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산업, 한계 넘는 기업들]영화음악으로 클래식 개척한 라이브러리컴퍼니①클래식시장 점유율 11%…WE필하모닉 창단, 일관된 공연 품질로 관객 신뢰 확보
이지혜 기자공개 2024-12-10 07:16:03
[편집자주]
한국의 콘텐츠 산업이 성장의 한계에 직면했다. K-팝과 K-드라마가 전 세계적으로 성공하면서 성장세가 이어질 줄 알았지만 착각이었다. △시장의 포화 △경쟁 심화 △소비자 트렌드 변화 등으로 인해 과거같은 폭발적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하지만 진정한 강자는 위기 속에 드러나는 법. 한계를 뛰어넘고자 도전하는 기업을 조명하고 이들의 혁신적 비즈니스 모델을 심층 분석했다.
이 기사는 2024년 12월 05일 08: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클래식 시장은 작다. 그러나 옹골차다. 해마다 가파른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는 데다 관람객의 연령대도 낮은 편이다. 조성진, 임윤찬 피아니스트 등 세계적인 클래식 스타를 배출한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드러나지 않은 폭발적 힘이 한국 클래식 시장에 잠재됐다는 뜻이다.라이브콘텐츠 전문기업인 라이브러리컴퍼니(Library company)는 일찌감치 그 잠재력에 주목했다. 2017년 설립 이후 영화음악을 클래식 공연과 접목하는 새로운 시도로 시장을 개척하며 공연산업의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현재 라이브러리컴퍼니는 클래식 공연에 안주하지 않고 연극, 뮤지컬 등 공연 전반으로 사업을 다각화하며 사세를 확장하고 있다.
물론 쉽지 않았다. 설립 이후 첫 클래식 기획공연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무산되는 등 예기치 못한 악재를 맞닥뜨리기도 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그 결과 클래식 버전의 영화음악 거장 시리즈를 선보이며 본격적인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고 지난해에는 클래식 공연 시장에서 두 자릿수의 점유율을 기록하기에 이르렀다.
◇영화음악으로 새 길 개척, 클래식 한계 깼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라이브러리컴퍼니가 2023년 클래식시장에서 11% 정도의 점유율을 달성한 것으로 추산된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에 따르면 지난해 클래식 음악시장의 티켓판매액은 약 1000억원이다. 라이브러리컴퍼니는 지난해 클래식 사업으로만 110억원에 가까운 매출을 냈다.
라이브러리컴퍼니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최근 3개년간 평균 객석 점유율이 84.3%에 이른다”며 “소비자가 좋아하는 클래식 공연을 여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라이브러리컴퍼니는 클래식은 지루하다는 편견을 깼다. 영화음악을 활용했다. 영화는 강력한 글로벌 팬덤을 형성할 정도로 전세계인의 일상이 됐다. 그만큼 영화음악도 대중의 귀에 친숙하다. 히사이시 조, 한스 짐머, 존 윌리엄스, 엔니오 모리꼬네 등 음악가가 영화감독 못지않게 강력한 팬덤을 갖춘 배경이다.
라이브러리컴퍼니가 2017년 설립돼 비교적 업력이 짧은데도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이기도 하다. 라이브러리컴퍼니의 영화음악 콘서트 시리즈는 2021년 18회 공연됐지만 2022년 56회, 2023년 90회 공연되기에 이르렀다. 이 콘서트 시리즈를 보기 위해 발걸음한 관객은 3년간 32만7566명에 이른다.
채진아 라이브러리컴퍼니 CEO는 “국내 클래식 음악 시장은 작지만 영화시장은 크다"며 " 클래식 기반의 오케스트라 공연을 진행한다면 영화 관객을 불러올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전까지 클래식은 글자 그대로 한국인의 귀에 낯설고 오래된 서양음악을 연주하는 음악이라는 편견 아닌 편견에 갇혀 있었다. 소비자층이 한정됐다. 라이브러리컴퍼니가 클래식 음악의 한계를 영화음악을 발판 삼아 넘어섰다는 얘기다.
물론 쉽지는 않았다. 2019년 <할리우드 인 필름콘서트>를 기획해 와디즈에서 1억원의 펀딩까지 진행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무산됐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다시 도전한 끝에 2021년 영화음악의 거장 시리즈를 기획, 지금에 이르렀다.
현재 라이브러리컴퍼니의 영화음악 관련 콘서트 시리즈는 △히사이시 조 영화음악 콘서트 △한스 짐머 영화음악 콘서트 △존 윌리엄스 영화음악 콘서트 △엔니오 모리꼬네 영화음악 콘서트 등이 있다.
◇큐레이션·오케스트라 내재화로 차별화
물론 영화음악 오케스트라 콘서트를 여는 기업이 라이브러리컴퍼니만 있는 건 아니다. 당장 인터넷에 ‘히사이시 조’를 검색하면 수많은 공연 목록이 쏟아진다.
그래서 라이브러리컴퍼니는 차별화하고자 큐레이션과 오케스트라 내재화에 집중했다. 라이브러리컴퍼니는 원하는 것을 추천받아 소비하는 데 익숙한 소비자 경향에 착안, 빅데이터나 설문조사 등을 활용해 큐레이션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데 힘 썼다. 감이 아닌 데이터로 소비자가 좋아하는 곡을 선별, 이를 기반으로 공연을 기획했다는 뜻이다.
채 CEO는 “공연 권리가 있어도 어떤 기획을 거치느냐에 따라 공연의 가치가 달라진다”며 “대중의 흥미를 유발하는 퍼포먼스 마케팅, 셋리스트, 내재화된 스태프와 오케스트라가 공연의 가치를 끌어올리며 관객으로 하여금 라이브러리컴퍼니의 공연은 할인없이 정가를 지불해도 아깝지 않다고 여기게 한다”고 말했다.
또 2020년 WE필하모닉오케스트라를 직접 창단했다. 해당 오케스트라는 라이브러리컴퍼니 소속으로 8월 현재 정단원 69명, 객원단원 242명 등 311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라이브러리컴퍼니가 WE필하모닉오케스트라를 내재화한 건 공연의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다. 음악감독, 편곡자까지 참여해 기획회의를 진행하며 체계적으로 콘텐츠를 개발하고 관리하며 의사결정의 속도를 높이고 전국 어디에서 콘서트를 열든 질 좋은 공연을 보장해야 궁극적으로 더 많은 관객을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채 CEO는 “경쟁력 있는 IP를 확보하고 공연을 기획하는 건 제작사의 몫이지만 결국 관객과 만나는 건 오케스트라”라며 “WE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영화음악부터 크로스오버까지 다양한 장르를 완벽에 가깝게 연주하며 관객의 신뢰를 쌓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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