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시크 쇼크' VC 긴급 서베이]'한국판 딥시크' 의견 엇갈려…'FM개발 필요성' 의구심도①"인력·자본의 벽 여전히 높아" 인식…오픈소스 활용엔 '긍정적' 응답 많아
최윤신 기자공개 2025-02-10 07:04:20
[편집자주]
중국이 챗GPT(ChatGPT)에 버금가는 성능을 지닌 딥시크(DeepSeek)를 출시하면서 글로벌 AI업계가 충격에 빠졌다. 미국 빅테크 중심으로 형성됐던 AI 패권 지도에 균열이 생겼다. AI 관련 투자가 메가트렌드가 된 한국의 벤처 및 스타트업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도 클 것으로 관측된다. 더벨은 국내 테크 전문 벤처캐피탈리스트를 대상으로 긴급 서베이를 실시했다. 딥시크 쇼크를 계기로 한국 AI 스타트업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미래 투자 방향성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2월 06일 14시0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인공지능(AI) 거대언어모델(LLM) 기업 딥시크(DeepSeek) 글로벌 인공지능(AI) 산업계에 충격을 안긴 뒤 한국에선 '한국판 딥시크' 찾기가 본격화하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IT 대기업뿐 아니라 AI 스타트업들에게도 기대가 모이고 있다.과연 국내 스타트업 환경에서 한국판 딥시크는 나올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탈 업계의 의견은 엇갈렸다. 비용과 인력 수급 한계 등의 문제로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다만 딥시크가 깨버린 고정관념을 감안하면 비용 및 각종 비용 등이 뒷받침된다면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국판 딥시크를 할 수 있느냐'는 명제와는 별개로 국내 스타트업이 자체적으로 범용 파운데이션 모델(FM)을 개발하는 것 자체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AI 기술 자체를 개발하기보다는 기존 AI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고 효율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부정정 응답 소폭 많아 "인력·자본의 벽 여전"
'한국에서 딥시크와 같은 기업이 나올 수 있는지'를 묻는 항목에 서베이에 참여한 벤처캐피탈리스트들의 응답은 엇갈렸다. 부정적인 입장이 더 많았다. '아니다'는 응답이 39.5%로 많았고, '매우 아니다'라는 응답(2.3%)을 포함하면 40% 이상의 답변이 부정적이었다.
다수의 응답자는 인력과 비용을 고려할 때 국내 스타트업이 동등한 수준의 범용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먼저 딥시크가 제시한 개발비용에 대해 조금 더 따져봐야 한다는 의견들이 제시됐다.
설문에 응답한 한 심사역은 "딥시크가 공개한 페이퍼에서 밝힌 비용은 학습에 사용된 GPU 시간 비용(GPU를 시간당 2달러에 2개월동안 빌린 비용)에 불과하며 총 개발비가 아니다"면서 "현재로서는 딥시크 역시 수백억원 수준의 비용을 지출을 했다고 보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현실적인 추정이라 국내 스타트업이 도전하기엔 여전히 큰 자본의 벽이 존재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개발 인력을 확보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은 곳이 많았다. 한 심사역은 "딥시크의 사례는 특수한 상황이라고 봐야 한다"며 "가뜩이나 한국의 고급 AI 인력들이 해외 빅테크나 스타트업으로 빠져나가는 사례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개발 인력 확보 자체가 쉽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물론 한국에서도 딥시크와 같은 스타트업이 나올 수 있다고 응답한 곳도 30.2%로 적지 않았다. 소버린 AI(AI 주권)의 관점에서 희망을 가지는 곳이 많았다. 한 VC대표는 "꼭 스타트업이어야 할 필요는 없지만 독자적인 범용 파운데이션 모델을 가지는 기업이 꼭 나와야 한다"며 "기존에는 한국의 소버린AI 구축에 대한 자신감이 결여된 상황이었지만 딥시크의 사례에서 힌트를 얻어 우리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응답자의 27.9%는 '보통이다'라는 응답으로 판단을 보류했다. '보통이다'를 선택한 응답자는 "결국 데이터 싸움으로 이어질 것이고, GPU 레벨에서 규모의 경제 싸움은 이어질 것으로 본다"며 "국내에선 극소수 기업에게만 기회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딥시크 기반 파운데이션모델, 불가능하진 않을 듯
딥시크가 주목받는 이유는 적은 비용으로 챗GPT에 준하는 성능을 실현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개발방법과 관련 논문을 모두 오픈소스로 공개했다는 점에서도 주목받는다. 이를 통해 국내 스타트업들이 어렵지 않게 파운데이션 모델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커진다.
딥시크가 공개한 오픈소스를 기반으로 국내 스타트업이 AI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하는 방향성이 유효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국내 VC들은 긍정적인 응답을 많이 보냈다. '그렇다(34.9%)', '매우그렇다(9.3%) 등 긍정응답이 44.2%에 달했다.
'매우 그렇다'고 답한 한 심사역은 "AI 기반 기술이 상대적으로 약한 우리나라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선행 기술 기반 위에 차별적 기술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미 해외에서 딥시크를 활용해 추론비용을 낮춘 다수 사례가 나오고 있다"고 언급했다. "국내 대다수의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이 오픈소스를 바탕으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딥시크의 오픈소스를 활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응답도 있었다.
다만 이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했다. 서베이 응답자의 25.6%가 부정적(아니다 20.9%, 전혀아니다 4.7%) 답을 남겼다. 이들은 주로 보안과 관련한 이슈를 언급했다. 한 VC 심사역은 "미국과 유럽 등에서 중국 AI모델에 대한 우려로 장벽이 강화될 여지가 있을 것"이라며 "결국 보안과 데이터 안전성에 챌린지가 올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중립적 입장을 내놓은 응답자(30.2%)들은 국내 스타트업이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하는 것의 실익에 의문을 표한 경우가 많았다. 딥시크가 공개한 자료를 바탕으로 파운데이션 모델을 만드는 것은 가능하지만 경쟁력을 갖기는 어렵다는 입장이 주를 이뤘다.
한 VC 심사역은 "오픈소스 기반의 생태계에서 자체적인 한계를 설정하지만 않으면 AI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은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면서도 "한정된 자원을 어디에 집중해야될지, 즉 자체 개발이 과연 필요한건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고 답했다.
'보통이다' 라고 응답한 다른 심사역은 "국내 스타트업이 LLM형 AI파운데이션 모델을 직접 개발하는 것보다는, 아마존이나 오픈AI 등이 제공하는 API를 기반으로 특정 서비스를 지향하는 방향으로 개발하는 것이 사업적 성취를 위해 유효한 방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더벨은 지난 4일부터 5일까지 이틀간 구글폼을 통해 국내 벤처캐피탈리스트 70명에게 서베이 응답을 요청했다. 서베이에 응답한 참여자는 모두 43명이다. 이 가운데 VC CEO 및 CIO 응답자는 총 15명이다. 나머지는 테크 투자에 정통한 시니어 심사역이다. 답변은 하나의 질문을 응답자가 복수 선택할 수 있는 방법으로 진행했다.
서베이 참여 벤처캐피탈=데브시스터즈벤처스, 구나인베스트먼트, 메디치인베스트먼트, 메타인베스트먼트, 소풍벤처스,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스톤브릿지벤처스, 스틱벤처스, 시너지IB투자, 에이벤처스, 에이스톤벤처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엔브이씨파트너스, 오픈워터인베스트먼트, 우리벤처파트너스, 캡스톤파트너스, 컴퍼니케이파트너스, 케이런벤처스, 코메스인베스트먼트, 코오롱인베스트먼트, 퀀텀벤처스코리아, 키로스벤처투자, 키움인베스트먼트, 트랜스링크인베스트먼트, 파트너스인베스트먼트, 프리미어파트너스, 하나벤처스, 한국투자파트너스, BNH인베스트먼트, CJ인베스트먼트, HB인베스트먼트, IBK벤처투자, JB인베스트먼트, KB인베스트먼트, KT인베스트먼트 △NH벤처투자 △SBVA △SJ투자파트너스, SV인베스트먼트, TS인베스트먼트, UTC인베스트먼트(가나다 순)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인베스트
-
- 현대차증권, S&T 헤드 스카우트…NH 출신 김영노
- [Market Watch]중국발 딥시크 충격에도…유틸리티 ETF에 쏠리는 눈
- 헤지펀드 운용사, 상장 나선 '아이에스티' 엑시트 채비
- 리걸테크 '로앤프리', 거래내역 정리 '로앤픽' 론칭
- '5G-V2X '에티포스, 글로벌서 주목…시리즈B 탄력
- 엔켐·중앙첨단소재 합작사 '이디엘', 1500억 자금 조달 추진
- TIGER·ACE·SOL 미국나스닥100, 배당 격차 전말
- 타임폴리오, 코벤펀드 라인업 재정비
- 1조 정책펀드 잡은 신한운용, 벤처모펀드 노하우 덕봤다
- 메리츠증권 PIB센터장 수혈…패밀리오피스 본격 확장
최윤신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딥시크 쇼크' 경고탄
- [LP Radar]'벤처 모펀드' 키우는 신한운용, 전문인력 잇단 영입
- [2025 VC 로드맵]정일부 ㈜IMM 대표 "벤처 생태계 골든타임 지켜야"
- ['딥시크 쇼크' VC 긴급 서베이]VC가 주목하는 AI 관련 주요 포트폴리오는
- ['딥시크 쇼크' VC 긴급 서베이]"AI산업에 긍정적" 한목소리, 투자 전략 영향은
- ['딥시크 쇼크' VC 긴급 서베이]'한국판 딥시크' 의견 엇갈려…'FM개발 필요성' 의구심도
- [VC People & Movement]보광인베, ICT·소부장 투자 베테랑 영입…체질개선 속도
- [2025 VC 로드맵]김준민 메타인베 대표 "LP 세컨더리 활성화 원년"
- [VC People & Movement]'유진그룹 CVC' 힐스프링인베, 김민엽 대표 영입
- [2025 VC 로드맵]황유선 HB인베 대표 "시장 불황에도 꾸준함이 정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