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엠코, 탄탄한 재무‥잠재된 합병 리스크 업계 "현대건설과 합병 수순"..그동안 덩치키우기
이승우 기자/ 서세미 기자공개 2011-12-20 16:49:57
이 기사는 2011년 12월 20일 16: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엠코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모든 건설업계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다. 웬만한 대형 건설사들도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와 자금경색으로 곤혹을 치렀지만 현대엠코만큼은 건설업계를 강타한 위기에서 무풍지대에 있었다.잘 나가는 현대자동차그룹 덕에 수주와 매출은 안정을 유지했다. 주택사업 진출이 늦은데다 무리한 수주를 하지도 않아 부실 PF문제에서도 자유로웠다. 차입금 의존도가 높지 않아 리파이낸싱 리스크도 상대적으로 낮다. 현금흐름도 원활한 편이고 최근 일부 건설사를 제 2의 위기로 몰아넣고 있는 매출채권 진부화 문제도 없다.
다른 건설사와 달리 현대엠코의 고민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대차그룹이 국내 최고의 건설사 현대건설을 인수하면서 현대엠코의 경영환경이 완전히 바뀔 수 있다.
그동안 현대제철의 고로 등 그룹의 대대적인 투자가 몇년 동안 지속되면서 먹거리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그룹의 대규모 투자는 일단락됐고, 그나마 앞으로 현대건설과 나눌 가능성도 잠재하게 됐다.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해 주택사업이든 공공공사든 본격적인 경쟁에 나서야 한다.
현대건설과 합병 여부는 금융시장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를 전망이다. 최소한 2년간 불가능한 시나리오이지만, 외부 전문가들은 '결국 합치지 않겠느냐'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현대엠코가 '정의선의 회사'로 불릴 만큼 그룹의 지배구조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는 점을 감안하면 현대건설과 합병은 2세 승계구도와 맞물려 머지않아 최고의 핫 이슈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든든한 그룹의 지원…금융위기 '무풍지대'
9월말 현재 현대엠코가 1년 내 갚아야 할 차입금은 300억원 미만이다. 전체 차입금도 1500억원으로 많지 않고 리파이낸싱 부담도 적다. 현금성자산은 1500억원 수준이나 유동성위험은 매우 미미하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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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엠코 역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다소 변화를 겪었다. 현대차그룹내 투자규모가 줄면서 주택사업과 해외사업 비중을 높여갈 즈음 금융위기가 터졌다. 이로 인해 잠시 매출채권 등 운전자본부담이 증가하면서 차입금이 늘고 현금흐름이 다소 악화됐다. 그러나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2009년 2300억원까지 늘었던 차입금은 다시 줄었다. 일시적으로 적자에 빠졌던 영업현금흐름도 2010년 이후 다시 안정을 찾았다.
다른 재무 지표도 양호한 수준이다. 9월말 현재 부채비율은 147%, PF우발채무(9월말 현재 4660억원)를 감안해도 238% 수준이다.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연간 1000억원 내외로 현금창출능력이 뛰어나다는 점, 영업에서 벌어들인 현금의 내부 유보로 현재 보유 현금이 충분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대엠코는 최소한 자금부족을 걱정할 회사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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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강 현대건설 등장..계열 물량 분산 리스크 vs 시너지 기대
탄탄한 계열사 물량이 재무 안정성의 핵심인 가운데 그룹내 위협적인 존재가 등장했다. 규모나 경쟁력 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막강한 현대건설.
가격·기술경쟁력이 뛰어난 현대건설이 그룹 계열사 물량을 분산해 가져갈 수 있는 리스크가 생긴 것이다. 그룹내 핵심 업종인 자동차와 철강 등의 물량을 현대건설이, 나머지 계열사 공장 증설 및 관리를 엠코가 맡는 형태일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현대제철의 제3고로 증설 공사에서 엠코가 2400억원을, 나머지 1000억원을 현대건설이 나누었다는 이야기가 이미 업계에서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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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 물량 분산은 결과적으로 엠코의 현금 창출 기반을 흔들 수 있다. 대신 민간과 해외 수주를 늘려야 하는데 이 분야의 시장 여건은 녹록지 않다. 다른 건설사들과의 경쟁을 자신하기에도 이르다.
때문에 계열 물량 분산 리스크를 야기한 현대건설과의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대규모 공공 및 민간, 그리고 해외 공사에서 현대건설 컨소시엄에 끼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방안이다. 원전과 플랜트 사업의 경우 엠코에게는 새로운 먹거리가 될 수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엠코가 현대건설과 컨소시엄을 결성해 입찰에 나서면 낙찰 확률이 높아질 것이고 고부가 가치 사업에도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엠코 입장에서는 든든한 후원군을 얻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현대건설을 인수한 지 한해가 지나고 있지만 시너지가 구체화된 사업은 아직 없다. 그래서인지 일부에서는 현대건설과 엠코가 서로 경계하며 향후에도 기대했던 시너지의 구체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한다. 엠코는 경쟁력에서 열위이고 현대건설은 피합병 대상이었다는 아킬레스건을 서로 의식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앞으로도 긴장 관계를 유지하면서 사업 분야에서 최대한 각자 체제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덩치가 큰 현대건설은 피합병됐다는 생각, 엠코는 경쟁력 측면에서 뒤떨어진다는 생각 등으로 두 회사간 시너지보다는 서로를 견제하는 분위기도 일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여신 1조원이 넘는 현대건설의 그룹 계열 편입으로 금융 측면에서 엠코에게 부담이 생길 수 있다. 현대건설의 그룹내 편입으로 동일인 여신한도 규정상 다른 계열사들의 은행권 여신에 제약이 있을 수 있는 것. 특히 차입금 규모가 적은 엠코의 남아 있는 여신 한도가 현대건설(총차입금 1조2000억원)로 분배될 가능성도 있다. 또 대규모 사업을 벌이는 현대건설의 특수목적회사(SPC)에 대한 지분 투자도 여신 한도를 축소시키는 요인이다.
2세 실탄 확보위한 합병 '무게'..점진적 덩치 키우기 예상
엠코에게 가장 큰 위협은 사실 현대건설과의 합병이다. 규모나 경쟁력 측면에서 합병의 주체는 현대건설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엠코 입장에서는 조직이나 사업이 현대건설에 흡수 합병되는 최악의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이미 업계에서는 합병은 거부할 수 없는 수순으로 보고 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에서 정의선 부회장으로의 승계 구도에 엠코가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엠코 설립 당시부터 정 부회장의 현금 확보 창구로서의 역할이 기대됐던 게 공공연한 사실이다. 현대건설과의 합병은 결국 엠코가 우회상장을 하는 것으로 정 부회장의 지분이 시가 평가돼 다른 계열사 지분을 공격적으로 매입할 수 있는 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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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말 현재 현대엠코 지분은 정의선 부회장이 25.06%, 정몽구 회장이 10%, 계열사인 글로비스가 24.96%, 기아차와 현대모비스가 각각 19.99%를 보유하고 있다. 계열사 지분을 합하면 엠코는 사실상 정의선 부회장의 회사인 셈이다. 현대엠코의 가치가 극대화가 필연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현재 현대건설의 매출액이 10조원대인 반면 엠코는 1조원대에 그치고 있다. 합병비율을 최대한 낮춰야 정 부회장 손에 쥐어지는 현금이 많아지기 때문에 향후 엠코의 덩치 키우기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현대건설과 현대엠코간 인력 이동이 임원급에서 상당히 진행된 상태로 합병을 위한 사전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단 현대건설 인수시 채권단과의 협의로 2013년 이후에야 합병이 가능하다. 현대자동차와 현대건설 채권단(당시 매각주체)간 현대건설 매매 확약사항(제9조 2항)에 따라 거래 종결 이후 2년간 '회사와 다른 법인과의 합병 또는 분할합병, 회사의 인적·물적 분할'이 금지돼 있다. 이를 어길 경우 위약금으로 4900억원을 채권단에게 내야 한다.
그동안 덩치 키우기가 점진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민간 매출을 30%대까지 끌어 올려 계열 비중이 축소됐지만 향후 다시 이 비중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 이중 계열사 사옥 관리 사업 확대가 눈여겨 볼 만하다. 계열사 부동산과 건물 자산관리 업무만으로 연간 2000억원(전체 매출의 16% 수준)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엠코는 이 사업을 해외로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른 건설사들에 큰 비중이 아니거나 혹은 특화되지 않은 사업으로 안정적인 매출과 현금 흐름의 기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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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하는 전략도 포기할 수 없는 카드다. 최근 비중을 늘리고 있는 해외 사업이나 고부가 플랜트 사업에 대한 현대건설의 노하우를 전수받는 것은 기술력과 수익성을 동시에 높이는 방안이다. 지금껏 엠코가 벌였던 해외사업은 베트남과 캄보디아 리비아 등지에서의 주택사업에 한정돼 있었다.
엠코 관계자는 "이미 진출한 베트남과 리비아 등지에서 향후 철도와 항만 등 인프라 건설에 적극 참여할 예정이고 제철 플랜트를 중심으로 한 해외 사업도 확대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대건설과 엠코의 합병은 수순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어쩔 수 없이 엠코는 그동안 줄였던 계열물량을 점진적으로 더 늘려갈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이어 "계열사 몰아주기라는 식의 비판을 피해가기 위해 경쟁력 있는 인력이 엠코로 이동하는 형태도 많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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