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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채 캡티브 영업에 대한 단상 [thebell desk]

김슬기 자본시장부 차장공개 2025-04-01 08:04:09

이 기사는 2025년 03월 28일 07시5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증권사 DCM(부채자본시장) 파트의 화두는 회사채 캡티브 영업이다. 캡티브 영업은 증권사들이 계열사의 참여를 약속하고 주관사를 따내는 관행을 일컫는 말이다. 계열사의 참여가 아니더라도 증권사 내 다른 파트의 수요예측 참여도 포괄한다. 주관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횡행했던 영업 방식이 최근 금융감독원의 현장검사 의지로 인해 재차 주목받았다.

다만 '계열사들이 도와드릴 거예요, 저희 증권사 다른 파트가 들어오기로 했어요'라는 식으로 영업했더라도 실제 양쪽이 원하는 만큼 수요예측에 참여했는지는 알 수 없는 문제다. 심증은 있어도 계열사가 실제 해당 회사채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었는지, 리테일이나 발행어음 계정을 운용하는 데 꼭 필요했는지는 외부인이 판단하긴 쉽지 않다.

그렇다고 실체가 없는 것은 아니다. 최근 발행사 분위기를 묻는 질문에 한 증권사 IB는 "예전에는 발행사가 가능한 입찰 금리 수준이나 수요 등을 문서화하기 희망했다면 지금은 구두로 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생각보다 만연하게 이뤄지는 요구 때문에 연기금이나 공제회가 수요예측 과정에서 금리가 왜곡됐다고 보고 있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발행사들은 이런 경쟁 구도를 본인들의 입맛에 맞게 이용하고 있다. 과거만 해도 증권사 1~2곳을 대표 주관사로 선정해서 국내·외 경제 상황이나 금리 전망, 현재 시장 수요, 회사의 사업 전망 등을 고루 논의한 뒤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하지만 재무 담당자들도 이제는 주관사단을 대형화해서 어느 정도의 수요를 가져올 수 있을지만 논의한다는 후문이다.

그나마 매년 조달을 진행하는 발행사들은 시장 상황과 본인들 회사에 대한 선호도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서 인지하는 편이다. 지난해에는 업황이 좋아서 뜨거운 관심을 받았더라도 올해에는 투자자 유입이 수월하지 않은 상황을 경험해서다. 등급 변동이 없더라도 매년 재무 상황에 따라 언제든 달라지는 게 시장 수요다.

오히려 오랜만에 시장을 찾는 대기업들은 상황을 잘 모르기 때문에 현실과 동떨어진 요구를 한다는 후문이다. 과한 요구를 들었을 때 증권사 IB들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그럴 땐 결국 주관사단도 할 수 있는 게 제한적이기 때문에 포기하는 쪽을 택한다고 했다. AA급의 우량기업들은 조달도 회사채에 국한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IB업계에서는 회사채 캡티브 영업과 관련해서 금감원이 조사에 나서는 부분이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업계의 이야기를 듣고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주면 모를까 검사를 통해 일방적으로 증권사들이 잘못했다는 식으로 몰아간다면 돈 안 되는 회사채 주관 업무를 맡고 싶은 곳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또한 발행사의 무리한 요구가 결국 시장에서 본인들의 적정한 가격을 찾는 회사채 수요예측 제도를 무력화하고 있다는 점도 유념했으면 한다. 현실적으로 회사채 조달이 가능한 기업들은 대기업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금리도 맞춰서 요구할 거라면 은행권 대출을 이용하면 된다. 자본시장을 이용한다면 시장 참여자들 모두가 그에 걸맞은 자세를 갖춰야 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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