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콘텐츠산업, 한계 넘는 기업들]라이브러리컴퍼니, '데이터로 승부'…투자자 러브콜 비결②철저한 시장분석으로 MZ세대 공략, 전략기획실 중심 수치 기반 운영

이지혜 기자공개 2024-12-16 11:37:44

[편집자주]

한국의 콘텐츠 산업이 성장의 한계에 직면했다. K-팝과 K-드라마가 전 세계적으로 성공하면서 성장세가 이어질 줄 알았지만 착각이었다. △시장의 포화 △경쟁 심화 △소비자 트렌드 변화 등으로 인해 과거같은 폭발적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하지만 진정한 강자는 위기 속에 드러나는 법. 한계를 뛰어넘고자 도전하는 기업을 조명하고 이들의 혁신적 비즈니스 모델을 심층 분석했다.

이 기사는 2024년 12월 10일 08: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세상의 모든 콘텐츠를 담겠다." 라이브러리컴퍼니(Library company) 사명의 뜻이다. 이름처럼 라이브러리컴퍼니는 한 가지 사업에 안주하지 않았다. 2017년 설립 이래 클래식 공연시장의 강자로 성장했지만 연극과 뮤지컬 등 공연산업 전반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최근에는 드라마와 영화, 애니메이션으로도 영역을 넓히고 있다.

라이브러리컴퍼니의 특징은 콘텐츠 기업이면서도 '감'이 아닌 데이터에 기반한 경영방식을 고수한다는 점이다. 체계적 시스템으로 콘텐츠의 산업화를 추구하는 전략은 자본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벤처캐피탈은 물론 자산운용사 등 주요 투자사가 라이브러리컴퍼니에 투자한 결과 라이브러리컴퍼니는 지난해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이상 외형성장세를 달성했다.

특히 클래식 음악시장에서 성과가 두드러진다. 철저하게 데이터를 분석해 콘텐츠를 기획하고 마케팅 전략을 짠 결과 MZ세대를 새로운 관객층으로 유입시키는 데 성공했다. 영화음악 콘서트 시리즈를 국내 최초로 선보이는 등 혁신적 시도로 시장의 판도를 바꾼 사업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주요 VC도 주목’, 자본시장 신뢰 비결은 투명경영·데이터 경영

9일 라이브러리컴퍼니에 따르면 자산운용사와 벤처캐피탈기업(VC) 운용 펀드, 투자조합 등이 주요 주주로 이름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전체 지분에서 채진아 설립자 겸 대표이사 지분 60.66%와 개인 주주 3인의 지분 1.62%를 제외하면 약 40% 가까운 지분이 남는데 이 물량이 외부 투자자의 몫으로 돌아갔다.

엠에스-케이에이아이 제1호 컨텐츠투자조합이 라이브러리컴퍼니 주요 주주 상단에 이름을 올렸다. 엠에스-케이에이아이 제1호 컨텐츠투자조합이 보유한 지분은 11.26%다.

메인스트리트벤처스도 주요 투자자로 꼽힌다. 메인스트리트벤처스는 올 들어 벤처캐피탈 라이선스를 취득한 엑셀러레이터인데 △디투유 제8호 투자조합 △메인스트리트 씨투유 제1호 투자조합 △엠에스 티원 라이프스타일 펀드 등 다양한 펀드를 통해 라이브러리컴퍼니에 투자했다. 이밖에 슬기자산운용, 더핑크퐁컴퍼니의 VC기업인 스마트스터디벤처스, KC벤처스도 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콘텐츠기업이 자본시장에서 투자를 유치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작품 별로 흥행 불확실성이 워낙 커서다. 또 회계 등 수익구조가 불투명하다보니 자본시장 관계자들도 콘텐츠기업, 특히 공연제작을 주력으로 삼는 기업에 선뜻 투자하려 하지 않았다.

자본시장의 한 관계자는 “콘텐츠기업은 증권사 등 기관 투자자가 기피하는 업종”이라며 “회계가 워낙 불투명한 데다 제작구조가 체계적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라이브러리컴퍼니는 이런 관행을 깨고자 안간힘을 썼다. 라이브러리컴퍼니 관계자는 “공동 창업자가 마케팅 대행사와 콘텐츠기업을 25년 이상 운영하면서 쌓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클래식 음악 시장에 혁신적 시스템을 구축했다”며 “철저하게 데이터를 분석해 콘텐츠를 기획했으며 소비자의 수요와 취향을 반영해 최적의 마케팅 전략을 선보였다”고 말했다.

◇작품성은 사람이, 생명력은 시스템이…데이터 중심 경영 전략

자본시장의 투자자를 설득할 수 있었던 데는 창업자의 경영철학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김명은 공동 대표에게 경영철학을 묻자 그는 "백 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을, 산업혁명이 일어나도 바뀌지 않을 라이브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라고 답했다. 생명력이 길고 예술성 좋은 작품을 만들겠다는 포부냐고 물었더니 그는 고개를 저었다.

김 대표는 시스템을 강조했다. 김 대표는 작품은 사람이 만들지만 작품을 보존하고 후대에 전달하는 건 체계적 시스템이라고 했다. 결국 작품의 생명력을 담보하는 건 시스템의 안정성과 기업의 지속가능성이라는 의미다. 이를 위해 회계의 투명성을 제고하는 한편 관객의 수요와 반응을 철저히 분석, 데이터로 남겨 시스템에 반영하는 작업에 무엇보다 공을 들인다고 말했다.


이런 작업을 주도하는 조직이 전략기획실이다. 라이브러리컴퍼니 관계자는 “전략기획실에서 공연 관련 데이터와 평가를 담당하고 있다”며 “단순히 공연의 손익분기점과 예산목표, 판매예측 등만 파악하는 게 아니라 회사 전반의 기업문화를 정량적 수치, 데이터를 중심으로 바꾸는 역할을 수행한다”고 말했다.

데이터 중심의 평가체계, 수치 중심의 기업문화를 조성하는 데에는 채진아 설립자 겸 공동 대표가 앞장서고 있다. 채 공동 대표는 이베이코리아, 롯데, MLB 등 국내외 글로벌 대기업의 디지털 마케팅 대행사를 15년간 운영한 디지털 마케팅 전문가다.

김 공동 대표가 국내외에서 영화와 드라마, 공연, 출판, 웹툰 등 콘텐츠 사업을 벌이며 아시아에서 콘텐츠IP(지식재산권) 밸류체인을 구축한 콘텐츠 제작 전문가인 것과 대비된다.

서로 다른 경력과 전문성을 지닌 두 대표는 2017년 조성진 피아니스트로 촉발된 클래식 시장의 변화에 주목했다. 이전까지 클래식 시장은 공연은 많이 열렸어도 돈을 내고 관람하는 관객이 적어 시장 성장이 매우 더뎠다.

그러나 조성진 피아니스트의 등장으로 클래식 시장에 MZ세대가 유입되기 시작했다. 채 대표는 “MZ세대의 관심을 반영한 콘텐츠를 전략적으로 개발한다면 클래식 시장을 키울 수 있을 것으로 확신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2017년 3월 라이브러리컴퍼니가 탄생했다. 당시 클래식 시장은 그야말로 춘추전국 시대나 다름없었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설립된 회사가 시장을 선도하고 있었는데 제작과 아티스트 매니지먼트를 병행하는 사업구조가 대부분이었다. 이에 따라 클래식 시장은 ‘산업화’하지 못했고 라이브러리컴퍼니가 등장하기 전까지 매출 100억의 벽을 넘어서지 못했다.

그러나 라이브러리컴퍼니는 체계화, 데이터 중심 기업문화, 시스템을 강조한 덕분에 2022년 별도기준 매출 95억원, 2023년 연결기준 매출 237억원을 내기에 이른다. 전년 동기 대비 148.9% 증가한 수치다. 2023년 매출에서 클래식 공연으로 낸 수익은 117억원으로 2023년보다 35% 늘었다.

라이브러리컴퍼니 관계자는 “불모지로 평가받던 국내 클래식 음악시장에 새로운 관객군을 발굴하며 산업화를 이끌었다”며 “국내 최초로 선보인 영화음악 콘서트 시리즈는 큰 호응을 이끌어내며 공연업계에 새 유행을 일으켰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더벨 서비스 문의

02-724-4102

유료 서비스 안내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김용관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