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3년 05월 13일 07: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조그룹이 경영권 승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 장남과 차남이 핵심 계열사 지분을 매입하고 있는 것. 장남과 차남은 각각 최대주주로 있는 사조인터내셔널과 사조시스템즈를 매입의 지렛대로 삼았다.사조인터내셔널은 단숨에 사조산업 3대 주주로 등극했다. 2012년 초 2%였던 지분율을 지난 4월 말 6.55%까지 끌어 올렸다. 사조그룹 지주사 역할을 하는 사조산업에 대한 지분매입은 경영권 승계와 맞닿아 있다. 사조시스템즈도 지난해 핵심계열사인 사조오양 최대주주(21.9%)가 됐다.
문제는 지분매입비용이 만만찮다는 점이다. 사조산업 지분매입대금으로 사조인터내셔널은 지난해와 올해 118억 원을 썼다. 사조시스템즈도 지난해 60억 원을 지출했다.
사조인터내셔널은 지난해말 자산이 345억 원에 달한다. 상각전영업이익(EBITDA)도 10억 원 내외다. 100억 원을 웃도는 매입대금을 자체 충당하기 어려운 구조다. 자산이 406억 원인 사조시스템즈도 사정은 비슷하다.
오너가의 지분매입은 사조그룹의 전폭적인 지원 덕분에 가능했다. 사조산업은 2010년부터 지난해말까지 사조인터내셔널에 유상증자 방식으로 33억 원을 지원했다. 아울러 사조씨푸드와 주진우 회장 등이 140억 원 규모의 지급보증도 제공했다. 지급보증을 제공한 사조씨푸드는 사조인터내셔널과 지분관계가 전혀 없다.
사조시스템즈도 사조산업으로부터 같은 기간 26억 원의 자금을 지원받았다. 지분관계가 없는 사조씨푸드·사조대림으로부터 500억 원의 지급보증을 제공받았다. 아울러 사조인터내셔널과 사조시스템즈는 각각 계열사 일감을 제공해 영업 기반을 확장 중이다. 참치미끼와 식자재, 경비·청소 용역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초기투자비용이 낮고 계열사 지원만 있으면 '땅 짚고 헤엄치기'식으로 영위할 수 있는 업종이다.
최근 경영권 승계작업의 대세는 지주사 전환방식이다. 증여세 한푼 내지 않고 승계를 매듭지을 수 있어 여러 기업이 도입했다. 하지만 사조그룹은 지분구조가 거미줄처럼 얽혀있어 지주사 전환이 쉽지 않아 보인다. 대체수단으로 그룹사의 일감몰아주기와 직간접 자금지원을 바탕 삼아 승계작업을 벌이고 있다. 지주사 전환처럼 승계비용을 크게 낮추는 수단이다.
사조그룹 오너가는 경영권 승계비용 절감이란 혜택을 누리지만 승계의 그늘도 짙다.
그룹과 투자자가 승계 비용을 대신 짊어지기 때문이다. 사조인터내셔널과 사조시스템즈에 대한 그룹의 자금지원과 지급보증 제공이 대표적이다. 승계에 따라붙는 증여세와 지분매입비용을 오너가가 그룹·투자자에 전가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일감몰아주기는 사조그룹의 수익을 갉아먹는 요인도 된다. 제공하는 단순 일감을 내재화하면 그룹이 매출을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사조그룹과 계열사 주주인 국민연금, 삼성자산운용, 트러스톤자산운용 등이 승계비용을 대신 지불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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