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 前안주인, 또 보유지분 전량 처분 올해만 19억 어치 매각...개인적 사유 '현금화' 관측
장소희 기자공개 2014-05-26 09:24:00
이 기사는 2014년 05월 23일 18: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고(故) 허영섭 녹십자그룹 회장의 부인인 정인애 여사가 허 전 회장으로부터 상속받은 녹십자홀딩스 지분을 전량 처분했다. 정 여사는 과거에도 상속받은 지분을 여러 차례에 걸쳐 처분하며 두 아들의 상속에 도움을 줬을 것이란 추측이 나왔지만 이후에도 지분 처분이 계속돼 개인적인 현금화에 나섰다는 해석도 나온다.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정 여사는 지난 2월부터 19회에 걸쳐 보유한 녹십자홀딩스 지분 전량(55만 주, 1.11%)을 처분했다. 장내매도 방식을 통해 1~3월에만 51만 주 가량을 대거 팔았고 남아있는 4만 주 가량을 4~5월에 모두 팔아 현재 보유하고 있는 지분은 없다.
올 한해에만 정 여사가 지분을 팔아 올린 수익이 19억 여원이다. 12만 여주를 평균 1만5000원 가량에 팔아 거금을 손에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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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여사는 이미 이와 비슷한 행보를 여러 번 보였다. 지난 2009년 11월 허 전 회장이 타계한 이후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조금씩 매각해 하나도 남기지 않았다가 다시 매입하기를 반복했다.
시작은 2011년 11월 경이었다. 시동생인 허일섭 녹십자 회장이 남편 허 전 회장의 뒤를 이어 경영권을 쥐고 있는 상황에서 두 아들에 힘을 실어주지 않고 녹십자홀딩스 주식을 매각했다. 당시 허 전 회장의 두 아들 허은철, 허용준 씨는 1% 남짓한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숙부 일가보다 지분율이 한참 떨어지는 상황이었다.
당시만 하더라도 허 전 회장의 지분을 상속한데 따르는 비용을 조달하기 위해 정 여사가 나섰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었다. 장남 허성수 씨를 제외하고 정 여사와 두 아들이 받은 녹십자홀딩스 주식 15만5000주, 녹십자 주식 6만 주 등에 대한 상속세만 약 100억 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추후 경영권 확보를 위해 주식 한 주가 아까운 상황이라 두 아들의 물납보다는 정 여사의 지분 매각 이익으로 비용을 충당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상속세 납부 기한이 지난 후에도 정 여사의 지분 매각이 계속돼 업계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상속세 납부는 보통 상속개시일 이후 6개월 이내에 완료해야 하기 때문에 이미 마쳤을 가능성이 높다. 상속개시일은 허 전 회장이 타계한 달의 마지막일인 지난 2009년 11월 30일이다. 정 여사가 두 아들의 상속세 마련을 위해 지분을 판 돈 일부를 사용했다 해도 이후 계속된 지분 매각에는 뚜렷한 이유가 없는 셈이다.
특히 장남과의 소송까지 거치며 가까스로 획득한 상속 지분을 팔기 시작한 지난해의 경우는 업계에서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 여사와 두 아들은 장남 허성수 씨가 제기한 유언무효 확인 청구소송으로 허 전 회장 타계 이후 3년 만에야 지분을 상속 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정 여사가 지속적으로 지분을 파는 것에 대해 업계에서도 의아하게 생각한다"며 "더구나 두 아들이 경영권을 물려 받기에 안정적인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 장내에서 매각하고 있어 이 상황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 여사가 개인적으로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꾸준히 지분을 매각하고 있다는 관측을 내놨다. 애초에 아들들의 경영권 승계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개인적인 목적으로 현금 마련에 나선 것이라는 주장이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어렵사리 상속받은 지분을 장내에서 팔아 현금화 하고 있는 이유가 경영권 분쟁 단초를 없애기 위한 차원은 아닌 것 같다"며 "정 여사가 개인적으로 자금이 필요해 매각했다고 밖에는 설명할 수 없다"고 풀이했다.
이에 대해 녹십자 관계자는 "개인적인 지분 처분이라 처분 이유나 용도 등을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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