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 바이오사업 '직접투자'로 선회 녹십자셀·녹십자지놈 등 자회사 투자...바이오벤처투자 1/3로 줄여
장소희 기자공개 2014-06-05 09:33:13
이 기사는 2014년 05월 28일 16: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녹십자가 바이오사업 투자 전략을 바꾸고 있다. 지난 15년 간 국내 바이오벤처회사에 투자하며 성장 가능성을 관망했던 반면 최근에는 자회사를 통한 연구·개발(R&D)에 속도를 내며 사업 범위도 넓혔다.2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녹십자는 지난해 8월 유전체 분석 자회사 녹십자지놈을 신설하고 최근 서비스를 시작했다. 유전적 요인으로 발생할 수 있는 대장암, 위암, 갑상선암 등 여러 암종의 발병 가능성을 예측하는 유전성 암 검사와 신생아의 유전성 질환 발병 검사 등이 주된 서비스다.
녹십자는 녹십자지놈을 통해 성장 가능성이 높은 유전자 분석 시장을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개인별 맞춤 분석을 통해 질병을 발견하고 치료하는 맞춤의학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유전자를 활용한 진단사업이 미래 먹거리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결과다. 실제로 유전자를 활용한 진단시장은 연평균 15% 성장하고 있다.
녹십자그룹은 유전자 진단시장에 진출하며 사업 범위를 넓히기 이전부터 자회사를 통해 바이오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난 2011년 혈액진단업체 녹십자랩셀을 세운데 이어 이듬해인 2012년에는 세포치료제 개발회사인 이노셀을 인수해 현재의 녹십자셀로 키웠다. 인수 2년 차인 녹십자셀은 지난 2008년부터 진행한 간암 면역세포치료제 '이뮨셀-LC'의 임상 3상 성공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이처럼 바이오 분야에서 녹십자의 적극적인 행보는 과거와는 다른 모습이다. 이미 15년 전부터 바이오사업의 성장 가능성을 발견하긴 했지만 국내 바이오벤처기업에 지분 투자를 일부 하는 선에 그쳤다. 바이오사업의 특성상 R&D 성공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이 직접 투자를 막는 장벽이었다.
그 까닭에 녹십자는 2000년대 초반 바이오벤처전문 창투사를 설립해 유망한 바이오벤처에 투자를 활발히 했다. 2006년에는 총 23개 바이오벤처에 투자해 국내 제약사 중에 가장 많은 투자건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 중 마크로젠, 바이로메드, 크리스탈지노믹스 등 다수가 연구 성과를 인정받고 코스닥시장 상장에도 성공했다.
현재도 벤처투자를 계속하고 있지만 투자기업은 지난해 기준 7곳으로 줄었다. 이 중 녹십자가 바이오 직접투자를 시작한 2012년 이후에 투자한 곳은 3곳 정도다. 녹십자그룹은 지난 2012년 4월 세포치료제 개발사인 비셀바이오에 2억 원, 지난해 콜레라 백신 개발사인 유바이오로직스에 8억 원 가량을 투자했다.
대신 미국 바이오벤처 투자를 늘리며 투자대상범위를 넓히고 있다. 지난해 아르고스(argos)에 5억 원 가량을 투자한데 이어 지난 4월에는 줄기세포치료제 회사 스템메디카에 10억 원을 투자하고 이병건 녹십자홀딩스 사장이 이사회에도 참여했다.
녹십자그룹이 바이오사업 투자태도를 '적극적'으로 바꾼 것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다. 국내 제약업계 환경변화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모색해야 하는 시점에 바이오사업이 답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더구나 녹십자그룹과 같은 선두 제약사가 선제적으로 바이오 투자에 나서면 후발주자들도 자연스럽게 행보에 동참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국내 대형 제약사들이 바이오사업을 직접하기에는 리스크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제는 제약업계 전체가 신약개발과 M&A 등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점에서 봤을 때 바이오사업을 키우는 것이 오히려 안전한 투자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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