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2년 07월 17일 13: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4월 아웃도어 의류 브랜드 '노스페이스'가 할인판매 금지 행위 등 불공정거래 행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사상 최대 과징금(52억4800만원)을 부과받은데 이어 비슷한 시기에 지주회사 전환 신고 의무 법률까지 위반했던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공정거래법은 '자산의 증감' 때문에 지주회사 전환 요건을 충족한 기업이 요건 충족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지주회사 전환 신고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영원무역그룹은 이를 1년 4개월이나 방치하다가 늑장 신고했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성기학 영원무역 회장이 개인 최대주주로 있는 와이엠에스에이(YMSA)는 지난 5월경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지주회사 전환 신고를 1년 늦게 했다는 사유 등으로 '경고조치'를 받고 현재 뒤늦게 지주회사 행위제한 해소 작업을 벌이고 있다.

YMSA는 영원무역홀딩스의 최대주주이고 영원무역홀딩스는 '노스페이스'를 만드는 골드윈코리아의 최대주주다. YMSA는 영원무역그룹의 최상위에 위치해 그룹을 지배하지만 직원 수는 수 명에 불과한 사실상의 서류상 회사(페이퍼컴퍼니)로 알려졌다.

YMSA는 2010년말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전환 신고 요건을 갖추었다. 그해 말 자산은 1000억원이 넘었고 지주비율은 93%에 육박했다. 골드윈코리아를 갖고 있는 자회사 영원무역홀딩스의 기업가치가 크게 늘면서 이 회사의 최대주주인 YMSA의 자산도 덩달아 함께 늘었기 때문이다.


공정거래법은 △자산총액이 1000억원 이상이고 △지주비율(자산총액 대비 자회사 주식가액 합계액의 비율)이 50% 이상이며 △해당 모회사가 자회사의 최다 출자자인 경우 '지주회사'로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신고를 강제한다. 신고 기한은 4개월 이내다.

이에 따라 YMSA는 2011년 4월까지 지주회사 전환 신고를 했어야 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늦추다가 1년 4개월이 지난 올해 4월말에 가서야 지주회사 전환 신고를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뚜렷한 이유는 알 지 못한다"며 "2011년 4월말까지 지주회사 전환 신고가 들어와야 했으나 들어오지 않다가 올해들어 신고를 해 와 경고 조치를 내렸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영원무역홀딩스가 이미 지주회사로 전환(2009년)한 상황에서 최대주주인 YMSA가 또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상황을 피하고자 했을 것"이라며 "영원무역홀딩스와 YMSA가 합병을 하면 돼 이런 노력을 해보다가 안되자 할 수 없이 지주회사 전환 신고를 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올해 4월말 공정위가 노스페이스 관련 할인 판매 금지 등 담합 행위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한 시기와 겹친다"며 "뒤늦게 관련 법 위반 사실을 인지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영원무역그룹은 YMSA의 지주회사 전환에 따라 그룹 내에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가 2개가 존재하는 기이한 지배구조를 갖추게 됐다. 성기학 회장이 YMSA를 지배하고, YMSA(지주회사)는 다시 영원무역홀딩스(중간지주회사)를 지배하고, 영원무역홀딩스는 골드윈코리아와 영원무역 등을 지배하는 형태다.

중간지주회사는 SK그룹 등 국내에서도 곧잘 나타나는 지배구조 형태이지만 영원무역처럼 지주회사 밑에 바로 중간지주회사가 있는 경우는 드물다. 대주주가 지주회사(영원무역홀딩스)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시키는 과정에서 법인(YMSA)의 힘을 빌려 지분을 늘리다가 이런 애매한 형태의 지배구조가 과도기적으로 만들어졌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YMSA는 지주회사로 지정됨에 따라 최근 손자회사(골드윈코리아) 지분(8.30%) 보유 금지 규정에 걸려 관련 지분 매각 작업을 벌이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