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RA 일임 지연…당국 가이드라인 부재 금융위, 당시 세부요건 확립 못해…올해 초 간담회 후 재정비
박상현 기자공개 2025-03-25 16:53:39
이 기사는 2025년 03월 20일 14시4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로보어드바이저(RA) 업계 1위 디셈버앤컴퍼니가 내달 초 퇴직연금 RA 일임 서비스를 출시하는 가운데 주요 RA 업체들은 아직 서비스 출시일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를 두고 금융위가 주요 기준을 정하지 않은 채 금융규제 샌드박스로 지정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금융위원회는 발표 당시 퇴직연금 위험자산 비율, 수수료 산정 등을 샌드박스 선정사들에게 고지하지 않았다. 1~2월 RA업계와의 간담회를 통해 해당 문제들을 매듭지은 것으로 관측된다.
◇위험자산비율·보수체계 등 혼란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는 지난해 12월 24일 정례회의를 통해 퇴직연금 RA 일임 서비스를 혁신금융 서비스 중 하나로 지정했다. RA가 알고리즘 등을 통해 투자자의 성향에 맞는 포트폴리오를 자동 생성하고 그에 따라 개인형퇴직연금(IRP) 적립금을 일임 운용하도록 했다. 시행 첫해인 올해는 최대 900만원까지 맡길 수 있다.
선정된 기업은 총 17개사다. 미래에셋증권과 KB증권을 비롯해 디셈버앤컴퍼니, 업라이즈투자자문, AI콴텍 등 주요 RA 업체들도 포함돼 있다. 당시 RA 기업으로서는 숙원 사업이 본격화된 만큼 기대감에 부풀었다는 후문이다. 이미 여러 알고리즘을 코스콤 테스트베드에 통과시키는 등 준비도 마친 상태였다.
그러나 선정사들은 곧바로 서비스를 출시할 수 없었다. 금융위가 금융샌드박스로 선정하기만 했을 뿐 구체적인 사안이 확실히 정해지지 않으면서다. 대표적 사례가 퇴직연금 위험자산 산정 방식이다. 현재 제도에서는 확정기여(DC)형과 IRP의 경우 퇴직연금 적립금의 70%까지만 위험자산에 투자할 수 있다. 애당초 RA 상품은 적극투자형일 경우 위험자산 규모가 70% 수준인 만큼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됐다.
그러나 문제는 RA가 포함된 퇴직연금 계좌에서 70%를 어떻게 산정하느냐였다. 퇴직연금 RA 일임 서비스는 하나의 계좌에서 RA와 계좌주, 두 주체가 운용하는 구조다. 각자의 운용 성과에 따라 이 비율이 깨질 경우 리밸런싱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가령 고객 A의 IRP 잔액이 2000만원이라고 가정하자. 이때 900만원을 RA에 맡기고 나머지 1100만원은 직접 운용한다. 고객이 적극투자형 RA를 선택, RA는 자체적으로 위험·안전 자산 규모를 630만원(70%), 270만원(30%)씩 운용한다. 계좌주는 주식을 770만원(70%), 채권에 330만원(30%)를 투자한 상태다. 계좌주의 주식이 올라 전체 위험 자산 비율이 70%를 초과할 경우 적극투자형 RA는 정해진 알고리즘대로 운용이 불가능하게 된다.
운용 보수와 관련해서는 금융위가 성과보수형을 고수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일임업을 진행하는 몇몇 기업이 자체적으로 운용 보수를 측정, 금융위에 전달했으나 기각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자본 요건 역시 마찬가지였다. 한 RA업계 관계자는 “금융위가 샌드박스를 발표할 당시 부가 요건으로 자본 개선방안을 제시하면서 곧바로 서비스를 진행할 수 없는 경우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간담회 후 최종 정리…내달초 서비스 본격 출시 예상
금융위원회와 선정사 관계자들은 1월과 2월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간담회를 진행했다. 1월 간담회를 통해 세부사항을 면밀히 검토한 뒤 2월 최종 마무리한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들이 질문하면 금융위 담당자가 이에 대해 답변하는 식으로 이뤄졌다.
간담회 결과 위험자산 70%의 경우 분모값 기준을 900만원으로 잡기로 정해졌다. 즉, 계좌주의 운용 성과와 별개로 RA가 자체적으로 위험자산 비율 70%를 맞추면 된다는 의미다. 한 RA업계 관계자는 “사실 RA 업체가 900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고객의 자산 비중을 알 수 없다는 점에서 전체 자산을 기준으로 삼기는 불가능”이라고 말했다.
보수 체계도 확립됐다. 고객이 △기본보수 △성과보수 △기본보수·성과보수 혼합 등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일부 RA사들이 기본보수형을 포함할 것을 요청했으나 금융위로부터 확답받지 못했던 모습이다.
고객의 선택권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서다. 기본보수란 운용 규모에 따라 무조건적으로 받는 보수를, 성과보수는 운용 수익률에 따른 보수를 의미한다. 즉 수익률이 마이너스(-)일 경우 보수를 받지 못한다는 의미다.
현재 RA사들은 이러한 내용들을 토대로 혁신금융개시신청서를 작성하고 있다. 신청서에는 RA사가 어떠한 방식으로 퇴직연금 RA서비스를 진행할 것인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해당 내용에 대한 금융당국의 허가가 떨어지면 RA사는 곧바로 서비스를 개시할 예정이다. 동시에 퇴직연금사업자인 증권사들도 IRP 계좌의 약관을 수정하고 내부 전산개발을 마무리 짓는 모습이다.
디셈버앤컴퍼니가 업계 최초로 서비스를 개시할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디셈버앤컴퍼니는 신청서 작성을 마무리 짓는 단계다. 이달 안으로 당국으로부터 최종 승인을 받는다면 내달 초 서비스를 출시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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