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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러스톤, '기타비상무이사' 카드 꺼낸 이유는 경영 참여 명확화 요구, '이사회 멤버'로 책임 묻는다

고은서 기자공개 2025-03-25 16:57:11

이 기사는 2025년 03월 25일 16시2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태광산업의 2대 주주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의 경영 복귀 수단으로 '기타비상무이사' 선임 카드를 꺼내 들었다. 회사가 건강 문제를 이유로 사내이사 복귀를 거부하자 트러스톤자산운용은 비상근이지만 등기임원으로서 책임을 지는 방식의 경영 참여를 요구하며 한 발 물러선 대안을 제시했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사내이사보다 한 발 물러선 형태인 기타비상무이사로의 선임을 제안하며 책임경영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나섰다. 오는 4월 임시주총 소집 추진도 검토 중이다. 앞서 지난 11일 공개 주주서한을 통해 이 전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을 위한 임시주주총회를 요청했으나 태광산업은 건강상의 이유로 이를 거절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이 전 회장이 현재도 경영고문으로 활동하며 사실상 경영에 관여하고 있는 만큼, 공식적인 직책을 부여해 투명하고 책임 있는 경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성원 트러스톤 ESG운용부문 대표(부사장)는 "이사회가 이 전 회장의 경영 복귀 필요성을 이미 논의한 바 있고, 지난해 10월 이사회에서 사외이사 전원이 복귀 필요성에 공감했다"며 "경영고문이라는 애매한 위치보다는 이사회 구성원으로서 책임을 지는 형태가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기타비상무이사는 사내이사나 사외이사처럼 상법상 명시된 용어는 아니지만 기업 현장에서 널리 사용되는 직책이다. 통상 '비상근 등기이사'를 의미하며, 회사에 상근하지는 않지만 이사회 멤버로서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임원이다. 사외이사와 달리 독립성이 요구되지 않는다. 최대주주나 경영진과 특수관계가 있어도 선임이 가능하다.

실제 법적 지위는 사내이사·사외이사와 다르지 않다. 이사회 결의에 참여하는 만큼 민·형사상 책임도 동일하게 발생한다. 즉 상무에 종사하지 않는다는 것 말고는 사내이사랑 다를 것이 없다. 이 때문에 기타비상무이사는 △경영 고문에서 공식 직책을 부여받는 경우 △오너 일가의 경영 참여 수순 △책임은 지되 실질 관여는 제한하고 싶을 때 활용되는 포지션으로 알려져 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이 기타비상무이사 카드를 꺼낸 배경에는 국내 재계에서 유사한 사례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LS그룹의 구동휘 LSMnM 대표는 LS증권의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되며 이사회에 합류했다. LS증권은 "그룹 편입 이후 계열사 경영 연계를 강화하고 책임 있는 의사결정을 위해 기타비상무이사 선임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룹 내 주요 오너일가가 본업과 무관한 계열사에 비상근 이사로 참여하는 구조다.

지난해 종근당의 오너 3세(이장한 종근당 회장의 장남)인 이주원 종근당 개발기획팀장도 종근당바이오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됐다. 경영 승계 및 실질적 의사결정 연습을 위한 사전 관여 차원에서 선임된 사례로 해석된다.

이처럼 기타비상무이사라는 제도는 비공식 경영참여를 넘어서 책임 있는 역할로의 전환 혹은 공식 지위 부여를 위한 전단계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트러스톤자산운용 역시 이 같은 흐름을 감안해 기타비상무이사 선임을 제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러스톤의 기본 입장은 명확하다. 이호진 전 회장이 실질적으로 경영에 관여하고 있다면 책임 있는 직위에서 경영에 참여해야 하며,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이사회 중심 경영으로 전환하고 경영에서 손을 떼야 한다는 것이다.

트러스톤은 이 전 회장이 최근까지 차기 CEO 인선을 주도하고 이사회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해온 만큼 '건강 문제'나 '의사 미확인'을 이유로 경영 복귀를 회피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고 본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태광산업 이사회에서 이 전 회장의 경영 복귀 필요성이 공식 논의된 바 있고 트러스톤과 회사 측도 복귀 시점과 방식을 두고 협의를 진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운용사는 이호진 전 회장이 기타비상무이사로서 공식 경영에 복귀하는 방안과 함께, 회사가 이를 계속 거부할 경우 이사회 중심 경영 체제로의 전환을 본격 요구할 방침이다. 트러스톤은 4월 임시주총 소집을 통해 책임경영 강화를 위한 주주제안을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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