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성과 평가]잘나가는 현대차, PBR로 보면 여전히 중위권코스피 84개사 중 종합점수 26위로 부진…순자산 120.3조, 시장서 절반만 인정
고진영 기자공개 2025-04-14 08:09:27
[편집자주]
정부가 기업 밸류업 정책을 발표한 후 어느덧 해가 바뀌었다. 그간 모두 125개의 기업이 가치제고 계획을 공시했다. 이른바 '단타'가 만연한 국내 증시의 관행을 벗어나, 기업은 원활한 자금조달을 토대로 성장하고 국민은 그 성과를 향유해 재투자하는 선순환적 자본시장을 구축하겠다는 포부다. 하지만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해묵은 숙제를 풀려면 제도 수립만큼이나 기업 스스로의 지속적이고 실질적인 노력이 필수적이다. 밸류업 계획을 내걸었던 기업들은 지난 한 해 어떤 성과를 거뒀을까. 더벨 SR(Search & Research)본부가 밸류업 계획을 밝힌 기업들을 전수 조사해 자체 평가를 실시했다.
이 기사는 2025년 04월 10일 08시20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재계 3위 현대차그룹이 밸류업 정책에선 부진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지표별로 점수를 평가한 결과 현대글로비스가 유일하게 10위권에 진입했고 나머지 계열사들은 중·하위권으로 처졌다현대차마저 20위권에 들지 못했는데, 낮은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발목을 잡아 체면을 구겼다. 100조원대 순자산을 보유했지만 시장은 '저효율 자본'으로 판단하고 있다.
THE CFO가 지난달 31일까지 밸류업 계획을 밝힌 기업들을 전수 조사한 바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에서 모두 5개 계열사가 공시에 참여했다. 현대차와 기아, 현대글로비스, 현대모비스, 현대건설 등이다.
유가증권시장(KOSPI)의 총 83개 기업이 동참했으며 THE CFO는 △총주주수익률(TSR) △자기자본이익률(ROE) △ROE 증분(△ROE) △PBR △PBR 증분(△PBR) △지배구조 등급 등 6개 지표를 기반으로 성과를 채점했다. TSR를 통해 주주수익성, PBR을 통해 시장평가를 반영하고 ROE로 자본효율성을 살폈다. 지표당 20점씩 120점 만점이다.
현대차그룹 계열사 가운데 종합점수가 가장 좋았던 기업은 현대글로비스로 나타났다. 120점 만점에 91.85점으로 9위에 올랐다. 지표별로는 ROE 점수가 13위(13.24%)였고 PBR 증분 16위(+0.08), TSR 16위(30.22%), PBR 26위(1.01배), ROE 증분 35위(-28%p) 순으로 뒤를 따랐다.
특별히 고득점한 지표는 없지만 골고루 무난한 점수를 얻은 덕분에 10위권 안에 들어갈 수 있었다. 문제는 현대글로비스를 제외한 나머지 계열사들은 전부 10위 밖으로 밀려났다는 점이다.

종합 순위를 보면 현대차가 26위(76.98점)에 그쳤으며 기아는 바로 뒤인 27위(74.93점), 현대모비스와 현대건설도 각각 31위(70.54점), 76위(37.12점)에 머물렀다. 특히 그룹 중추이자 국내 시가총액 5위인 현대차의 고전은 아쉬운 부분이다.
부진의 원인은 무엇일까. 현대차는 지표별로 ROE 17위(12.43%), TSR 25위(11.72%), ROE 증분 34위(-1.25%p), PBR 증분 35위(-0.07), PBR 55위(0.51배)를 기록했다. 이중에서도 PBR이 눈에 띄게 낮은 순위를 보였다.

현대차는 고질적으로 저평가된 PBR 이슈에 시달려왔다. 지난 10년간 대체로 0.4~0.8배 주변을 맴돌아 1배를 크게 하회했다. 작년 기준 PBR이 0.5배 수준이니 시장에서 장부상 순자산가치의 절반만 인정받고 있다는 뜻이다. 토요타나 포드, GM 등 글로벌 경쟁사들의 PBR이 통상 0.8~1.0배 안팎인 것과 비교되고 같은 계열사인 기아의 PBR(0.71배)보다도 낮다.

현대차가 이미 피크를 찍었다는 시장의 우려가 작용했을테지만, 순자산이 지나치게 많다는 점도 낮은 PBR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2024년 13조원을 넘는 순이익을 냈는데 ROE가 12%대(12위)를 기록, 기대에 미치진 못한 것 역시 자본규모가 워낙 거대하기 때문이다.
작년 기준 현대차는 현금성 자산만 30조원, 자본총계는 120조3000억원에 이른다. 대표적인 자본집약적 기업이다. 대규모 생산설비(공장)가 많이 순자산이 커지는 경향이 있을뿐 아니라 현대건설 지분(20.95%)이나 글로벌비즈니스콤플렉스(GBC) 부지 등 사업과 무관한 자산도 대거 보유했다. 투자자들이 보는 미래가치가 회계장부상 가치에 미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현대차가 최근 공격적 투자와 함께 주주환원을 대폭 강화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현대차는 ‘2024 현대자동차 밸류업 프로그램’을 통해 총 주주환원율(TSR) 개념을 새로 도입하고 2025년부터 2027년까지 TSR 35% 이상을 유지하기로 했다.
기존 배당성향 25%보다 10%p 이상 올렸고 최소 배당금 개념까지 도입했다. 적어도 연간 주당 1만원 이상을 배당한다. 연말까지 16조9000억원에 이르는 투자를 예정 중이지만 배당정책은 그대로 고수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그룹 양대 기둥의 한축인 기아는 지배구조 지표를 제외한 총점이 62.93점으로 현대차(60.98점)보다 높았다. 그러나 지배구조 점수가 12점(B+)에 그치면서 한 단계 낮은 순위로 떨어졌다.
지표별로는 ROE가 8위(19.09)로 계열사 최고 순위를 찍어 선전했다. 나머지 지표 순위는 TSR 27위(9.84%), ROE 증분 36위(-1.35%p), PBR 39위(0.71배), PBR 증분 47위(-0.14)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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