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2월 18일 07시0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카드는 오랜 기간 카드업계 2위에 머물렀다. '1등 삼성'이라는 이름값 속에서 최고가 아니면 의미가 없다는 분위기는 늘 따라붙었다. 그룹 내에서 기를 펴기 어려운 계열사, 잊을 만하면 매각설에 휩싸이는 삼성증권처럼 삼성카드도 그랬다.2등의 설움을 떨쳐내며 삼성카드는 자축 분위기다. 카드업계 부동의 1위 신한카드를 제치고 지난해 순이익 1위에 오르면서다. 적지 않은 지각변동이다. 간발의 차도 아니다. 1000억원 가까운 압도적 차이로 이뤄낸 1위다. '1등 삼성'이라는 자존심을 세운 것은 물론, 부실채권 상각 없이 거둔 성과라는 점에서 앞으로도 수익성 면에서 업계를 선도할 것이란 낙관론도 나온다.
다만 업계의 반응은 묘하다. 이번 실적이 적극적인 사업 확장이나 혁신을 통해 이뤄진 것이라기보단 비용 절감 덕분이라는 점 때문이다. 삼성카드는 최근 몇 년간 카드업 본업 이외의 사업을 축소하고 마케팅 비용도 지속적으로 줄여왔다. 할부리스 등 비카드사업 자산은 2019년 약 3조원에 육박했지만 지난해 8600억원 수준으로 급감했다. 마케팅비용 역시 890억원을 기록한 2021년을 기점으로 점점 줄면서 작년 말 650억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덕분에 삼성카드는 업황 악화 속에서도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갖췄다. 문제는 성장보다는 슬림화에 방점을 둔 전략이 언제까지 유효할지다. 특히 삼성카드는 레버리지배율 확대 요구에도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반적으로 카드사들은 자기자본 대비 자산 비율을 높여 사업 확장을 시도하지만 삼성카드는 보수적인 기조를 유지하며 이와 거리를 뒀다.
삼성카드의 1위 등극은 카드업계의 어려운 현실을 보여준다. 사업을 확장하며 시장을 선도하는 전략이 아니라 기존 사업을 유지하며 비용을 줄이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선택이 된 상황 자체가 업계의 위기 신호다.
다만 변화 여지는 있다. 지속적인 비용 절감과 수익성 위주의 경영 전략으로 쌓은 탄탄한 실적을 바탕으로 삼성카드가 미래 산업이나 신규 사업 기회를 모색할 수 있는 여력이 생겼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새로운 리더십을 맞이한 삼성카드는 지난 5년간의 '내실경영' 기조에서 선회해 비용절감 이상의 전략을 택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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