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운용 "치열한 보텀업 리서치, 세자릿수 수익률 비결" 매니저 4명 팀워크 기반…지난해 수익률 158% 기염
황원지 기자공개 2025-02-26 08:04:34
이 기사는 2025년 02월 21일 08시2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액티브 주식운용의 시작과 끝은 펀드매니저다. 운용역의 역량과 리서치, 판단이 수익률을 결정한다. 여기에 더해 팀제로 움직이는 하우스라면 이들 사이 팀워크도 수익률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다. 제아무리 실력이 좋은 매니저라 하더라도 팀원들의 신뢰가 없다면 퍼포먼스를 내긴 쉽지 않다.슬기자산운용은 지난해 멀티전략에서 세자릿수 성과로 주목받은 하우스다. 지난해 깜짝 수익률 뒤에는 4명의 운용역이 있다. 전면에 나선 건 전효준 대표지만, 성과의 기반은 팀원들의 치열한 토론을 통한 종목 발굴이었다. 더벨은 슬기자산운용의 가장 젊은 피, 이태경 팀장과 박찬범 과장을 만나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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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한 보텀업 리서치..."팀원 모두 설득돼야 투자 결정"
이태경 슬기자산운용 주식운용팀장은 “저희가 운용전략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팀 어프로치”라며 “종목에 투자 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팀원을 설득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모두가 자유롭게 종목을 추천할 수 있지만, 팀 회의를 통해 모두가 납득해야만 투자를 진행한다”고 말했다.
슬기자산운용은 보텀업 리서치를 근간으로 하는 운용사다. 멀티전략을 내세우고 있지만 이는 비상장 주식을 담고 있어서일 뿐, 상장주식은 사실상 보텀업을 통한 롱온니 전략으로 운용한다. 강하고 좋은 종목을 잘 고르고 적절한 시점에 담는다면 수익률은 따라온다고 믿는다. 그만큼 팀원들의 치열한 리서치를 통한 종목 발굴이 가장 중요하다.
사무실에서부터 팀 어프로치의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슬기자산운용은 여의도역 3번 출구 바로 앞 빌딩 14층에 위치해 있다. 문을 열면 나오는 조그만 운용팀 사무실엔 전효준 대표, 송근용 CIO, 이태경 팀장, 박찬범 대리까지 4명의 운용역이 앞뒤로 등을 맞대고 앉아 있다. 매일매일 치열하게 종목을 찾아 토론하는 현장이다. 박찬범 슬기자산운용 매니저는 “한 해에 수백개가 넘는 종목 아이디어를 검토하는데, 매번 4명이 같이 한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트러스톤자산운용 출신으로 슬기자산운용 초창기 멤버다. 이 팀장은 서울대 투자동아리 SMIC 출신으로 트러스톤운용에서는 팔콘아시아펀드의 포트폴리오 일부를 운용했다. 아시아 전역에 투자하는 롱숏펀드로, 이때 국내를 넘어 해외 투자에 대한 눈을 키웠다. 팀 내에서는 배당주와 같이 보다 안정적인 주식을 선호하는 스타일이다.
박찬범 대리는 슬기자산운용에서 처음으로 인턴에서 전환으로 합류한 멤버다. 서강대학교 투자동아리 SRS 출신으로 학부생 시절 슬기자산운용에서 인연을 맺었다. 애널리스트를 거쳐 펀드매니저로 활동한지는 이제 1년이 넘었다. 팀 내 막내로 소비자인 MZ세대에서 인기가 많은 트렌드를 빠르게 살펴 투자 아이디어를 가져오는 편이다. 소비재 종목이 많은 슬기자산운용과 스타일이 잘 맞는다는 평가다.
이 팀장은 “보텀업 리서치라는 점은 동일하지만, 개별 매니저마다 색깔이 조금씩 다른 편”이라며 “네 명이서 이야기하다 보면 한 종목을 다각도로 검토할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내부에서 충분히 설득력을 가진 종목에만 투자를 결정한다.
◇'해외-국내'·'상장-비상장' 구분 없어..."강한 주식이면 투자한다"
다같이 검토하고 신중히 결정한 만큼 선택한 종목은 확실하게 민다. 이 팀장은 “선정한 투자 종목 중에서 순위를 매기고, 더 좋아보이는 종목에 집중투자한다”고 설명했다. 통상 집중투자 전략의 경우 15~25개 내외 종목에 자산을 배분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슬기운용은 더 확실하다. 전체 자산의 70%를 상위 10개 종목에 투자할 정도로 집중도가 높다.
종목을 고르는 기준을 따로 두진 않는다. 슬기자산운용을 창업할 때부터 이어온 기조다. 슬기자산운용은 2019년 트러스톤자산운용 출신 전효준 대표와 송근용 CIO, 이태경 팀장이 의기투합해 만든 하우스다. 국내와 해외, 가치주와 성장주와 같은 기존의 투자 틀에 얽매이지 않고 투자하겠다는 목표였다.
자산에 비상장 주식이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비상장과 상장 자산을 구분하지 않고 좋은 기업을 찾는다. 투자요청을 검토하기도 하고, 좋은 기업이라고 판단되면 먼저 찾아가기도 한다. 국내에만 한정하지 않고 해외에도 비상장 투자를 진행한다. 슬기자산운용은 현재 멀티 몇호에 비상장 주식을 담고 있다.
주식시장의 유행을 쫓진 않지만, 소비자의 트렌드는 중요하게 본다. 이 팀장은 “예를 들어 식품주 중에 수출 실적이 계속해서 성장하는 기업은 증시가 좋지 않더라도 주가가 탄력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주도주를 맞추지 않고서도 세자릿수 수익률을 낼 수 있었던 비결이다.
운용을 하면서 언제나 성공할 수는 없다. 아무리 철저히 리서치했더라도 발굴한 종목이 실패할 때도 있다. 실패 경험을 묻자 이 팀장은 “주식은 비균형적 자산”이라며 “올라갈 땐 천정부지로 올라갈 수 있지만 손실은 원본에 국한된다. 때문에 실패란 내가 고른 종목이 잘 오르지 않는게 아니고, 수천배가 올라갈 종목을 놓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장 최근 실패 경험을 꼽는다면 2022년”이라며 “미국에 상장된 종목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그때도 좋은 회사라고 생각했지만 시장이 좋지 않아 리스크 관리를 위해 정리를 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증시가 회복되면서 그 종목이 많이 뛰더라”며 “그 때 정리할 게 아니라 더 샀어야 했다”고 말했다.
두 매니저 모두 지속가능한 운용을 하고 싶다는 목표를 밝혔다. 박 대리는 "빠르게 뜨고, 또 빠르게 사라지는 스포츠 스타같은 매니저가 되기보단, 매년 조금씩 수익률을 쌓아가는 지속가능한 운용을 하는 매니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 팀장도 "저는 분류하자면 슬로우 러너이지만, 대신 장점은 끈기가 있다는 점"이라며 "매일 열심히 종목을 발굴하고 공부하다 보면 수익률로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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