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3년 10월 24일 08: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증권사들이 문자 메시지나 SNS 등을 활용해 특정금전신탁을 공공연하게 투자 권유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운용 자산을 투자자가 지정하는 특정금전신탁을 다수의 투자자에게 광고하는 것은 금지돼 있다. 불완전 판매로 연결될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 광고 금지된 특정금전신탁, 문자메시지 통한 상품광고 일반화

특정금전신탁의 경우 텔레비전(TV) 신문 라디오 등의 매체를 활용해 불특정 다수에게 광고하는 것이 금지돼 있다. 신탁 상품을 홍보하는 전단지를 만들어서도 배포해서도 안 된다. 상품 광고가 게재될 경우 자칫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투자자를 모집하는 행위가 될 수 있어 이를 제한하려고 만들어진 광고 제한 규정 때문이다.

광고 금지는 신탁 상품을 팔아야 하는 지점 직원들에게는 엄청난 제약 조건이다. 투자자가 지점을 방문하는 등 대면을 통하지 않고서는 신탁 계약을 판매할 수 없다. 일대 일(1:1) 대면 절차를 거쳐야만 신탁에 편입할 운용자산을 투자자가 지정하도록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객이 알아서 지점을 방문해 운용자산을 지정하고 신탁계약을 요청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규정대로라면 정보가 제한돼 있는 개인이 신탁에 가입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문자메시지나 SNS를 통한 신탁 상품에 대한 광고가 난무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개인 투자자를 상대로 판매하고 있는 신탁 상품은 대부분 문자 메시지를 통해 상품 소개가 이뤄진다"고 전했다.

판매 직원들이 다수의 고객들에게 보내는 문자메시지는 대부분 상품의 유리한 정보만을 담고 있다. 상품의 기대수익률, 설정일, 만기 상품 종류 등의 기본적인 상품 정보와 함께 수익률이 다른 상품에 비해 높다는 점, 선착순 모집, 판매 한도 제한 등 홈쇼핑을 연상케 하는 문구들이 적혀 있다.

신탁상품 권유 문자 사례

증권사 신탁팀 관계자는 "영업점 직원들이 판매 성과를 올리기 위해 또는 고객을 관리하려는 목적으로 계좌를 갖고 있는 고객이나 친분이 있는 고객을 대상으로 무분별하게 문자메시지 광고를 보내는 경향이 있다"면서 "신탁업무가 허용된 곳이라면 모든 증권사가 판매 경쟁 차원에서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개인 고객을 끌어들이고 있다고 봐도 틀림 없다"고 전했다.

◇ 규제 적용 애매한 점 악용…불완전 판매로 연결

업계 내에서도 문자메시지를 통한 신탁상품 광고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것이냐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신탁을 판매하는 측에서는 증권 계좌가 있거나 판매자가 관리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불특정 다수에 대한 광고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반면, 대면 영업을 전제로 하는 신탁광고 금지 원칙을 어긴 것이어서 문자메시지도 불특정 다수에 대한 광고라는 주장도 많다.

업계 관계자는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상대가 특정이냐 불특정이냐 대한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면서 "증권사들이 규제 적용이 애매한 점을 악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광고 규제 위반 여부를 떠나 문자메시지를 통한 고객 모집이 불완전판매로 이어질 공산이 높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메시지를 본 개인 투자자가 지점을 방문하지 않고 전화 통화로 사실상 신탁 계약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리고 운용자산 지정과 계약서 날인 등 지점 방문을 통해 반드시 거쳐야 할 절차는 사후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투자위험 고지나 설명 의무가 형식적으로 이행될 여지가 크다는 것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고객이 상품 모집 기한 내에 지점을 방문할 수 없는 경우가 종종 있다"면서 "문자메시지와 전화통화를 통해 높은 수익률에 현혹돼 있는 경우가 많아 실제 대면 절차는 형식적으로 이뤄질 공산이 높다"고 말했다.

증권사들이 각 지점에 팔아야 할 물량을 할당하는 구조적인 관행도 문제다. 특정 지점이 기업어음(CP) 판매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평가가 떨어질 뿐만 아니라 다음 번 CP 배정에서 해당 지점이 제외되는 페널티(penalty)를 받게 된다.

또 할당을 주면서 투자자 모집 기한까지 정해주기 때문에 광고가 금지된 신탁을 기한 내에 판매하려면 문자메시지 등 가능한 수단을 활용해 우회적으로라도 광고를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점을 방문하는 고객이 계속 줄어드는 상황에서 대면 영업으로 할당량을 판매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면서 "문자메시지 광고는 불가피한 측면이 크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