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 체급 키우는 한화그룹]오스탈 '9.9%'씩 직접매수·TRS 병행…허들 낮췄다"규제 부담" 오스탈 거절, 한화 '묘수'로 재도전…최대주주 안착할 듯
허인혜 기자공개 2025-03-21 07:28:43
[편집자주]
지상방산·항공·시스템에 강했던 한화그룹은 한화오션을 품에 안으며 육·해·공 종합방산 기업으로 도약했다. 적극적인 인수합병(M&A)으로 외형을 키워온 한화그룹은 핵심 사업인 방산 분야에서도 좋은 기업을 적기에 사들이는 전략을 펴며 영역을 확장하는 중이다. 한화그룹의 눈은 국내와 글로벌 기업을 모두 주시하고 있다. 더벨이 종합방산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는 한화그룹의 현황과 방산사업 확대 전략을 들여다 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3월 18일 15시4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화그룹은 호주 오스탈(Austal)의 지분 9.9%를 직접 매수하는 동시에 추가적인 9.9%에 대해 현지 증권사와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체결했다. 이런 구조를 채택한 건 호주 회사법상 외국인 투자자가 지분 10% 이상을 확보하려면 호주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FIRB)의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만약 FIRB의 승인이 내려지지 않더라도 직접투자와 간접투자 각각 9.9%씩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한화그룹은 지난해에도 오스탈 인수를 추진했지만 오스탈 경영진의 '당국 규제 우려'에 부딪혀 좌절됐던 만큼 이번에는 장벽을 최대한 낮춘 것으로 풀이된다. FIRB의 승인을 거친 후에는 TRS 계약 종료 후 해당 지분을 주식으로 매입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승인 후 19.9%의 지분을 확보하게 되면 현재 오스탈의 1대 주주인 타타랑벤처스의 지분을 넘어서게 된다.
◇'FIRB 승인 없어도' 직접 매수 9.9%, TRS 9.9% 확보
한화그룹은 호주 현지 자회사인 'HAA No.1 PTY LTD'가 호주증권거래소 장외거래를 통해 오스탈의 지분 9.91%, 4120만주를 직접 매수했다고 공시했다. 이와 별도로 오스탈의 지분 약 9.9%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TRS(Total Return Swap) 계약을 현지 증권사와 체결했다.
FIRB에 19.9% 지분 투자를 위한 거래의 검토도 요청해 뒀다. 호주 회사법(Corporations Act)상 외국인 투자자가 FIRB 승인 없이 매입할 수 있는 상장기업의 최대 지분은 10% 미만이다.
10%를 넘지 않는 TRS의 추가 취득은 FIRB의 승인이 없더라도 가능하다. 승인을 받기 전이라도 지분 직접투자 9.9%, TRS를 통한 간접투자 9.9%의 구조를 설계한 셈이다. FIRB의 승인이 이뤄지는 동안 간접 지배력을 높일 수 있는 장점도 있다. FIRB 승인 절차는 통상 수개월이 소요된다.
FIRB의 승인 후 TRS를 주식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호주 증권거래소 공시를 참고하면 TRS 계약에 주식을 실물로 인도 받을 권리 등은 부여되지 않았다. 따라서 계약을 종료한 후 9.9% 지분을 취득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 전문가는 "19.9%에 대한 투자 승인을 요청한 것부터 TRS의 주식 전환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자금은 이미 마련돼 있다. 한화시스템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유상증자를 통해 HAA No.1 PTY LTD에 각각 2027억원과 642억원을 투입해 자산총액 3378억원을 비축해뒀었다. 이중 1687억원을 9.9% 취득에 사용했고 1691억원이 남아있다.
확보한 지분의 리스크 관리를 위해 에퀴티 칼라(Equity Collar) 계약도 체결했다. 콜옵션 행사가는 5.34달러, 풋옵션 행사가는 4.45달러로 설정했다.

◇오스탈 인수 거절 '명분' 털어낸 묘수
한화그룹이 이같은 구조를 설계한 데에는 지난해 오스탈 인수 실패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해석된다. 외신 등을 종합하면 한화오션은 지난해 4월 오스탈 인수 가격으로 10억2000만달러를 제시했다. 직전 거래일 종가에 28.4%의 프리미엄을 붙인 금액이었다. 과반 이상의 지분 확보가 가능했다.
하지만 오스탈은 인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호주 현지 매체 디 오스트레일리안(The Australian) 등에 따르면 오스탈의 경영진은 한화그룹이 호주와 미국 당국의 승인을 받을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해 이를 거절했다. 오스탈은 호주의 전략적 조선사로 '인수'라는 방식을 택하려면 FIRB뿐 아니라 미국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 미국 국방방첩보국의 승인도 필요했다.
또 호주 내 여론이나 오스탈의 불신도 뛰어넘어야 할 장애물이었다. 호주 내에서는 외국 기업의 방산·함정 제조기업 투자에 반대하는 여론도 있었다. 또 오스탈은 한화그룹의 실제 인수 의지를 신뢰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의 구조에서는 이런 외부 요인은 최대한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FIRB 승인 후 CFIUS나 미국 국방방첩보국의 허가도 필수적이지는 않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관련 요청이 있다면 승인 절차에 들어갈 방침이다.
1대 주주인 타타랑벤처스의 지분은 17.09%다. 승인 후에는 한화그룹이 최대주주로 올라선다. 한화그룹은 조건서를 통해 회사에 대한 경영권 제안(control proposal)이나 인수 제안(takeover bid)을 제출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오스탈 지분 확대 계획은 없고, 현재 수준으로도 전략적 협업에는 무리가 없다는 입장"이라며 "협업 파트너로서 10% 미만은 적고, 지나치게 많으면 경영권 인수로 해석될 수 있어 제반 상황을 고려해 결정한 지분율"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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