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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icy Radar]발행어음 모험자본 의무화, 종투사 리스크 고민그간 안정성에 무게 둔 보수적 전략, 향후 운용 전략 변화 불가피

이명관 기자공개 2025-04-21 08:24:17

이 기사는 2025년 04월 14일 14시3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전체 운용자산에 대한 모험자본 공급 의무화 정책이 발표되면서 증권사들도 대응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그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자산으로 분류되는 채권을 중심으로 운용해왔기 때문이다. 문제가 되고 있는 부동산 역시 담보부 물건이어서 어느 정도 리스크를 상쇄할 수 있는 요소들이 있었다.

그런데 모험자본에 의무적으로 공급을 하게 되면 그만큼 리스크가 커지는 측면이 있다. 운용에 대한 부담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전체 운용자산의 4분의 1 정도가 모험자본에 의무적으로 투입되야 하는 터라 그만큼의 익스포져가 증가하게 된다.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의 고민이 깊어지는 지점이다.

정부는 지난 10일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제도개선을 중심으로 한 증권업 기업금융 경쟁력 제고방안을 발표했다. 제고 방안 중 모험자본의 공급 의무화는 시장의 주요 관심 사안 중 하나였다. 핵심은 종투사의 전체 운용자산 중 발행어음 조달액의 25%를 국내 모험자본에 공급해야 한다는 안을 골자로 하고 있다.

현재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종투사는 만기 1년 이내 발행어음을 통해 자기자본의 200%까지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지난 3월말 기준 종투사 지정현환을 보면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인 곳은 총 5곳이다. 이중 발행어음 발행이 가능한 단기금융엽인가를 받은 곳은 4곳이다.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등이다.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아 발행어음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온 종투사들로선 모험자본 의무투자에 다소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모험자본은 그간 자금을 집행해온 기조와는 다소 결이 다르기 때문이다.

기존엔 조달액의 대분이 기업금융으로 향했다. 기업금융에 할애된 자금은 과반이 넘었다. 여기에 부동산도 30% 정도 운용했다. 부동산이라고 하면 대부분 부동산 담보대출 형태가 주류를 이뤘다. 최근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비롯해 부동산금융 관련 위험성이 부각되고 있지만, 담보물이 확실한 대출의 경우엔 어느 정도 리스크를 헤지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

그만큼 발행어음 투자자들에게 안정적으로 이자를 지급할 수 있도록 운용전략을 적절히 구축해놨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이유에서 채권 담당 매니저들이 다수 운용인력에 포진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조달액의 25%를 의무적으로 모험자본에 투자해야하는 상황에 놓이면서 운용전략을 새롭게 짜야하는 상황에 놓였다는 게 종투사들의 반응이다. 종투사 한 관계자는 "안정성에 무게를 두고 자금운용을 해왔다"며 "이번 모험자본 의무화 조항에 어떻게 대응할 지 고민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헤지펀드 운용사를 비롯해 몇몇 기관들은 종투사로부터 자금을 조달받기 위해 문을 두드리기도 했다. 물론 보수적으로 자금을 운용해왔던 터라 종투사들 대부분이 기존 전략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상태로 자금을 운용했다. 사실상 반려했다고 보면 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책에 따라 의무적으로 조달액의 4분의 1을 투자하게 되다 보니 운용인력부터 전략까지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실제 한 대형 종투사는 25%를 그대로 익스포져로 봐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모험자본은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과 주식 투자, A등급 이하 채무증권,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 매입, 상생결제, 벤처캐피탈(VC)·신기술사업금융회사, 하이일드펀드와 코스닥벤처펀드 등이 포함된다.

이들 모험자본은 말 그대로 고위험 고수익 혹은 중위험 중수익을 추구한다. 보통 전자의 경우가 더 많다. 대표적으로 벤처캐피탈이 사용하는 비히클인 벤처조합이 있다. 스타트업에 주로 투자를 하게 되는데 초기 라운드로 갈수록 투자 성공 확률보다 실패 확률이 더 높다. 그렇다고 후기 라운드에 투자한다고 해서 리스크가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엑시트에 이르는 과정에서 상장 혹은 인수합병(M&A)을 택하게 되는데, 이때 밸류가 문제가 된다. 최근 지나치게 높은 밸류에 투자를 했다가 자금을 회수하지 못하고 묶인 곳들이 다수다.

공모주 전략의 하이일드펀드와 코스닥벤처펀드도 마찬가지다. 보통 중위험 중수익으로 분류되는데, 수익을 내기 위한 난이도가 높아졌다. 위험성이 한층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당국의 정책에 따라 의무적으로 보호예수를 설정해야 한다. 상장 당일 보유 주식을 털어야 하는데, 최소 15일 동안 의무보유하게 되면 목표로 삼은 수익률을 내기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투자자들의 시각이다. 상장 첫 날 프리미엄을 온전히 누릴 수 없다는 이야기다.

이런 측면에서 종투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고 보면 된다. 또다른 종투사 관계자는 "결국 고객들의 수익률을 맞춰주는 게 관건이 될 것"이라며 "그나마 단계적으로 모험자본 의무투자 비율이 올라가니 추세에 맞춰서 준비를 해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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