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발 반도체 생크션 리스크]삼성·SK, 중국 메모리 생산기지 운용 '고심'③첨단장비 반입 제한, 증설 대신 공정 전환 집중
김도현 기자공개 2025-02-20 10:40:26
[편집자주]
트럼프 2.0 시대 도래로 반도체 생태계가 급변하고 있다. 정권 1기 때부터 자국 중심 공급망을 꾸리려던 계획을 2기 들어 더욱 밀어붙이는 모양새다. 장기간 갈등을 빚어온 중국은 물론 동맹국까지 예외 없다는 의지다. '반도체 관세'까지 거론하며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수출 비중에서 반도체가 압도적인 한국은 비상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에 미칠 영향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2월 17일 13시5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국이 자국 중심 반도체 생태계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시아 지역에 쏠린 반도체 생산거점을 미국으로 이동하려는 움직임이 대표적이다. 같은 맥락에서 장기간 무역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에 대한 견제는 더욱 강화하는 모양새다.중국에 메모리 공장을 두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다. 수년 전부터 현지 투자가 제한된 가운데 규모가 적잖은 중국 팹이 '계륵'으로 전락할 위기다. 양사는 점차 비중을 줄이는 방안에 무게를 뒀으나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을 놓을 수 없다는 점에서 고민의 연속이다.
◇'마이그레이션 강행' 삼성전자, 낸드 공장 가동률 축소
1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 공장 내 라인 전환이 한창이다. 양산 낸드플래시를 6세대(128단)에서 8세대(236단)로 변경하는 것이 골자다. 추후에는 9세대(286단)까지 시안에서 제작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작년 기준으로 삼성전자의 전체 낸드 생산량 중 시안사업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40%다. 해당 공장 가동률을 낮추긴 했으나 국내도 상황이 여의치 않아 점유율에는 큰 변동이 없었다. 올해도 유사한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시안의 경우 월 생산량(웨이퍼 기준)을 20만장에서 10만장 중후반으로 조절할 예정이다.
이와 별개로 삼성전자는 시안에서 출하되는 낸드를 고부가로 변경해 수익성을 높일 계획이다. 앞서 미국 제재로 중국으로의 첨단 설비 투입이 어려워졌으나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 허가로 숨통이 트였다.
더욱이 낸드는 극자외선(EUV) 등 최신 기술이 없어도 공정 전환(마이그레이션)이 가능하다. 적층 방식으로 성능을 높이기 때문이다.
중국 고객들이 기존보다 더 고사양 낸드를 원하는 흐름도 한몫했다. 미국발 관세 폭탄 여파로 '메이드 인 차이나' 반도체는 어차피 미국으로 수출하기 힘들다. 결국 현지에서 대부분 소화해야 하는 만큼 이를 반영한 조치로 풀이된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 사실상 증설은 불가능하고 낸드도 갈수록 제조 난도가 높아져 첨단 장비 활용이 불가피해서다. VEU 해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부 공정을 국내에서 처리하는 방법이 있지만 임시방편일 뿐이다.
트럼프 2.0 시대가 열린 이래로 대외적 변수가 더욱 커진 시점에서 삼성전자는 여러 시나리오를 두고 로드맵을 짜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 등 중국 낸드 업체의 부상도 고려 요소다. 시안 공장 역시 미국과 중국 간 협상 이후 결단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
불행 중 다행으로 낸드 수요 회복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메모리 사업 측면에서는 부정적이나 시안 공장만 놓고 보면 시간적 여유가 생긴 셈이다. 당장 철수 등 극단적인 결정을 할 수 없기에 마이그레이션 수준의 투자만 단행하면서 상황을 살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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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EUV 규제' 직격탄, 우회로 모색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보다 더 심각한 상태다. 메인인 우시 공장은 D램 생산지다. 마이그레이션을 위해선 첨단 설비 반입이 필수적이다. 특히 최신 D램에는 EUV 장비가 사용된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는 EUV 등 일부 공정을 이천 등 국내사업장에서 처리하는 식으로 대응 중이다. 이를 통해 10나노급 4세대(1a) D램을 중국에서도 만들 수 있도록 했다. 한국에서 마무리하면 미국 등으로 수출 활로가 열릴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문제는 수익성이다. 이동 작업 등 부수적인 절차로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대응 가능한 물량도 제한적이다. 마찬가지로 일시적인 방안이라는 의미다.
우시 공장은 SK하이닉스 전체 D램의 40% 내외를 담당한다. 그만큼 중요성이 높다. 이를 감안해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지난달 우시 공장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관계자와도 만나 애로사항을 공유했다는 후문이다.
더불어 SK하이닉스는 인텔로부터 가져온 다롄 공장도 있다. 이곳에서는 낸드를 제조한다. 기업용(e)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확산으로 이제 반등에 성공했으나 경기침체로 다시 위축될 것으로 우려된다.
SK하이닉스도 중국 투자는 당분간 속도 조절할 것으로 추정된다. 국제 정세를 신경 쓰지 않더라도 고대역폭 메모리(HBM) 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어 물리적으로 빠른 대처가 쉽지 않기도 하다.
HBM 생산능력(캐파) 확대를 위해 이천, 청주, 용인 등 연이은 투자가 예고된 상태다. 미국의 첨단 패키징 시설까지 챙겨야 한다. 중국이 상대적으로 후순위가 될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문제는 중국과의 관계다.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보다 중국 의존도가 높다. HBM으로 이를 축소하긴 했으나 여전히 중국 비중이 크다. 거대 시장인 중국을 놓지 않으면서 미국 빅테크와 동맹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묘수 마련이 시급한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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