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ction Radar]'상폐 가처분' 이화그룹, 소액주주 전전긍긍정리매매 보류, 법원 판단 평균 4개월 소요
이종현 기자공개 2025-02-25 08:30:52
이 기사는 2025년 02월 18일 10시1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그룹(옛 이화그룹) 3사인 이화전기·이아이디·이트론는 정리매매를 하루 앞둔 17일 상장폐지결정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번 신청에 따라 정리매매 등 상장폐지 절차는 일시 보류된다.가처분 신청이 인용된다면 본안 판결까지 시간을 벌고, 기각된다면 다시금 상장폐지 절차가 진행된다. 법원 판단이 나오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3년새 가처분에 대한 인용 여부 결정은 약 4개월이 소요됐다. 법원 판단이 나오기까지의 시간은 점차 길어지는 중이다.
◇오너 리스크 상폐 원인… 890억대 횡령·배임
상장폐지의 원인은 김영준 전 이그룹 회장을 비롯한 회사 경영진의 횡령·배임이다. 2023년 5월 11일 검찰이 김 전 회장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당시 회사 측은 "김 전 회장은 당사와 관련이 없는 인물"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당시 이화전기, 이트론의 대표를 맡고 있던 김성규 이그룹 총괄사장은 김 전 회장의 처남이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이그룹 경영을 실질적으로 총괄하고 있다"고 기재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이화전기를 중심으로 관계사인 이트론, 이아이디 임원에게도 횡령·배임을 지시했다. 검찰 공소장에 기재된 횡령·배임 금액은 이화전기 142억원, 이트론 311억원, 이아이디 437억원 등 총합 890억원에 달한다.
검찰은 이 전 회장이 계열사에 가족을 허위 고문으로 등재한 뒤 급여 명목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밝혔다. 또 회사자금을 허위 회계처리하는 등의 방식으로 주택을 매수하는 방식으로 114억원을 횡령했다.
허위 공시로 주가를 부양하고 김 전 회장에게 시가보다 싼값에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하고 이를 주식으로 전환해 고가에 매도했다고도 지적했다. 회사가 사주에게 증권을 저가에 매도하게 한 사안에서 사주에게 배임 외 증여세포탈죄까지 적용한 최초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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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그룹 3사의 지배구조는 순환출자 구조로 이뤄졌다. 순서는 '이화전기→이아이디→이트론→이화전기'다. 이화전기가 이아이디 지분 25.51%를, 이아이디가 이트론 지분 29.94%를, 이트론이 이화전기 지분 24.44%를 각각 보유했다. 3개사가 운명공동체로 여겨지는 이유다.
◇이그룹 3사에 물린 소액주주 돈 5000억 이상
범죄 혐의가 무거움에도 불구하고 이그룹 3사의 상장폐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상장폐지로 인한 투자자 피해가 우려된다는 점이다. 이그룹 3사의 소액주주의 주식 비중은 이화전기(72.35%), 이아이디(74.49%), 이트론(70.06%)다. 주주 수는 총 24만4734명이다. 거래정지일 기준 이들이 보유한 주식 가치는 약 5780억원에 달한다.
거래재개를 희망해 온 소액주주연대는 거래소가 사태를 키웠다고 지적한다. 2023년 5월 10일 배임·횡령 풍문으로 3사의 거래가 중단됐다. 하지만 거래소는 횡령 금액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 기준인 10억원 미만이라는 이그룹 측 해명을 받아들였다. 이아이디와 이트론은 11일, 이화전기는 12일 거래가 재개됐다. 그리고 12일 오후 2시22분 횡령·배임 금액이 해명보다 크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다시 거래가 중단됐고 이날까지 약 22개월간 거래가 정지됐다.
한차례 거래가 정지됐다가 재개되던 시기 이화전기와 이아이디에는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집중됐다. 12일 개인 투자자는 446만주를 순매수했다. 외국인 투자자가 매도한 442만주를 고스란히 소화했다. 11일부터 12일까지 거래가 이뤄졌던 이아이디는 개인 투자자가 594만주를 사들이고 외국인 투자자가 426만주를 팔았다. 이트론은 3사 중 유일하게 개인 투자자가 유입되지 않았다. 개인 투자자가 2669만주를 매도하고 외국인 투자자가 2695만주를 매수했다.
이그룹은 17일 입장문을 통해 "감사의견 거절과 대외적 이미지 손상으로 구조 개선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나 6개월이라는 짧은 개선시간이 부여됐다"며 "거래소는 상장폐지를 기정사실화한 상태에서 심사를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서 "상장폐지 결정은 회사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수많은 소액주주들에게도 막대한 피해를 초래하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법적 절차를 포함한 모든 수단을 강구해 상장폐지 결정의 부당성을 소명하고 소액주주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지연되는 가처분 판단, 3개월서 6개월로 '껑충'
공은 법원에 넘어갔다. 다만 이그룹의 상장폐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 판단이 언제쯤 나올지는 미지수다. 최근 3년 내 사례 중 가장 빨리 결과가 나온 것은 코스온이다. 15일 만에 기각 결정이 나왔다. 가장 길어진 것은 에이티세미콘으로 264일이 걸렸다.
최근에는 법원 판단이 나오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2022년 13개 기업의 가처분 신청에 대한 판단은 평균 84일 만에 나왔다. 하지만 2023년 7개 기업에는 123일, 2024년 8개 기업에는 141일이 걸렸다.
이그룹 3사보다 앞서 가처분 신청을 한 곳 중 결과가 나오지 않은 곳은 14개사다. 셀리버리, 무궁화인포메이션테크놀로지(이하 MIT), KH건설, KH미래물산, 장원테크, 한울BnC, 버킷스튜디오, 한송네오텍, IHQ, KH필룩스, 엠에프엠코리아, 조광ILI, 대유, 광림, 쌍방울 등이 법원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이중 주목할 곳은 KH건설, KH미래물산, 장원테크, IHQ, KH필룩스 등 KH그룹 5개사다. KH그룹 역시 오너 리스크를 안고 있는 기업이다. KH그룹의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 판단이 이그룹의 가처분 신청에 대한 가늠좌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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