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VC 로드맵]홍원호 SV인베 대표 "불확실성 클수록 본질에 집중"양적 대비 '질적성장' 성과 빛나…투자 패러다임 전환 선도, '이해관계 조율' 강조
최윤신 기자공개 2025-01-22 08:34:10
[편집자주]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지난해 증시의 변동성 확대는 벤처캐피탈(VC) 업계를 더 어렵게 만들었다. 여기에 미국의 정권교체를 비롯해 국내외 환경의 불확실성은 그 어느때보다 큰 상황이다. '혹한'을 견뎌 온 VC업계에는 큰 긴장감이 감돈다. 더벨은 이런 상황 속에서 주요 VC 수장들이 가진 목표와 비전을 조명하고 하우스별 펀딩과 투자, 회수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1월 20일 14시4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벤처캐피탈(VC) 투자는 시대 변화를 선도하는 창업자들을 찾아 투자하고 지원해 성공 스토리를 만들어 내는 일이다. 불확실성이 큰 시기이지만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하기보다 방향과 철학을 확고히해 업의 본질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홍원호 SV인베스트먼트 각자대표(사진)는 최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SV인베스트먼트 본사에서 더벨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시장의 불확실성을 '리스크와 기회의 공존'이라고 바라보는 그는 불확실성이 큰 시기일수록 VC업의 본질에 대해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확장성 가진 초격차 기업에 리딩투자" 지속
지난해 SV인베스트먼트는 시장의 어려움 속에서도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회수시장이 급격히 경색되며 국내 VC업계의 긴장감이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 SV인베스트먼트는 VC 계정으로만 925억원을 회수했다. 2023년 대비 약 2배가량 늘어난 숫자다.
60억원가량을 투자한 에이피알이 상장에 성공하며 멀티플 10배에 달하는 회수 실적을 거둔 게 주효했다. 지난해 벤처펀드 투자금액도 1201억원으로 2023년(927억원)보다 늘어났다.
홍 대표는 숫자보다 하우스의 질적 성장에 의미를 뒀다. 그는 "최근 들어 톱 레벨의 딜을 많이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라며 "몇 년 전에 비해 우리 하우스 심사역들의 수준이 훨씬 높아진 것을 체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SV인베스트먼트는 지난해 유니콘에 오른 에이블리와 리벨리온에 모두 투자한 하우스로 주목받았다. 이밖에 미국 국적의 암모니아 발전 시스템 개발기업 '아모지'와 중국의 배터리 리사이클링기업 사이클웰(Cyclewell)의 투자 라운드를 리딩하는 등 주목할 성과를 냈다.
그는 "SV인베스트먼트는 지난 수년간 어느 VC보다도 적극적으로 인력을 영입하는 등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를 가장 열심히 해 왔다고 생각한다"며 "특히 테크 부문에서 산업계 경험이 있는 석·박사 인력들을 많이 영입했고 이 심사역들이 빠르게 성장해 궤도에 올랐다"고 자부했다.
올해도 시장 상황은 녹록지 않을 것이란 게 그의 전망이다. '불확실성'이 그 어느때 보다 큰 새해를 맞이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리스크가 크다는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는 기회가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며 "위기속에 기회가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기회를 포착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이런 상황일수록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는 "시장이 좋을 때도 있고 좋지 않을 때도 있는데, 시장의 분위기에 휘둘리지 않고 일관성과 꾸준함을 가져간다면 좋은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SV인베스트먼트는 올해 '글로벌 확장성을 가진 초격차 기업에 리딩 투자한다'는 기존의 투자 방향을 그대로 유지해나갈 방침이다.
홍 대표는 "작은 스타트업에 투자해 적당히 모양을 만들어 코스닥 시장에 상장시키던 플레이는 더이상 유효하지 않은 것 같다"면서 "'초격차'를 가진 팀에 압축적인 투자를 단행해 글로벌 확장성을 갖도록 한다는 우리의 투자 방향으로 업계의 패러다임 전환이 이뤄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가장 관심을 가지는 투자 영역으로는 단연 인공지능(AI)를 꼽았다. 홍 대표는 "AI에 관심을 갖는 것은 모든 VC들이 같을 것"이라며 "글로벌 오픈소스를 바탕으로 확실한 사업모델과 제품을 내놓는 기업들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에너지 분야에서도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스케일업 펀드 결성 도전, 역외펀드 증액 과제
올해 홍 대표에게 주어진 주요 과제 중 하나는 '펀드레이징'이다. 지난해 적극적인 투자에 따라 드라이파우더를 많이 소진한 만큼 연초부터 펀드레이징 작업에 나설 예정이다. 홍 대표가 대표펀드매니저를 맡고 있는 2000억원 규모 '에스브이 스케일업 펀드'의 소진율이 80%를 넘어섰기 때문에 후속 펀드 결성에 나설 예정이다. 펀드 규모는 최소 1000억원 이상으로 결성할 방침이다. 앵커 LP를 확보하기 위해 연초 진행될 출자사업을 주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해 결성한 역외펀드 'KAVA EV-SV 펀드'의 증액도 진행할 예정이다. 이 펀드는 SV인베스트먼트가 싱가포르에서 이스트벤처스와 함께 결성한 펀드다. 지난해 10월 2500만달러(약 365억원) 규모로 퍼스트클로징 했다. 홍 대표는 "이 외에도 시장 상황을 감안해 섹터펀드와 초기펀드 결성 기회도 모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 대표는 하우스의 운영과 관련해서는 이해관계의 일치(Alignment of interest)를 강조했다. 그는 "불확실성이 큰 시기일수록 목표와 이해관계를 맞추는 게 쉽지 않다"며 "주주와 출자자, 경영진, 직원 모두의 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방향으로 분명히 생각을 정리하고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초 직원들에게도 이를 강조했고, 출자를 받기 위해 제안서를 작성할 때도 이해관계를 얼마나 일치 시킬 수 있는지를 강조할 방침이다.
이는 유동성의 어려움을 겪는 포트폴리오 기업에 대한 후속투자 결정에 있어서도 중요한 원칙이다. 가능성이 있는 기업에 대해 선택적인 지원을 해나갈 수밖에 없다. 홍 대표는 "결국은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팀이 어느정도의 책임감을 가지고 있으며 얼마나 단합이 되는지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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