생산 차질을 빚자 캐스텍코리아 같은 자동차 부품사들도 타격을 받았다. 해외 공장이 어느 정도 유지됐지만 국내 생산이 줄면서 구조조정을 단행해 일회성 비용도 발생했다. 캐스텍코리아가 펀더멘털의 근간인 국내 부동산 매각을 추진할 수밖에 없는 또다른 이유다.

▲캐스텍코리아 부산 사상공장 위치. /출처:네이버지도

캐스텍코리아는 2022년 2월 부산 사상공장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LG전자 분사 당시 인수한 자산으로 수십년간 캐스텍코리아 본점으로도 활용됐다. 계약 당시만 하더라도 부동산 시장 활황으로 623억원에 계약서를 썼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매수인이 잔금을 최종 미지급하면서 자산 유동화 계획은 무위에 그쳤다.

계약이 무산된 사상공장은 재무제표상 여전히 매각 예정 자산으로 분류돼 있다. 캐스텍코리아는 새로운 원매자 발굴과 동시에 최근 사업목적에 부동산 개발업을 추가한 만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직접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다.


사상공장이 부산 도시철도 '사상~하단선' 학장역(예정)과 인접한 만큼 개발 차익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캐스텍코리아 측 설명이다. 실제로 사상공장 원매수인은 지식산업센터 개발 등을 계획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다만 부동산 경기가 급격히 꺾이면서 잔금을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부산 사상공장 매각 불발, 재무구조 개선 지연…소액주주 '경영권 갈등' 점화

사상공장 매각 불발은 캐스텍코리아로선 아쉬움이 많은 지점이다. 매각을 완료해 유동성을 확보했다면 차입금을 상환하고 재무구조를 개선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사상공장 매각 불발이 재무구조에만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란 점이다.

캐스텍코리아가 사상공장 매각이 불발된 지 약 일주일 뒤 이학철 유진오토텍 대표가 5% 지분 공시를 통해 주식 보유 목적을 '경영 참여'로 명시했다. 윤 회장이 캐스텍코리아 경영권을 두고 이 대표 등 소액주주와 분쟁을 하게 된 서막이다.

이 대표는 최근까지 소액주주들을 규합하며 세를 불렸다. 지난달 열린 임시 주주총회는 캐스텍코리아의 사업목적 추가 안건도 있었지만 윤 회장과 소액주주가 이사회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이사 선임을 두고 맞붙은 자리이기도 했다.

권리 주주 기준일인 지난 10월 16일까지 이 대표와 소액주주는 30%대 의결권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윤 회장 등 캐스텍코리아 오너일가가 올해 3분기 말까지 17% 지분율을 거느렸던 것과 비교하면 소액주주의 우위가 예견됐다. 하지만 윤 회장 등이 우호 지분을 확보하면서 이날 임시 주주총회는 소액주주 추천 이사 및 감사가 선임되지 못한 채 일단락됐다.

윤 회장 등 캐스텍코리아 기존 경영진은 한숨을 돌렸지만 여유가 많진 않다. 소액주주와 경영권 갈등이 당분간 지속될 예정인 가운데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과 재무구조 개선 등은 여전히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올해 8월 국내 세 곳의 생산기지 중 한 곳인 부산 미음공장을 매각해 130억원을 확보했다. 차입금 상환 등에 활용했지만 여전히 재무구조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캐스텍코리아 관계자는 "2020년부터 적자가 지속돼 최근 몇 년간 국내 생산을 축소하고 구조조정을 통해 자구 노력을 이어왔다"면서 "재무구조 개선의 핵심이었던 부산 사상공장 매각이 무산돼 차입금을 줄이지 못한 가운데 대규모 신규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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