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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일전기 상장 그후]이사회 구성원 확대했지만…내실·균형 '글쎄'⑤성별·세대·직종 다양성 결여, 사외이사 교육 미실시

유나겸 기자공개 2025-04-16 08:41:06

[편집자주]

산일전기는 지난해 7월 전선업 호황을 타고 증시에 입성했다. 상장 첫날 주가는 43% 급등했고 이후 공모가의 두 배 수준까지 올랐다. 워낙 침체된 IPO 시장 상황이었던 탓에 단연 돋보이는 성과였다. 다만 최근 주가는 하락세다. 글로벌 수요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트럼프 리스크가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알 수 없는 탓이다. 상장 1주년을 눈 앞에 둔 산일전기의 재무, 사업 현황 및 전략 등을 다각도로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4월 14일 16시1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산일전기가 이사회 체제를 확대하며 외형상 변화를 꾀했다. 사외이사 두 명을 신규 선임하면서 이사회는 3인에서 5인 체제로 전환됐고 공학·재무 분야 전문가를 영입해 전문성을 보완했다.

다만 이사회 구성의 내실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법률·글로벌 감각을 갖춘 인사는 빠졌고 성별·세대 다양성도 확보되지 않았다. 글로벌 매출 비중이 높은 사업 구조와 지배구조 개선 흐름을 감안하면 현재 이사회 구성만으로는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사외이사에 공학·재무 전문가 선임

지난해 산일전기는 이사회 체제를 개편했다. 기존 사내이사 2명, 사외이사 1명에서 사외이사 2명을 추가해 총 5인 체제로 전환했다. 기존 박동석 대표이사, 한익희 사내이사, 김영익 사외이사에 김현철 이사, 조원모 이사가 새롭게 합류했다.

이번 이사회 개편 배경에는 최대주주와의 이해관계 거래가 있다. 산일전기는 2014년 축산분뇨·음폐수 처리 및 바이오가스 사업을 영위할 목적으로 비상장사 ‘틔움’을 설립했다. 산일전기와 특수관계인의 출자를 통해 만들어진 회사다.

산일전기는 2023년 9월 이사회에서 박 대표 및 특수관계인에게 보유중인 틔움 주식을 매도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해당 주식은 틔움 설립 초기 출자와 이후 유상증자, 출자전환 등을 통해 산일전기가 확보한 지분이다.

당시 외부 평가기관을 통해 1주당 4123원으로 평가받고 매각이 이뤄졌지만 산일전기가 과거에 취득한 단가는 1주당 5000원 수준으로 총 14억5800만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문제는 거래 당사자가 대표이자 최대주주였다는 점이다.

내부통제 미비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산일전기는 상장 전 투자설명서를 통해 지배구조 개선 계획을 공개했다. 대표적으로 사외이사 선임을 확대하고 2024년 말까지 사외이사 비중을 과반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에 따라 산일전기는 상장 후 사외이사를 약속대로 3명으로 늘렸다. 기존 김영익 이사에 더해 김현철 이사가 지난해 년 1월, 조 이사가 지난해 7월 말 합류했다. 이번 인선을 통해 산일전기 이사회에는 경제 전문가와 공학 전문가가 새롭게 자리하게 됐다.

김현철 이사는 한국IR협의회 부회장과 한국거래소 경영지원본부 상무를 지낸 재무 전문가다. 조 이사는 수원대학교 조교수로 기계공학을 전공했으며 다수의 대기업 제품 개발부서에서 35년 이상 근무한 공학 전문가다. 산일전기는 기획, 설계, 개발, 양산 등 제품 전반에 걸친 그의 경험이 회사 성장에 기여할 것으로 판단해 선임했다고 밝혔다.

◇이사회 전원 60대…국제·법률 감각 '공백'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이사회 외형은 확대됐지만 구성의 내실은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사외이사 수는 늘었으나 법률이나 글로벌 경영 경험을 갖춘 인사는 포함되지 않았고 전문성과 배경 측면에서의 다양성도 떨어진다는 평가다. 감사위원회는 설치돼 있지 않으며 사외이사 대상 교육도 실시되지 않고 있다.

현재 산일전기의 사외이사 3명 중 2명이 경제 전문가다. 법률 또는 글로벌 경영 경험을 보유한 인사는 없다. 특히 전체 매출의 90.2%가 수출에서 발생하는 산일전기의 사업 구조를 고려하면 해외 인증과 규제 대응, 계약 리스크 등을 관리할 수 있는 법률 및 국제 전문가의 참여는 필수적이다.

또한 변압기는 고전압 전력 설비로 분류돼 각국의 기술 인증, 안전 기준, 환경 규제를 충족해야 하며 해외 입찰이나 계약 체결 과정에서도 복잡한 법률 리스크가 동반된다. 이 같은 특수성을 감안할 때 관련 전문성을 갖춘 사외이사의 조언과 견제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평가다.

현재 산일전기 이사회에는 이러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사외이사가 전무하다. 반면 피어그룹 기업들은 이사회 내에 법률 및 국제 전문가를 배치해 글로벌 사업 환경에 대응하고 있다.

세대·성별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점도 보충 과제로 꼽힌다. 현재 산일전기 이사회는 전원 남성으로 구성돼 있다. 자산총계 2조원 이상 상장사는 자본시장법상 이사회를 동일 성별로 구성할 수 없지만 산일전기의 자산총계는 4927억원으로 해당 의무는 적용되지 않는다.

다만 피어그룹인 제룡전기도 법적 의무는 없지만 지배구조 개선과 다양성 강화를 이유로 여성 이사를 선임한 바 있다.

산일전기 이사회의 연령 구성은 모두 60대 인사들로 채워져 있다. 박 대표가 1961년생이며 김영익 이사(1959년생), 김현철 이사(1962년생), 조원모 이사(1963년생), 한익희 이사(1957년생) 등 모두 60대다. 30~40대 이사가 포함된 피어그룹과 비교해 세대 다양성이 부족하다.

사외이사 교육도 실시되지 않고 있다. 사측은 이들이 각 분야 전문가로 구성돼 있어 별도의 교육을 실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피어그룹인 LS일렉트릭, 제룡전기 등은 사외이사 교육을 정례화하고 있다.

사외이사 지원 별도 지원 부서도 마련돼 있지 않다. 전략기획팀 임직원 3명(상무이사, 부장, 과장)과 재경팀 총괄 상무이사 1명이 이사회 통보, 자료 제출, 지시사항 이행 등 사외이사 보조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다양한 면에서 볼 때 산일전기는 사외이사를 2명 늘리며 외형적 변화를 꾀했지만 이사회 구성의 내실은 여전히 부족하다. 법률·글로벌 전문가의 부재를 비롯해 세대·성별 다양성 부족, 사외이사 교육 미실시 등 전반적인 지배구조 다양성 측면에서 개선 여지가 큰 상황이다.

또한 상법상 자산총액 1000억원 이상 2조원 미만 상장사는 감사위원회 설치 또는 상근 감사 선임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산일전기는 이 가운데 상근 감사 1명을 주주총회 결의로 선임해 감사 업무를 맡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사회 구성은 외형보다 실질적 역할이 중요하다"며 "글로벌 사업 비중이 높은 만큼 법률, 국제 감각을 갖춘 인사가 필요하고 다양성 측면에서도 균형 잡힌 구성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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