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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오일뱅크의 '미배당' 함의 thebell note

홍다원 기자공개 2025-02-20 08:28:59

이 기사는 2025년 02월 19일 07시10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배당 공시가 쏟아지고 있다. 기업의 최고재무책임자(CFO)가 한 해 동안 벌어들인 순이익을 남겨 둘 것인지 주주에게 환원할 것인지 고심한 결과다.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 이후 맞는 첫 주총 시즌인 만큼 배당 안건이 유독 돋보인다.

배당성향을 끌어올린 기업부터 중장기 배당 정책을 공시한 기업들이 늘어났다. 투자자들이 미리 배당금을 확인하고 투자할 수 있도록 정관을 변경한 기업도 여럿이다. 배당기준일을 연말이 아닌 이사회 결의 시점으로 바꿨다.

앞다퉈 배당을 확대하는 기업들 속 HD현대오일뱅크는 2024년에는 아예 배당하지 않겠다고 결정했다. HD현대오일뱅크가 고배당 기조를 유지해 온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2023년 기준 HD현대 전체 배당 수익의 80%는 HD현대오일뱅크로부터 나오기도 했다.

그룹의 캐시카우 HD현대오일뱅크가 미배당을 결정한 것에는 정춘섭 신임 CFO의 치열한 고민의 흔적이 엿보인다. 주주환원에서 한 발 물러서는 한이 있더라도 재무 구조를 개선시키고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유지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셈이다. 유가 변동성 등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다.

HD현대오일뱅크는 특히 어려운 한 해를 보냈다. 정유업계 불황부터 하락하는 정제마진 탓에 벌어들이는 돈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해야 하는 설비투자(CAPEX)와 배당금 유출로 나가는 돈은 많으니 재무 체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실제 HD현대오일뱅크는 2023년 CAPEX에 5274억원, 배당금 지급으로는 5755억원을 각각 사용했다.

따라서 HD현대오일뱅크는 재무 건전성을 되찾기 위해 미배당이라는 결단을 내렸을 것이다. 재무 구조에 부담을 주면서까지 배당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없다. 그룹 차원에서도 당장의 배당 수익보다는 계열사의 안정성에 무게를 뒀다.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과 국제 유가가 폭락한 2014년에도 기업들은 최소한의 배당을 실시하며 위기에 대응해 왔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배당가능 이익을 고려해 재무 전략을 짜는 기업이 합리적이다.

배당 규모만 늘린다고 해서 좋은 기업이라고 할 수 있을까. 기업은 이익잉여금을 활용해 빚을 갚을 수도 투자를 늘릴 수도 있다. 개선 의지를 드러낸 HD현대오일뱅크의 미배당 결정이 빛나는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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