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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밸류가 삼성전자 살 때, 에셋플러스는 팔았죠" [가치투자 대담]①이채원 한국밸류운용 CIO-최광욱 에셋플러스운용 CIO

박상희 기자/ 박시진 기자공개 2014-06-20 13:01:46

[편집자주]

머니투데이더벨이 국내 자산운용사 최고투자책임자(CIO) 및 주식운용본부장을 대상으로 '테마 인터뷰' 시리즈를 시작한다. 천편일률적인 시장 전망 중심의 인터뷰를 지양하고, 사전 서베이에 근거해 강세장, 약세장 등 테마를 정해 개성있는 인터뷰를 기획했다. 급변하는 국내외 투자환경에서 전략을 책임지는 CIO의 솔직담백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이 기사는 2014년 06월 17일 20: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가치투자가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국내 증시가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지난 3년 동안 압도적인 수익률을 꾸준히 올려주면서 최근 공모펀드 시장에서 가장 '핫(hot)'한 상품 중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대표적인 가치투자 하우스인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과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의 최고투자책임자(CIO)를 만나 그들의 '가치' 이야기를 들어봤다. 가치투자를 표방한다는 점이 같고 놀라운 수익률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점도 닮았지만, 두 하우스가 가치를 포착하는 방법이나 운용스타일은 판이했다.

이채원 한국밸류운용 부사장은 자산가치와 수익가치 대비 적정주가에 집중했다. 최광욱 에셋플러스운용 전무는 '지속가능한 성장 가능성'이라는 동태적 가치에 주목했다. 운용 철학은 상이했지만 두 CIO 모두 가치투자의 본질이 '참고 기다리는, 인내'라는 것에는 동의했다. 대담은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메리어트호텔에서 강종구 머니투데이더벨 자산관리(AM)팀 부장의 사회로 진행됐다.

◇ 2010년 삼성전자…한국밸류는 사고 에셋플러스는 판 이유

이채원 부사장이 삼성전자를 처음 산 건 2010년이 돼서라고 한다. 그 이전에는 한번도 삼성전자에 투자를 해 본 적이 없었다.

"그 해 10월에 삼성전자가 20개 기관투자가를 초청해 NDR(기업 설명회)를 열었습니다. 우리회사 IT(정보기술) 섹터 담당이었던 강대권 대리(현 드림자산운용 CIO)가 가보니 6곳만 참석했다고 하더군요. 삼성전자 IR 담당 상무가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며 40분 동안 성토했다고 합니다. 당시 자산운용사들이 보유했던 삼성전자 주식이 펀드순자산의 평균 6%에 불과했답니다. 아예 다 팔아버린 곳도 많았구요. 지금 액티브주식형펀드의 삼성전자 비중이 평균 15% 정도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낮았던 거죠. 상당수 운용사가 삼성전자 대신 자동차주에 투자했습니다. 운용 회의 때 그 이야기를 전달 받고 바로 삼성전자 매수지시를 내렸습니다. 그때 들어간 가격이 70만 원이었어요"

2010년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하드웨어 중심 IT 기업의 위기론이 한창 고조될 때였다. 애플에서 내놓은 아이폰·아이패드의 등장으로 세계 IT산업의 경쟁 패러다임이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하드웨어에 치중된 국내 기업의 경쟁력이 뒤처진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이채원, 최광욱, 운용사ceo인터뷰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사진 왼쪽)과 최광욱 에셋플러스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이 '가치투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공교롭게도 한국밸류자산운용이 처음으로 삼성전자를 사던 그때, 에셋플러스는 거꾸로 삼성전자 보유주식 대부분을 팔았다. 삼성전자가 진정한 위기를 만난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그건 실수였다.

"한국밸류운용에서 삼성전자 비중을 늘릴 때 우리는 못 늘렸습니다. 그래서 2011년 수익률이 힘들었죠(웃음). 우리가 1999년 투자자문사로 시작할 때부터 삼성전자 전도사를 자처했습니다. 항상 보통주 10%, 우선주 10%씩 풀(full)로 갖고 있었죠. 그러다 어느 순간 제 주머니에 애플의 아이폰이 등장한 겁니다. 동태적 가치 측면에서 삼성전자 휴대폰 사업부가 굉장한 위기를 겪을 것이라고 판단을 했습니다. 급격하게 삼성전자 비중을 낮췄죠. 그나마 비중을 '0'으로 만들지 않았던 건 반도체 때문이었습니다. 반도체 시장이 과점화 되고 있었고 삼성전자가 가격 컨트롤 능력이 있는 회사여서 일정 부분 투자했던 것이죠. 스마트폰은 투자하고 싶지 않고, 반도체만 투자하고 싶어서 (부족한 포트폴리오를) 하이닉스로 메웠습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때문에 하이닉스반도체를 사게 된 거죠."

두 회사의 대표펀드인 '한국밸류10년투자증권투자신탁1(주식)'과 '에셋플러스코리아리치투게더증권자투자신탁1(주식)'의 이후 수익률은 삼성전자 투자 향방에 따라 갈렸다. 2010년은 코리아리치투게더펀드 수익률(31.56%)이 한국밸류10년투자주식형1호펀드의 2배를 웃돌았다. 이듬해 삼성전자 비중을 줄인 코리아리치투게더펀드 수익률은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한국밸류운용에서 처음 삼성전자 주식을 담은 펀드는 대표펀드가 아닌 '한국밸류10년투자밸런스증권투자신탁1(주식)'이었다. 이후 삼성전자 주가가 고공행진을 하는 것을 보며 한국밸류10년투자주식1호펀드에도 삼성전자를 담기 시작했다. 2012년 한국밸류10년투자주식1호펀드의 수익률(20.79%)은 코리아리치투게더펀드의 2배로 2010년과 대조되는 양상을 보였다.

삼성전자 비중을 줄인 직격탄을 맞은 에셋플러스운용은 이후 삼성전자 비중을 다시 늘렸다. "지금 쓰고 있는 휴대폰이 삼성 갤럭시노트2입니다. 삼성전자가 '하드웨어에서 이렇게 뛰어난 회사구나' 하고 깜짝 놀랐습니다. 2011년 (삼성전자 주가 추이를 보면서 비중을 줄인 게) 실수인 걸 인정했죠. 이후 100만 원 이상에서는 도저히 자존심이 상해서 못 사겠고, 100만 원 이하에서 사서 2011년 말까지 다시 비중을 늘려 나갔습니다. 그래서 삼성전자 주가가 오를 때 스트레스는 안 받았습니다."

◇ "자산·수익가치 대비 적정주가 집중" V.S. 성장성 가미한 '동태적 가치'에 주목

똑같이 가치투자를 표방하는데 삼성전자 투자에 대한 판단은 왜 상이했던 것일까. 한국밸류와 에셋플러스운용은 둘 다 가치투자를 지향하는 회사지만 접근법이 다르다.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이 다르고, 운용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에 보유종목도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게 두 사람의 설명이다.

이 부사장은 "자산가치(PBR), 수익가치(PER) 등을 비교해 보고 가치 대비 현재 주가가 싼지 비싼지를 본다"고 말했다. 그는 장부가치(book value)는 장기간 적자가 나지 않는 이상 크게 변할 이유가 없는 만큼 주가순자산비율(PBR) 등을 토대로 한 가치 측정을 신뢰한다. 그리고 이러한 가치 대비 주가 흐름에 주목한다. 주가수익비율(PER)도 예측이 비교적 용이한 가스 등 유틸리티나 음식료 등의 업종을 선호한다. 예측이 어려운 건설주 등은 되도록 포트폴리오에 담지 않는다. 정성적인 부분이 반영되는 성장가치는 예측이 힘든 만큼 자산가치 및 수익가치 대비 큰 비중을 두지 않는 편이다.

이 부사장은 2010년 이전에는 삼성전자가 한국밸류운용의 투자대상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한국밸류식 가치투자는 가치와 가격의 괴리를 추구하는 차익 거래 같은 겁니다. 어떤 기업을 가치로 볼 때 주가가 140만 원 정도인데 현 주가가 70만 원이면 사야 한다는 거죠. 그런데 삼성전자는 너무 유명하니까 그런 차이(gap)이 잘 안 생깁니다. 삼성전자에 투자해 차익을 남기려면 향후 D램 시장과 모바일 시장의 미래를 예측해야 하는데 미래예측은 가치투자에서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닙니다. 그래서 삼성전자는 투자 대상이 아니었던 거죠. 그러다 2010년 10월에 시장에서 오해(삼성전자 등 하드웨어 IT산업 위기론)가 발생하면서 투자기회가 생긴 겁니다. 가격과 가치에 괴리가 생기려면 시장의 인기, 무관심, 편견 등 기업의 펀더멘털 외적인 것들의 오해가 생겨나야 합니다. 2010년 말의 삼성전자가 그런 경우였습니다."

최 전무는 '성장성'을 가미한 '동태적 가치'라는 개념을 들어 가치투자를 다른 맥락에서 설명했다. "(식탁 위에 있던 나이프를 옆으로 세워 들며) 밸류 라인이 우상향으로 진행된다고 해도 주가는 그 흐름대로 가지 않습니다. 에셋플러스 스타일은 주가가 당시 적정가치에 비해 비싸도 미래 가치가 충분히 높으면 삽니다. 리치투게더펀드는 네이버가 시가총액 4000억 원으로 상장할 때부터 포트폴리오에 포함하고 있었습니다. 적정가치를 계산해서 살려고 했다면 12년 동안 한번도 그 기업의 주주가 되지 못했을 겁니다. 리먼 사태 당시 NHN 주가가 빠져서 8조 원이 되니까 가치주라면서 사려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시총이 4000억 원일 때는 비싸다고 했던 사람들이 말이죠"

최 전무는 향후 가치투자에서 동태적 가치 비중이 더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재무제표나 물적자원만을 분석해서는 기업의 진정한 가치를 발견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리치투게더펀드가 설정됐을 때 호텔신라에 투자를 했는데, 호텔업의 전망을 좋게 보고 투자를 한 게 아닙니다. 면세점 비즈니스에 주목했던 겁니다. 그때는 (면세점 관련) 이익이 전혀 나지 않았을 때입니다. 주가가 지금의 4분의 1, 5분의 1 할 때였는데 중국 관광객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면세점에 중국인 관광객이 줄 서 있는 걸 목격하고 투자한 겁니다."

이 부사장은 포트폴리오 비중의 역동성을 강조했다. "한국밸류는 설립 이후 삼성전자 비중이 '0'이었는데 한 때는 20%까지 담기도 했었습니다. 신영자산운용의 경우 종목 당 10%룰을 엄격히 지키기 때문에 삼성전자를 10% 넘게 담지 못할 겁니다. 그런 면에서는 우리 펀드가 액티브(active)한 거죠. 삼성전자 주식이 70만 원 대일 때 샀는데 오히려 그 이전에 40만 원 할 때는 비쌌습니다. 리먼 사태 때 40만 원을 찍고 70만 원이 된 거였어요. 당시는 SM엔터가 800원, 유진테크가 400원 할 때였고, 인터플렉스를 1000원에 살 때였으니까요. 반면에 2010년에 삼성전자를 70만 원에 산 것은 정말 싼 거였습니다. 그때는 전세계적으로 삼성전자가 망하고 구글의 시대가 온다고 했었죠. 주가가 100만 원이든, 200만 원이든 상관 없습니다. 가치 대비 싸냐, 비싸냐 싸냐의 문제죠. 가치와 비교하면 주가가 10만 원이라도 비쌀 수 있습니다."

◇ 가치투자 본질은 인내…"한국밸류 수익률이 나쁘면 펀드를 더 사야죠"

가치를 발견하고 평가하는 접근 자체가 다른 두 자산운용사의 포트폴리오가 같을 리 없다. 현재의 적정가치를 중시하는 한국밸류는 대형주와 소형주, 기술주와 전통주를 비교적 자유롭게 넘나든다. 다만 대형주의 경우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시장의 오해'가 잘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살 수 있는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을 뿐이다. 이 부사장은 최근 펀드가 보유하던 중소형주를 팔고 대형주로 교체했다. 중소형주의 주가가 많이 올라 적정 주가 대비 고평가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은 우상향의 밸류라인이 얼마나 유효한지에 집중해 종목을 고르기 때문에, 미래 성장성이 높은 산업의 1등 기업을 선호한다. 환경변화와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고 이익의 지속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 번 사면 20년이고 30년이고 보유할 생각을 하기 때문에 주식을 산다고 하기 보다는 기업의 미래를 산다고 하는 표현이 맞을 수 있다. 상대적으로 종목 교체가 적고 대형주 비중이 높을 개연성이 있다.

가치 투자에 대해 서로 다른 철학을 갖고 있지만 두 사람이 공통적으로 동의한 게 있었다. 가치투자의 본질은 참고 기다리는 것, 바로 '인내'라는 것이다. 최 전무는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이 한창 뜨던 시절에 한국밸류가 끝까지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을 보고 감탄했다고 한다.

"가치투자에서 주목하는 가치는 서로 다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가격이 가치에 수렴할 때까지 인내하는 것입니다. 한국밸류운용은 그걸 해내는 회사입니다.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이 뜨던 시절 한국밸류펀드 수익률이 좋지 않았지만 그걸 이겨냈고, 결국 최근 3년 동안 최고 수익률을 냈습니다. 이제는 시장에서 한국밸류운용을 신뢰하고 수익률이 나쁠 때 펀드에 더 돈을 넣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자신이 투자한 가치를 믿고 원칙을 지킨 신뢰의 역사가 지금의 한국밸류운용과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을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밸류운용은 지난해 대표펀드인 '한국밸류10년투자증권투자신탁1(주식)'이 20%에 가까운 수익률을 올리면서 최고의 한 해를 보냈고, 에셋플러스운용의 '에셋플러스코리아리치투게더증권자투자신탁1(주식)'은 연초 이후 9%에 육박하는 수익률로 가치주펀드 중에 가장 눈에 띄는 성과를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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