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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관세 후폭풍]'트럼프 강공' H20 수출규제, 삼성전자 돌파구 '절실'엔비디아, 이달 9·14일 잇달아 통보받아…삼성 DS부문, 활로 개척 사활

김경태 기자공개 2025-04-17 07:48:26

[편집자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발 상호관세가 국내 산업계를 강타했다. 한국의 자동차와 철강, 배터리,반도체 등 전략산업들이 줄줄이 사면초가 위기에 몰렸다. 국내 주요 수출품의 미국 내 가격 경쟁력이 저하되면서 실적 전망도 어두워졌다. 이번 상호관세 확정은 글로벌 무역질서를 변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국들은 보복조치로 무역장벽을 더 높일 것으로 보인다. 더벨은 우리나라 주요 기업들의 상호관세 영향을 짚어보고 대응전략 등을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4월 16일 10시2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글로벌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는 엔비디아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공에 타격을 받고 있다. 미국 정부에서 엔비디아가 중화권에 수출하는 저사양 AI칩인 H20에 대한 수출 규제를 무기한 진행하기로 통보하면서 한화로 8조원에 육박하는 손실을 반영하게 됐다.

이번 수출 규제 경우 엔비디아가 미국에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하기 전에 이뤄졌다는 점이 주목된다. 엔비디아로서는 미 정부의 규제 사실을 이미 인지하고도 현지에 대규모 생산 거점을 갖추겠다고 발표한 셈이다. 트럼프 정부가 중국에 대한 견제는 물론 자국 제조업 역량도 강화하는 모든 걸 얻어낸 모양새다.

당장 국내 기업에도 영향이 불가피하다. 삼성전자는 아직 엔비디아에 최신 고대역폭메모리(HBM)3E를 공급하지는 못했지만 H20에 탑재되는 저사양 HBM을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H20 생산량이 줄게 되면서 실적에 직접적인 파장을 받는 동시에 향후 미 정부와 협상에 어려움이 가중될 공산이 커지게 됐다.

◇엔비디아, 미 대규모 투자 불구 H20 규제…'만만찮은' 트럼프 협상 재확인

엔비디아는 15일(현지시간) 미국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정부에서 저사양 AI칩인 H20에 대한 수출 규제를 했다고 공시했다.

엔비디아는 "미 정부는 4월 9일 엔비디아에 중국(홍콩 및 마카오 포함) 및 D:5 국가들, 혹은 그 지역에 본사를 두거나 최종 모회사(ultimate parent)가 있는 기업에 대해 H20 통합 회로 및 H20의 메모리 대역폭, 인터커넥트 대역폭, 그 조합과 동등한 성능을 가진 기타 회로를 수출할 때 라이선스가 필요하다고 통보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미 정부는 해당 제품들이 중국 내 슈퍼컴퓨터에 사용되거나 전용될 수 있는 위험을 고려해 이 같은 조치를 내렸다고 설명했다"라며 "미 정부는 4월 14일 이 라이선스 요건이 무기한으로 적용될 것이라고 추가로 통지했다"라고 밝혔다.


H20은 엔비디아가 미국의 중국 제재를 회피해 수출하기 위해 만든 저사양 AI칩이다.
주력 제품인 H100과 비교해 연산 능력이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그간 미 정부의 수출 통제 대상에 들어가지 않았다.

그러다 올 1월 중국 딥시크가 AI 시장에 파란을 일으키면서 상황이 급변하기 시작했다. 딥시크를 비롯한 중국 빅테크들이 H20을 최근에도 대량 구매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위기감이 생겼다.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 소속 의원들조차 중국에 H20 판매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트럼프 정부 출범 후 엔비디아에 대한 우려가 나왔지만 이달 14일(현지시간)에는 상황이 호전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졌다. 엔비디아가 4년 내 TSMC, 폭스콘, 위스트론, 앰코, SPIL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5000억 달러(약 712조원) 규모의 AI 인프라를 미국 내에 구축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화답하면서 긍정적인 분위기가 형성됐다.

하지만 엔비디아의 15일(현지시간) 공시로 다시 상황이 급격히 변했다. 현지 유력 언론 등에서도 엔비디아의 14일 대규모 투자 발표로 중국 수출 완화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실제로는 정반대였기 때문이다.

미 정부에서 먼저 규제를 통보한 뒤 엔비디아는 투자를 발표했지만 14일에 수출 규제가 무기한 적용될 것이라는 통지를 또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엔비디아에 대한 규제는 하면서도 대규모 투자까지 얻어낸 셈이다.

엔비디아는 공시에서 8조원에 육박하는 손실 반영도 언급했고 장 마감 후 주가는 6%대 급락을 기록했다. 엔비디아는 "2026년 회계연도 1분기는 2025년 4월 27일에 종료되며 1분기 실적에는 H20 제품과 관련된 재고, 구매 약정 및 관련 충당금에 대해 약 55억 달러 규모(약 7조9000억원)의 비용이 포함될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삼성전자, H20에 저사양 HBM 공급…HBM3E 공급 비롯 활로 개척 '중요성↑'

엔비디아의 H20에 대한 수출 규제는 국내 기업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사안이다.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H20에 들어가는 HBM의 상당 부분을 책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외 다른 국가에서 수요가 증가하지 않고 H20 생산이 감소하면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의 실적 부진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DS부문으로서는 엔비디아에 HBM3E, HBM4를 공급하는 게 더 중요해졌다.

미 정부가 엔비디아에 통보하면서 중국과 D:5을 묶어 언급하며 강한 규제 의지를 드러낸 점도 부담이다. D:5는 미 정부가 사용하는 특정 국가그룹 코드다. 통상 미 무기금수국으로 불리며 중국, 러시아, 북한, 이란, 시리아, 쿠바 등 적대국가가 포함된다.

엔비디아가 대규모 투자 계획을 내놨음에도 규제가 이뤄진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이는 삼성전자뿐 아니라 SK하이닉스에 대한 우려도 키우는 지점이다. 2곳 모두 조 바이든 대통령 시기 미국에 반도체 공장 건설을 발표했고 보조금을 받기로 했다. 보조금 협상을 낙관하기 어려운 형국이다.

정부와 원팀으로 대응해 협상하는 게 더 중요해진 상황이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르면 내주 미국을 찾아 협상에 나설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중요한 정책 과업 달성에 필요한 조선 협력,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참여 등을 연계해 '원스톱 쇼핑' 방식 협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내 공급망 강화 등을 위한 철강 역시 한국의 협상력을 높일 산업으로 지목됐지만 현대차그룹에서 이미 먼저 미국에 투자 계획을 발표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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