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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PB의 고령화 [thebell note]

길진홍 기자공개 2014-06-25 09:00:00

이 기사는 2014년 06월 23일 07: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한 시중은행의 PB본부는 부동산팀 경력 직원을 채용했다. 직원 한 명을 뽑는데 무려 70여 명이 몰리면서 경쟁률이 치솟았다. 주로 부동산 관련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이들이 명함을 내밀었다. 저축은행 등 2금융권 부동산팀장을 비롯한 금융회사 종사자들도 관심을 보였다. 이들 대부분이 최소 업계 10년차 이상인 40대 중반의 시니어급이다.

이 은행은 뜻밖의 인물을 낙점했다. 내로라하는 선배들을 제치고 30대의 젊은 친구가 뽑힌 것이다. ‘선수'로 불리는 전문가들 대신 아직 때가 덜 묻고 가능성이 있는 ‘주니어'를 택했다. 이미 머리가 굳어버린 자원에 기대를 걸기보다는 쓸만한 재목을 찾아 인재를 길러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현재보다는 미래를 위해 투자한 셈이다.

부동산 PB 경력직으로 주니어급이 뽑히는 건 매우 드문 일이다. 부동산 PB는 다방면의 지식과 경험을 갖춰야 한다. 고객의 요구가 그만큼 다양하기 때문이다. 주식, 채권 등과 연계한 포트폴리오 구성 차원에서 상담 문의가 많아 금융지식도 갖춰야 한다. 이렇게 귀가 열리고, 말문이 터지는데 적잖은 시간이 걸린다.

이런 이유로 금융회사 부동산 PB는 늘 시니어급 경력자들의 차지였다. 시중은행과 증권 보험사에서 활동 중인 부동산 PB 다수가 과거 부동산 관련 직종에서 종사하던 이들이다. 시행사에서 개발사업을 하거나 모텔 중개를 전문으로 하다가 부동산 PB가 된 사람도 있다. 대부분이 지난 2000년대 초반 부동산 투자 광풍을 타고 금융회사로 유입돼, 고객들의 눈과 귀가 돼 주었다.

은행들은 그러나 정작 중요한 걸 놓쳤다. 부동산 전문 인력을 대부분 외부에 의존하면서 내부 인적 자원 육성을 소홀히 했다. 시장 상황에 따라 사람을 충원하고, 내보내는 일을 되풀이 하면서 스스로 전문 인력을 키울 기회를 놓쳐버렸다. 현재 주력으로 활동 중인 부동산PB들이 나가면 인력 단절로 업무 공백이 생길 수도 있다.

게다가 시대가 변하고, 흐름이 바뀌면서 정보의 요구도 다양해지고 있다. 어느 시점이 되면 기존의 노련한 부동산 PB들이 투자자들의 입맛을 맞추기도 어려워 질 것이다. 특히 최근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와 부동산시장 장기 침체와 맞물려 투자자들의 정보 욕구가 날로 증대되고 있다.

바꾸어 생각하면 젊은 부동산 PB 양성은 투자자문의 질적 수준 향상을 위한 첫 단추를 꿰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다행인 점은 부동산 PB 업계에 이 같은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는 점이다. 많은 이들이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시스템 도입을 통한 인적 자원 양성 필요성에 공감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이 같은 전문 인력 양성이 선진국의 경우처럼 부동산 PB 서비스 유료화를 여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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