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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重 '오프쇼어 리스크', 건설부문 통합 암초되나 2개 현장 5000억 충당금...상속 등 소유구조 개편 변수

길진홍 기자공개 2014-05-14 08:50:00

이 기사는 2014년 05월 12일 15: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중공업의 부실이 당초 예상보다 심각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손실 주범으로 꼽히는 오프쇼어 리스크 해소가 최대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룹 소유구조 변화와 맞물려 거론되고 있는 건설부문 사업 조정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클린화 과정에서 막대한 자금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상속과 지배구조 강화를 위한 건설부문 통합 계획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중공업은 올 1분기 호주 이치스 CPF(수주액 27억 달러)와 나이지리아 에지나 FPSO(30억 달러) 등의 2개 현장에서 5000억 원의 충당금을 쌓았다. 이들 현장에서 예상되는 손실금은 모두 7600억 원이다. 영업손실이 3625억 원으로 전년동기대비 적자전환했다.

오프쇼어 공정 초기단계에서 미래 손실을 대규모로 반영한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이치스 CPF와 에지나 FPSO의 공정률은 각각 20%와 5%다.

삼성중공업은 "사업 초반에 발생 가능한 손실 요인을 최대한 반영했다"며 "선제적인 충당금 설정으로 연내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계 안팎에서는 그러나 삼성중공업의 어닝쇼크가 지배구조 변화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건설부문 통합에 앞서 보수적으로 충당금을 설정하고, 부실 해소에 나선 것이라는 관측이다.

삼성그룹 건설부문 계열사는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중공업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 지분 4.1%를 보유한 삼성물산은 지배구조의 핵심으로 꼽힌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그룹이 보유한 지분은 약 12%(삼성 SDI 7.18%, 삼성생명 4.65%)로 영향력이 떨어진다. 상대적으로 그룹 지배력이 높은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중공업 등과 사업부문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삼성에버랜드의 제일모직 패션사업부 양수와 유사한 방식으로 계열 건설사간 사업부문 통합이 잇따를 가능성이 크다. 특히 삼성물산이 자산 가치 확대 측면에서 삼성엔지니어링보다는 삼성중공업과 합치는 게 실효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삼성중공업의 어닝쇼크는 건설부문 통합으로 가기 위한 사전 수순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오너 3세간 소유구조 개편을 합의하는 과정에서 삼성중공업을 비롯한 계열 건설사 자산 클린화 요구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변수는 삼성중공업의 오프쇼어 손실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인력 부족과 자재난 등으로 사업 수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치스 CPF의 경우 당초 예정보다 공기가 10개월 지연됐다. 에지나 FPSO는 첫 삽도 뜨지 못하고 있다. 공사차질로 인도가 지연되면서 각각 1조 원 이상의 손실이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중공업 수주잔고는 370억 달러(3월말 기준)로 해양 분야가 71%에 달한다. 연쇄적으로 공정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인도 지연으로 손실이 확대될 수 있다. 자산 클린화도 더디게 진행될 수밖에 없다.

최근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그룹 경영진단도 이 같은 해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지난 2월부터 시작한 경영진단이 석 달째 진행 중이다. 당초 지난달 경영진단을 마무리할 예정이었으나 일정이 늦춰졌다. 삼성중공업 잠재 부실 규모 산정과 해소 방안에 대해 골몰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재계 관계자는 "건설부문 통합은 내부에서 정치적인 결단이 필요한 사안"이라며 "향후 삼성중공업 사업부문 조정과 조직 개편 과정에서 계열 건설사 향방도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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