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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유통가 리포트]내수 절벽 마주친 주류 3사, 대응책 '각양각색'[식품]③수요 부진 극복에 골몰…해외 진출·제품 포트폴리오 정비 나서

안준호 기자공개 2024-12-31 07:57:24

[편집자주]

올해 유통가는 산업별로 희비가 엇갈렸다. K-컬처 인기로 식품사나 화장품 ODM 기업들은 해외에서 훨훨 날았으나 내수경기 침체로 이커머스와 패션회사들은 역성장을 면치 못했다. 설상가상 2025년에도 고물가·고환율·고금리 이른바 3고(高)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기업 간 온도차가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분석된다. 더벨은 유통산업 내 섹터별로 기업을 분류한 후 올해 한 해 흐름을 정리하고 전망을 가늠해 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2월 20일 06: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24년 주류업계는 내수부진과 업황 변화에 대응해 활로를 모색하는 시간을 보냈다. 제한적인 국내 시장 상황, 음주 문화의 변화 등을 고려해 주요 기업들 모두 각양각색의 대응책을 내놨다. 상황에 따라 내용은 달랐지만 ‘성장’과 ‘생존’이라는 목표는 동일했다.

하이트진로는 가장 구체적 비전을 제시한 기업이었다. 10년 전 시동을 건 해외 진출 전략을 더욱 과감하게 추진하기로 했다. OB맥주는 인수합병(M&A)을 통해 소주 사업을 포트폴리오에 추가했다. 수익성이 저하된 롯데칠성음료은 주류사업에서 ‘선택과 집중’을 택했다.

◇존재감 커진 소주, 글로벌 공략 열쇠…하이트진로 '비전 2030' 발표

한국 주류 시장을 대표하는 주종은 소주와 맥주다. 와인, 위스키, 하이볼까지 빠르게 트렌드가 바뀌고 있지만 소주와 맥주의 철옹성은 여전히 강고하다. 주류 업계를 대표하는 기업들 역시 이를 중심으로 사업 전략을 짠다.

2024년에는 특히 소주의 존재감이 컸다. 음악, 뷰티, 식품에 이어 주류까지 ‘K' 열풍에 올라타며 해외 진출이 더욱 확대됐다. 엔터테인먼트와 콘텐츠를 통해 자연스럽게 한국 음주 문화가 소개되며 아시아권은 물론 서구에서도 ’소맥‘의 존재를 알게 됐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연초 이후 11월까지 소주 수출 규모는 약 9600만 달러(1346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3.7% 증가했다. 미국 주류매장 입점과 중국 수요 증가로 글로벌 시장소비가 늘었다는 분석이다. 맥주 역시 수출액이 늘어났지만 규모는 7600만 달러로 소주보다는 적었다.

해외와 달리 국내 시장은 내수 부준이 이어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3분기 소매판매액지수는 100.6으로2022년 2분기 이후 10개 분기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1995년 통계 작성 이후 최장 기록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4분기 주점업전망지수는 79.83으로 외식 업종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국내 주류업계 역시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분주한 시기를 보냈다. 주된 키워드는 ‘해외’, 그리고 ‘소주’였다. 2014년 ‘비전 2024’를 발표하며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섰던 하이트진로는 올해 창립 100주년을 맞아 ‘글로벌 비전 2030’을 발표했다.

소주 세계화에 이어 자사 브랜드의 진출을 가속화한다는 것이 골자다. 비전 선포식이 열린 베트남은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전초기지다. 2025년 1분기 내 공장을 완공한 뒤 해외 수출 물량을 전담 생산하게 된다.

2024년 3분기 기준 하이트진로의 소주 수출 규모는 약 400억원 안팎이다. 내수 시장 판매액(9710억원)에 비하면 크다고 보긴 어렵다. 하이트진로는 베트남 공장을 기반으로 2030년까지 소주 해외 매출 5000억원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제한된 국내 수요를 해외 시장 진출로 푸는 해법이다.

<출처: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

◇M&A로 소주 추가한 오비맥주·'선택과 집중' 택한 롯데칠성

오비맥주와 롯데칠성음료 역시 과감한 선택을 내렸다. 모회사 AB인베브는 지난 9월 신세계그룹 주류 계열사인 신세계엘앤비(L&B)의 제주소주 인수하기로 했다. 브랜드 정체성의 방점은 ‘맥주’에 찍혀있지만,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해선 소주 제품이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오비맥주의 지난해 매출액은 1조5500억원으로 전년 대비 0.6% 가량 감소했다.

제주소주는 수출용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사업을 통해 해외 시장을 공략 중이다. 주력 제품은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인기가 높은 한국식 과일소주다. 오비맥주 역시 맥주 부문의 수출 네트워크 확장 등을 고려해 제주소주 인수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매출 규모는 11억원대로 크지 않지만 AB인베브의 글로벌 유통망과 결합한다면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향후 국내 소주 시장에 진출할 가능성도 있다. 인수와 함께 제주도 지하수 개발 허가권과 희석식 소주 제조면허도 획득할 수 있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론 충분히 검토할 만한 방안이다. 경우 기존 대기업 브랜드로 사실상 과점 상태인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복안이 필요할 전망이다.

롯데칠성음료 역시 소주 수출과 해외 시장 공략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 현지 주류업체와 파트너십을 맺고 공급망을 강화한 뒤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전개 중이다. 지난해 필리핀펩시(PCPPI) 지분을 추가 인수하며 종속회사로 편입한 것도 해외 진출에 대한 의지라는 평가다.

롯데칠성음료는 올해 클라우드 라이트 등 일부 제품을 단종시키고 수제맥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도 중단했다. 대신 지난해 출시한 4세대 브랜드 ‘크러시’의 시장 안착에 역량을 집중했다. 별도 재무제표 기준 롯데칠성음료 판관비는 올해 3분기 711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 가량 증가했다. 이 기간 맥주 부문 매출액은 678억원으로 12.9%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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