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3년 12월 16일 07: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경기불황이 계속되고 있는 일본에서 해마다 성장을 거듭하는 기업이 있다. SPA(제조·유통 일괄화 의류)브랜드 유니클로다. 1984년 일본 히로시마에 첫 매장을 연 유니클로는 지난 8월 기준 매출 1조 엔(약 12조 4140억 원)을 기록하며 일본의 대표 기업이자 글로벌 기업이 됐다.국내 SPA시장에도 많은 브랜드들이 각축전을 펼치고 있지만 아직까지 유니클로의 아성을 무너뜨린 곳은 없다. 낮은 가격과 높은 품질을 무기로 국내 소비자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았다. 삼성에버랜드에 편입된 에잇세컨즈(8seconds)와 이랜드의 스파오(SPAO)가 한국형 SPA브랜드임을 내세워 대적하고 있지만 따라잡기는 역부족이다.
설상가상으로 유니클로보다 더 낮은 가격을 앞세운 자매 브랜드 '지유(GU)'도 곧 한국에 상륙한다. 이미 일본에서 990엔(약 1만1000원) 짜리 청바지를 판매해 유명세를 탄 곳이다. GU의 등장으로 가뜩이나 가격 경쟁이 심한 SPA업계에 '가격 전쟁'까지 벌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가격 전쟁이 시작되면 국내 토종 SPA만 피해를 보게 될 가능성이 높아 문제다. 글로벌 SPA브랜드들은 국내 시장에 들어올 때부터 상대적으로 고가 정책을 펼친 탓에 가격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감이 낮다. 반면 토종 SPA들은 뒤늦게 시장에 뛰어들며 저렴한 가격을 전면에 내세웠기 때문에 더 싸게 파는 곳이 나타나면 경쟁력을 상실하고 만다.
품질 측면에서도 안심하긴 이르다. GU가 워낙 초저가로 판매하다 보니 품질에 대한 의구심이 많았지만 이미 일본시장에선 품질도 인정받았다. 제조·유통체계를 유니클로와 공동으로 사용한 덕분이다. 유니클로에 GU까지 더해져 기존보다 더 큰 규모의 경제 효과를 누리니 가격과 품질 모두 챙길 수 있었다.
이런 까닭에 업계 일각에서는 유니클로와 GU가 국내시장을 양분할 수도 있다는 시나리오가 나온다. 하지만 정작 안방을 뺏길 위기에 놓인 토종 SPA들은 눈을 밖으로만 돌리고 있다. 최근 경쟁적으로 해외진출에 나서며 사세 확장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글로벌 SPA들처럼 규모의 경제를 꾀해야 하는 상황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안방에서 쫓겨난 주인을 다른 집에서 쉽게 받아줄지는 미지수다. 해외시장에서 유수의 글로벌 SPA들과 제대로 경쟁하기 위해서 아직은 국내시장에서 더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 GU의 한국 진출을 계기로 토종 SPA들이 또 한번 혁신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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