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 '존림 체제' 유지에도 드러난 변화의지 바이오 핵심축 재무·R&D 수장 모두 교체, 넥스트 전략을 위한 선제적 전열 전망
이기욱 기자공개 2024-12-12 08:45:25
이 기사는 2024년 12월 11일 10: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존림 대표이사 체제를 유지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표면적으로는 '안정'을 꾀하는 모습이지만 바이오기업의 양대 축이라고 할 수 있는 재무와 R&D 총괄을 모두 교체했다.수장을 그대로 두되 손발이 되는 투톱을 모두 교체했다는 건 의미가 있다. 특히 재무는 삼성전자 출신을 앉혔고 R&D는 삼성바이오에피스에서 근무하다 다시 영입된 인물을 선임했다. 넥스트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고민이 묻어나는 인사다.
◇표면적으로는 5년차 장수의 '안정', 깊이 들여다보면 변곡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최근 삼성그룹 사장단 인사 이후 내부 임원 인사, 조직 개편 등을 통해 내년도 사업을 위한 조직 전열을 일찌감치 가다듬었다. 우선 대표이사는 2020년 말 취임한 존림 대표가 임기를 이어나가게 됐다.
림 대표는 부임 기간동안 6조4242억원의 자산을 올해 3분기말 16조263억원으로 크게 늘리며 외형 확장 측면에서 뚜렷한 성과를 보였다. 올해 3분기 누적 역대 최대 매출인 3조2909억원, 영업이익도 작년 동기 대비 30.2% 늘어난 9944억원을 기록하며 호실적 행진을 이어나갔다. 덕분에 업계서도 림 대표의 유임은 어느 정도 예측 가능했다.
하지만 표면적으로 기존 체제가 그대로 유지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년 존림 체제 5년차는 이전과는 다른 모습의 변곡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CEO 외 주요 임원 인사에서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재무와 R&D의 수장이 교체된 게 핵심이다. 새로운 파이프라인을 통해 기업의 미래 가치를 만들어내는 R&D와 자금 운용을 통해 R&D를 지원하는 재무는 바이오 사업을 이끄는 핵심 축이다.
2014년부터 10년동안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살림살이를 도맡아 오던 김동중 부사장이 최고재무책임자(CFO)직을 내려놨다. 후임으로 선임된 이는 경영관리담당으로 있던 유승호 부사장이다.
유 부사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내부가 아닌 삼성전자 출신 인물이다. 삼성전자에서 미래전략실 전략1팀 담당부장, 지원팀 담당 임원, 생활가정 지원팀 담당 임원, DX 경영지원그룹장 등을 지내다 작년 말 삼성바이오로직스로 이동했다.
삼성전자 지원팀에서 오랜 기간 재무 전문성을 다진 후 올해 1년간 바이오업계 적응 기간을 가졌다. 삼성전자는 삼성그룹에서 사실상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구심점인 만큼 유 부사장을 통한 그룹과의 소통이 더욱 원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그룹의 그립감이 강화됐다는 것으로도 해석할 여지가 있다. 그만큼 삼성그룹에서 바이오 사업이 가지는 역할이 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전자 출신 CFO에 R&D 출신 영입인사 '민호성' 역할 강화
2022년 7월 설립된 삼성바이오로직스 바이오연구소의 초대 연구소장도 교체됐다. 출범 당시 R&D 혁신을 통해 단순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이 아닌 글로벌 선도 바이오 기업으로의 도약을 노렸지만 순탄치 않았다.
정남진 초대소장이 11월 회사를 떠났고 작년 삼성바이오로직스로 재입사한 민호성 부사장이 CDO 개발센터장직에 더해 바이오연구소장까지 겸직하게 됐다. 민 부사장은 삼성전자 바이오시밀러 개발 상무와 삼성전자 신사업 담당임원, 삼성바이오에피스 DS 총괄 상무 등을 거친 삼성맨이다.
2019년부터 작년까지 잠시 진스크립트 프로바이오 대표로 떠나있다 작년 8월 삼성바이오로직스 CDO개발센터장으로 컴백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그의 영입과 함께 작년 초 CDO개발 조직을 센터급으로 격상하고 CDO 사업 확장에 집중했다. 상대적으로 바이오연구소의 존재감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신임 CFO와 연구소장은 모두 2020년 림 대표 합류 이전부터 삼성에 몸 담았던 인물들이다. 유 부사장의 전입, 그리고 민 부사장의 영입 모두 림 대표가 직접 추진한 일이 아니라는 점도 주목할 지점이다.
5년째 이어지는 존림 체제에 새로운 색채를 입힐 수 있는 인사라는 점 외에도 림 대표와는 다른 전략 등이 펼쳐질 가능성도 있다. 5년째 이어진 성장에 신 무기를 장착하게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외 기타 주요 경영진 변화도 파악된다. 우선 부사장으로 승진한 케빈샤프 영업센터 NJ Sales Office Head가 Sale&Operation 담당으로 이동했다. 그는 글로벌 제약사를 대상으로 대규모 신규 수주를 확보해 위탁개발생산(CDMO) 시장 점유율 확대를 이끌어낸 인물이다.
올해까지 Sale&Operation을 이끌었던 서상원 상무는 E&F(Engineering&Facility) 담당으로 이동했다. E&F는 새롭게 신설된 조직으로 생산 시설 설립과 관리 등을 총괄할 것으로 예상된다.
10년간 CFO를 맡았던 김 부사장은 상생협력센터장으로 이동했다. 상생협력센터 역시 신설 조직으로 아직 역할은 알려지지 않았다. 기존 CFO가 담당해왔던 ESG 역할을 분배 수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새롭게 상무로 승진한 이태희 상무는 항체배양PD팀을 맡는다. 이 상무는 2012년부터 삼성바이오에피스에서 근무해 왔으며 올해 삼성바이오로직스 CDO개발센터 항체배양개발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기존 역할을 이어서 할 예정이다.
이 상무와 함께 상무 승진 인사에 이름을 올린 송영석 상무와 송인섭 상무는 각각 인사지원팀과 구매팀을 맡게 됐다. 송영석 상무는 2004년 삼성테크윈 인사팀을 시작해 2015년부터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사담당 부서를 고루 경험했다. 송인섭 상무도 삼성테크윈 경영지원팀 구매기획그룹을 시작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업기획센터 구매전략파트장, DP&SCM센터 자재기획그룹장 등을 역임했다.
그밖에 박용 인사기획담당 상무는 Quality 전략 담당 상무로 이동했다. 게일워드 부사장이 이끌었던 품질운영센터의 기능을 수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피에케티뇰 오퍼레이션센터 부사장과 노균 EPCV센터 부사장, 제임스 최 영업지원담당 부사장 등 주요 임원 등은 현재 보직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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