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산일전기 상장 그후]공모주 한파 뚫었지만…변압기 올인 '양날의 검'①매출 3000억, 20년 만에 상장…특정 시장·제품 편중 '한계'

유나겸 기자공개 2025-04-10 07:41:28

[편집자주]

산일전기는 지난해 7월 전선업 호황을 타고 증시에 입성했다. 상장 첫날 주가는 43% 급등했고 이후 공모가의 두 배 수준까지 올랐다. 워낙 침체된 IPO 시장 상황이었던 탓에 단연 돋보이는 성과였다. 다만 최근 주가는 하락세다. 글로벌 수요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트럼프 리스크가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알 수 없는 탓이다. 상장 1주년을 눈 앞에 둔 산일전기의 재무, 사업 현황 및 전략 등을 다각도로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4월 07일 16시0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산일전기가 유가증권시장에 입성한 지 9개월이 지났다. 상장 첫날부터 주가는 급등세를 타며 한때 공모가의 두 배 수준에서 거래됐다. 특수용 변압기를 미국 대형 전력사에 납품하는 포트폴리오에 더해 전력 인프라 투자 확대 등 전선업 호황이 맞물리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낙관하기 어려운 시장 상황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 집권 후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 대외 변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변압기 산업 자체가 대표적인 사이클 산업이라는 점도 리스크로 꼽힌다. 실제 산일전기 주가는 최근 하락세다. 특정 제품과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만큼 포트폴리오 다변화는 앞으로의 성장을 위한 필수 과제다.

◇2년 새 영업익 806% 급증…미 수출이 성장 '견인'

1994년 설립된 산일전기는 리액터, 변압기, 철도차량 부품 등을 제조하는 기업이다. 최근 가장 주력하고 있는 분야는 변압기다. 노후 전력망 교체 시기가 도래하고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수요가 증가하면서 최대 수출국인 미국을 중심으로 수요가 급증한 것이 주효했다.

산일전기는 이 같은 전력 인프라 호황기에 기민하게 대응한 기업 중 하나다. 2023년 변압기 사업부에서 센서·인코더 제조를 맡던 전자사업부를 물적분할했다. 이후 전자사업부를 매각하며 변압기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을 명확히 했다.

이후 외형과 수익성 모두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2010년대까지만 해도 별도기준 연매출 500억~600억원대를 웃돌았으나 2022년 1076억원, 2023년 2145억원, 2024년 3340억원으로 급증했다. 영업이익 역시 같은 기간 121억원, 466억원, 1095억원으로 매년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눈에 띄는 실적 개선에 힘입어 산일전기는 IPO 요건을 갖추게 됐다. 20여 년 전 코스닥 상장을 한 차례 추진했으나 실패했지만 2022년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하며 다시 유가증권시장 입성에 도전했다.

수요예측 단계부터 시장의 관심은 뜨거웠다. 참여 기관의 96%가 희망공모가 밴드(2만4000원~3만원) 상단을 초과하는 구간에 청약을 넣었다. 산일전기는 결국 공모가를 밴드 상단보다 17% 높은 3만5000원에 확정했다.

시장의 기대감은 상장 후 주가에도 반영됐다. 상장 첫날 주가가 43% 급등한 이후에도 상승세를 이어가며 한때 공모가의 두 배 수준에서 거래됐다. 장중 8만3500원을 기록하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해외 기관의 반응도 긍정적이었다. 대부분 3개월 이상 의무보유(락업) 확약을 걸며 투자 의지를 드러냈다.

국내 변압기 시장에서 중소 제조업체 가운데 가장 큰 매출 볼륨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투자자들에게는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했다. 변압기 시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주력 제품군이 뚜렷하게 나뉘는 구조다. 승압용 변압기는 주로 대기업이 생산하고 강압용 변압기는 중소기업이 주력한다.

대기업으로는 LS일렉트릭, 효성중공업, HD현대일렉트릭, 일진전기 등이 있다. 중소업체 중에서는 산일전기와 제룡전기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기준 산일전기의 매출은 3340억원으로 제룡전기(2627억원)를 크게 앞선다. 물론 LS일렉트릭(4조5518억원) 등 대형 업체와의 격차는 크지만 중소 업체 중에서는 매출 규모가 가장 크다.

◇특수 변압기 강점, 변수 존재…두달 새 주가 44%↓

다만 상황을 낙관적으로만 바라볼 수 없다. 산일전기의 미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만큼 '트럼프 리스크' 등 대외 변수에 취약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일전기는 지난해 전체 매출(3340억원) 중 90.2%를 수출에서 올렸다. 이 가운데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68.3%에 달하며 2023년에는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84%였다. 미국 인프라 투자 확대와 맞물려 수출 호조를 누려왔지만 트럼프의 정책에 따라 대내외적 환경이 급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트럼프는 1기 재임 시절부터 제조업 리쇼어링(미국 내 생산 회귀)을 강하게 추진한 바 있다. 재집권 시 관세뿐 아니라 보조금 정책, 현지 생산 유도, 에이전트 등록 요건 강화 등 비관세 장벽이 강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국 매출 비중이 높은 기업일수록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

다만 산일전기 측은 지금까지 다른 국가에서 반덤핑 관세나 세이프가드, 상계 관세, 수입 쿼터 등을 부과받은 전례가 없고 자사 제품이 미국산 제품보다 높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미국 당국이 반덤핑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대외 변수와는 별개로 사업 구조에 내재된 리스크를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산일전기의 지난해 기준 변압기 매출 비중은 전체의 92%에 달한다. 현재는 변압기 교체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슈퍼사이클 국면에 있지만 제품 수명이 20~30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수요는 사이클에 따라 호황과 불황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

수요 둔화 국면에 진입할 경우 특정 제품과 시장 의존도가 높은 기업일수록 타격이 클 수 있다. 실제 다수의 전선, 변압기 기업들은 불황을 맞이해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일진전기는 변압기와 전선 이원화 구조에 더해 최근에는 배터리 신소재 사업에도 나서며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추진 중이다.

산일전기는 신재생에너지 인버터용 변압기 시장에서 틈새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해당 수요 역시 사이클성에서 완전히 자유롭진 않다는 평가다. 따라서 시장·제품 다변화는 여전히 주요 과제로 남아 있다.

이러한 우려가 반영된 듯 산일전기 주가도 최근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산일전기 주가는 7일 4만60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올해 1월 중순 기록한 최고가(8만3500원) 대비 약 45% 하락한 수준이다. 산일전기의 주가가 4만원대로 떨어진 건 지난해 9월 이후 처음이다.

전선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전선과 변압기 산업은 대표적인 사이클 산업"이라며 "특정 시장과 제품 의존도가 높은 기업일수록 불황기 진입 시 리스크가 더 크게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더벨 서비스 문의

02-724-4102

유료 서비스 안내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4층,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김용관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황철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