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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텝비딩 부작용 우려 '제2의 마켓오더 되나' 주관사 스텝비딩 적용 자율...최고가만 인정 부작용

박상희 기자공개 2012-05-24 10:44:12

이 기사는 2012년 05월 24일 10: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수요예측에서 2개 이상의 가격을 제시하는 복수가격제시제도(step bidding)가 공모가를 오히려 올리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스텝 비딩 제도는 적정 공모가 산정을 위해 국내 기업공개(IPO) 시장에 도입한 수요예측 신청의 한 유형이다.

23일 금융투자(IB) 업계에 따르면 스텝비딩은 의무가 아닌 선택사항인데다 복수로 가격을 제시하더라도 주관사가 가장 높은 가격만 인정하는 등의 자율이 허용된다. 일각에서는 스텝비딩 제도가 공모가 버블 주범으로 몰린 가격미제시(마켓 오더)의 재탕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마켓 오더는 수요예측 결과 정해지는 가격(공모가)에 상관 없이 청약을 하겠다는 의미로 가격 제시 없이 매수수량만 표시하는 제도다. 주관사들이 일반적으로 마켓오더 물량을 공모가 밴드 최상단의 가격으로 간주하고 가격을 산정해 공모가를 올렸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스텝비딩 역시 제시한 여러가지 가격 중 가장 높은 가격만이 가격 결정 과정에 반영될 경우 공모가격이 올라갈 가능성이 농후하다.

스텝비딩의 취지 자체는 물량을 배정받기 위해 제시하는 높은 가격 외에도 기관이 판단하는 적정가격을 제시하는 것이다. 하지만 기관 입장에서는 더 많은 물량을 받기 위해 높은 가격을 제시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가격을 높게 신청할수록 배정 과정에서 우대해 온 관행의 부작용이다.

스텝비딩 유형

금융투자협회에서 마련한 수요예측 모범규준 예시 역시 높은 가격만을 인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A 기관이 1만원과 9000원에 각각 3000주씩을 신청하면, 1만원의 3000주만 인정하는 식이다. B 기관이 1만원에 3000주, 9000원에 4000주를 신청하면 주관사는 가격 결정 과정에서 9000원에 들어온 물량은 1000주만 인정한다. 이 경우 A 기관과 B 기관이 9000원에 신청한 3000주는 의미가 없게 된다.

적정 공모가 산정이라는 본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기관별 개별 호가를 모두 인정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렇게 되면 A·B 두 기관이 낮은 가격인 9000원에 신청한 3000주도 모두 가격 결정 과정에 반영된다. 하지만 발행사가 높은 공모가를 선호하는 현실과 향후 배정물량을 생각해 무조건 높은 가격을 신청하는 기관투자가의 수요예측 관행이 쉽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금투협 관계자는 "수요예측 방법에 대해서는 주관사가 자율적으로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원칙을 깨버릴 수는 없다"며 "스텝비딩이 도입되더라도 그 제도를 어떻게 활용하고 해석할 것인지는 주관사 자율에 맡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향후 공모가 버블 논란이 심해진다면 스텝 비딩 적용 방식이 현재의 주관사 자율에서 규제 쪽으로 변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마켓오더 역시 도입 초기에는 주관사가 자율적으로 가격 결정 과정에 적용했지만, 최근 모범규준에서는 가격 결정 과정에서 배제하는 쪽으로 바뀌었다

스텝비딩의 첫 시험대는 6월 12일 수요예측에 도입하는 사조씨푸드다. 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은 이번 수요예측에서 희망하는 기관에 한해 최대 3개의 가격 제시를 가능하도록 했다. 또 같은 기관에서 제시한 각각의 가격과 물량을 모두 공모가 결정에 반영할 계획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스텝 비딩이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복수로 가격을 제시하는 기관에 어드밴티지를 줘야 한다"며 "배정 과정에서도 얼마나 높은 가격을 제시했느냐보다는 실수요와 장기보유전략을 구사하는 기관에 물량을 더 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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