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 스마트오더 점검]규제 개선으로 열린 시장, 트렌드 변화에 성장 주춤②달리·겟주 서비스 중단, 기존 유통사 서비스 부진…선두 업체 중심으로 재편
안준호 기자공개 2025-04-07 07:59:50
[편집자주]
주류 스마트오더 플랫폼은 한국 주류 산업의 빈틈을 포착하며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코로나19 시기 달라진 주류 문화도 시장 확대에 기여했다. 5년차를 맞은 현재는 대기업 진출과 여전히 남아 있는 규제의 틈바구니 가운데 정체를 보이고 있다. 더벨은 스마트오더 플랫폼들의 현재를 짚어보고 향후 가능성을 전망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4월 02일 09시5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세청 고시 개정과 함께 시작된 주류 스마트오더 산업은 최근 주요 사업자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 규제 개선의 틈새를 노리고 스타트업은 물론 기존 유통사들도 활발히 진출했지만 성과를 보인 것은 소수에 그쳤다. 최근에는 일부 업체들의 폐업 소식도 전해졌다.플랫폼 비즈니스 특성상 유통망과 고객 선점 효과가 컸다. 여기에 소비자 특성은 물론 시장 트렌드 변화에 따라 업체 간 희비가 엇갈렸다는 평가다. 선두 업체들 역시 상품 카테고리 확장, 협업 추진 등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모색 중이다.
◇규제 틈새서 성장한 스마트 오더, 서비스 중단 사례 등장
현재 국내 주류 유통 시장에서 온라인 판매(통신판매)는 원칙적으로는 전통주를 제외하면 불가능하다. 예외가 되는 것은 주문 금액의 50% 이하로 음식과 함께 배달하는 경우, 또는 직접 대면해 상품을 받는 경우다. 후자가 스마트 오더 판매방식이다.
고시 개정 이전에도 온라인에서 주문하고 매장에서 물건을 받는 방식은 가능했다. 차이점은 결제 유무였다. 온라인 결제가 이뤄지면 상품의 가격도 공개되고, 거래를 중개하는 플랫폼이 수익을 얻는 것도 가능해진다.
때문에 고시 개정 이후 기존 유통사들과 스타트업들이 스마트 오더 비즈니스를 표방하고 속속 등장했다. 스타트업 뿐만 아니라 기존 주류 유통사들도 스마트 오더 방식의 서비스를 선보였다. 때마침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가정용(on trade) 시장 수요도 커졌다.
주류 시장은 국내 유통 산업 가운데서도 발전이 더딘 곳으로 꼽힌다. 강한 규제로 인해 판매 채널이 제한되어 있고, 가격 정보 역시 지역별로, 시기별로 천차만별이었다. 이런 환경 자체가 주류 시장의 다양성을 제한하고 있다는 시각도 팽배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주류 시장 규모는 수십조원에 달하지만 그 가운데 절대 다수를 맥주와 희석식 소주가 차지하고 있는 것은 이상한 일”이라며 “보다 다양한 수요가 등장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에 2020년 고시 개정과 함께 스마트 오더 비즈니스들이 다수 등장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고시 개정 이후 5년여가 흐른 현재 상황은 판이하게 달라졌다. 후발주자로 시장에 등장했던 달리, 겟주 등이 최근 서비스를 중단한 가운데 주요 사업자는 데일리샷과 키햐 정도만 남아있다. 스마트 오더 서비스를 론칭했던 기존 유통사들 역시 성적이 부진하다.

◇트렌드 변화에 후발주자 주춤…선두 업체는 서비스 다양화 ‘박차’
1세대 와인 유통사인 나라셀라는 2022년에는 관계회사 와인원 설립에 참여하고 스마트 오더 플랫폼 일킬로미터 와인(1KMWINE)을 선보였다. 지난해 기준 매출액은 4529만원으로 전년 5424만원 대비 역성장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은 16억원, 12억원으로 적자가 지속됐다.
롯데칠성음료 사내벤처로 출범했던 보틀하이커는 최근 법인을 청산했다. 스마트 오더 플랫폼 ‘와인하이커’를 운영하며 분사까지 했지만 성과를 내기엔 역부족이었다. 종합식품기업인 SPC그룹 역시 자사 앱 등을 통해 와인 스마트 오더 서비스를 영위하고 있지만 큰 재미는 보지 못하고 있다.
주류 시장의 변화가 가장 큰 원인으로 거론된다. 와인, 위스키 등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수요는 코로나19 시기 대비 급감한 상태다. 특히 와인은 지난 2021년 수입액이 4억6925만 달러로 전년 대비 71% 가량 증가했지만, 지난해엔 3억5128만 달러로 줄었다.
위스키 시장 역시 마찬가지다. 와인 열풍이 지나간 이후 인기가 급증했지만 현재로선 성장이 정체됐다. 위스키류 수입 규모는 2021년 1억7534만 달러에서 2022년 2억6684만 달러로 52% 가량 증가했지만, 지난해엔 2억4942만 달러로 전년 대비 4% 가량 감소했다.
유통 산업 특성상 스마트 오더 플랫폼 역시 선점 효과가 크다는 평가다. 기술력으로 인한 해자가 크지 않기 때문에 상품 유통망을 먼저 확보하고 고객을 끌어들인 곳이 유리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가장 먼저 시장에 진출했던 데일리샷이 현재도 거래액 규모는 가장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데일리샷의 경우 현재 월간활성이용자(MAU) 수치가 100만명 이상을 기록 중이다. 스마트 오더 서비스 가운데 가장 큰 규모로 평가된다. CU 등 편의점 기업과 협업을 통해 제휴 매장도 1만 곳 이상으로 확장했다. 지난해 기준 누적 거래액은 1300억원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스마트 오더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시기 풍부한 유동성을 기반으로 투자유치에 성공했던 곳들이 최근 문을 닫고 있다”며 “반면 먼저 시장에 진출한 스타트업들의 경우 협업과 유통사 인수, 공동구매 모델 확보 등으로 몸집을 키워나가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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