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생태계 리뷰]밥캣 재고 숨고르기...두산에너빌리티 순유출 가속②FCF -1.5조, 자회사 운전자본 누적 탓..."생산량 조정 등 안정화 작업 박차"
김소라 기자공개 2025-02-12 08:16:43
[편집자주]
국내 원자력발전소(원전) 산업은 지난 몇 년간 급속히 성장해 왔다. 정부의 지원 아래 원전 가동률 상승, 신규 원전 건설 재개 등 주요한 정책적 변화들이 이뤄졌다. 여기에 인공지능과 전기차 등 신산업 발전 속도와 맞물려 전세계적으로 전력 수요가 늘어난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2025년에도 역대 최대 예산을 투입한 수출 지원 정책에 원전을 포함시키는 등 육성 기조를 견지 중이다. 서치&리서치(SR) 본부는 원전 건설 및 유지 관리 작업을 중심으로 산업 내 밸류체인 별 주요 기업 재무 현황과 지배구조 형태를 짚고 핵심 변화를 조명해 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5년 02월 04일 14시06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원전 등 플랜트 기자재를 전문 생산하는 '두산에너빌리티'가 원활한 자금 유입에 난항을 겪고 있다. 핵심 자회사 수익성 악화 및 운전자본 누적 부담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탓이다. 영업에서의 현금 유입이 둔화되며 자체 가용 가능한 자금 여력도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재무적 관점에서 유동 자산, 부채 관리 강화 필요성이 따른다. 묶여 있는 현금을 신속히 회수하고 원자재 매입 등 영업 대금 지급 속도를 조절하면서 유보 현금을 확보하는 식이다. 관련한 자금 안정성 지표는 최근 몇 년간 조금씩 개선되고 있으나 여전히 더딘 상황이다. 재무 선봉장 역할을 장기간 수행하고 있는 박상현 대표의 향후 대응 전략에 관심이 쏠린다.
두산에너빌리티는 현금 자산 활용 여력이 위축된 상태다. 지난해 3분기 말 연결 유동비율은 110%에 못 미쳤다. 당장 1년 내 만기가 돌아오는 단기 부채에 대응할 수준의 여유는 갖추고 있지만 그밖의 신규 투자, 주주 환원 등 다방면의 경영 시나리오 수립은 어려운 상황이다. 즉 이를 위해선 외부 자금 조달 등이 불가피하다.
◇24년 3분기 연결 재고 3조 육박, 두산밥캣 부진 '직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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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에서의 대규모 현금 유출이 뼈아팠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근래 경영 활동에서의 현금이 순유출 상태로 전환됐다. 지난해 3분기 연결 잉여현금흐름(FCF)이 마이너스(-) 1조5000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직전년도 동 기간 9000억원 이상의 FCF를 창출했던 것과 상반된다. 투자를 비롯해 영업 활동 등에서 일제히 현금이 유출되며 재정 안정성이 급속히 약화됐다.
세부적으로 운전자본 관리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예년과 달리 대규모 운전자본 투자가 이뤄지며 현금 유출이 가속화됐다. 약 1조7500억원의 운전자본 투자가 지난해 3분기까지 이뤄졌다. 이는 연결 재무제표로 잡히는 자회사 물량 등을 모두 포함한 수치다. 앞선 사업연도와 비교하면 2~4배 수준으로 투자 규모가 확대됐다.
연결 수익의 큰 줄기를 이루는 산업기계 자회사 '두산밥캣' 부진 영향이 컸다. 당해 두산밥캣 수익성이 크게 위축되며 현금 유입 자체가 저하됐다. 실제 연결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1년 새 약 2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다. 구체적으로 제품 전반 판매량이 일제히 감소했는데 그 중에서도 건설, 농업 등에 쓰이는 소형 장비 품목 판매 실적이 가장 크게 악화됐다. 핵심 시장인 미국 현지 고객사의 보수적 구매 기조가 기저에 깔렸다.
그 결과 재고는 상당분 누적됐다. 판매로 이어지지 못한 제품이 쌓이며 전체 현금 흐름에 악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두산에너빌리티 연결 재고자산은 3조원 규모로 집계된다. 연초와 비교해 재고가 5000억원 이상 더 늘었다.
두산에너빌리티 관계자는 "2024년 3분기까지 업황 부진으로 인한 딜러 재고 조정 영향으로 일시적으로 두산밥캣 재고자산이 증가했다"며 "이에 따라 4분기 생산량 조정 등 재고 안정화 작업을 진행하며 현금 흐름 관리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상현 CFO 재무 안정화 성과 또렷...현금 여력 증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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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에서의 현금 소요가 확대된 점도 있었다. 당해 말 두산밥캣은 유압 기기 제조사 '모트롤'을 자회사로 편입하는데 약 2400억원을 투입했다. 사업 확장 전략으로 인수합병(M&A)을 적극 채택 중인 만큼 장기적으로 유보금 등 재정 측면에서의 변동은 계속해서 따를 전망이다. 외부 자금 조달 가능성 등은 열어놓고 있다는 입장이다.
현재 두산에너빌리티의 재무 관리 중책은 박상현 대표가 맡고 있다. 2020년 기존 두산밥캣 최고재무책임자(CFO) 자리에서 두산에너빌리티 재무관리부문장으로 옮긴 후 5년 여간 재정 전략 수립을 진두지휘해 왔다. 이사회 구성원으로 활동하며 재무 관리를 경영 주요 현안으로 밀접하게 다루고 있다.
박 대표 재임 기간 동안 재무 건전성 수치들은 꾸준히 안정화 됐다. 타이트한 부채 관리 성과가 대표적이다. 부임 직전년도인 2019년 300% 수준이던 연결 부채비율을 120%대로 크게 내렸다. 이 과정에서 차입 안정화 노력도 엿보인다. 단기 부채 비중을 낮추고 1년 이상 만기 여유가 있는 장기 차입금 규모를 늘렸다.
다만 자금력 개선 속도는 다소 더딘 편이다. 연결 유동비율이 지난 몇 년간 계속해서 100% 초반대에 머무르고 있다. 부임 초반 두 자릿수였던 수치를 높였지만 여전히 현금 여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 향후 자회사 두산밥캣 투자 속도를 조절하는 한편 영업에서의 현금 회수 작업을 강화하는 등 재무 정책 필요성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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