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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생명·화재 지분취득 이유 '분할·과세특례' 전문가도 잘 몰랐던 과세특례 적격요건 충족 노려..지주사 전환 정지작업

문병선 기자공개 2014-11-10 08:40:14

이 기사는 2014년 11월 07일 11: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지분을 취득한 이유는 삼성생명의 기업분할과 이후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현물출자 과세이연 적격 요건을 충족하기 위한 행보로 확인됐다. 이 부회장이 지주회사 전문가들조차 잘 몰랐던 과세이연 적격성 여부를 따지고 있다는 건 삼성그룹이 내부적으로 지주회사 전환 작업을 실제 검토하고 있고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불거질 법률 문제를 하나 둘 풀어가고 있다는 뜻이다.

7일 재계 및 조세 전문가들에 따르면 법인 또는 개인이 기업 인적분할과 분할 자회사 주식의 현물출자로 과세특례를 적용받기 위해서는 법인 또는 개인은 기업 분할 등기 당시 해당 기업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또 기업 분할 이후 현물출자를 통해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경우에도 기업 분할 당시 해당 기업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야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상 과세이연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러한 과세이연 또는 과세특례 적격성 요건은 사실 조세 전문가나 지주회사 전문가들조차 잘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다. 기업분할, 현물출자, 지주회사 전환 등 기업의 흔치않는 활동에 따른 조세 제도는 국내법에서 법인세법, 소득세법, 상법, 조특법 등으로 다양하게 분산돼 있고 세 부과의 기본 골격은 이런 다양한 법률을 기초로 행정기관에서 자의적으로 유권해석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취재를 위해 접촉한 여러 전문가들조차 "관련 규정이 있는지, 어떻게 해석을 해야 하는지 몰랐다"는 반응이 주류였다.

쉬운 예로 특정 기업이 투자사업부문(A)과 사업자회사부문(B) 두 개 기업으로 인적분할을 한다고 가정하자. 기업 분할이 끝나면 B기업의 주주들은 A기업에 주식을 현물출자하고 그 대가로 A기업 주식을 교부(주식 스왑)받는다. A기업은 지주회사로 전환하려는 기업이다. 이 때 B기업 주식 현물출자액과 A기업 주식 양수액의 차액은 양도차익이다.

조특법에서는 이럴 경우 B기업 주식을 현물출자한 법인 또는 개인에게 먼 훗날 A기업 주식을 처분할 때까지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이연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까지였다. 대다수 조세 전문가들은 B기업 주식을 현물출자한 모든 법인과 개인이 과세이연 혜택을 받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었다.

하지만 과거 지주회사로 전환한 기업의 핵심 관계자는 "기업 분할 이후 B기업 주식을 취득한 개인이 있을 수 있고, 분할 이전부터 주식을 갖고 있었던 개인이 있을 수 있다. 이에 대해 국세청에 의뢰했다. 의뢰 결과 분할 이전에 주식을 갖고 있어야 과세이연 규정을 적용받는다는 걸 알았다. 아마 이런 과세 당국의 세부 지침 또는 유권 해석은 지주회사로 전환한 기업 내부의 소수 특수관계인들만이 알고 있는 사실일 것이다"라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특정 법률에 규정된 게 아니다. 법인세법 등 여러 법률에 흩어져 있는 규정들을 모아 해석해야 할 정도로 잘 벌어지지 않는 경우"라고도 했다.

이 부회장의 사례로 치환해보면, 이 부회장은 지금 삼성생명 및 삼성화재 지분을 갖고 있어야 추후 기업 분할과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과세이연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이 부회장의 경우 추후 부친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으로부터 삼성생명 지분을 증여 또는 상속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내부 특수관계인이다. 이런 특수관계인일수록 다양한 법률에 의한 자본거래 제한을 받는다. 삼성생명 등은 금융회사이므로 자본거래 제한은 더 엄격하다. 사실 확인 결과 이 부회장은 기업 분할 이전 삼성생명 및 삼성화재 지분을 갖고 있지 않으면 향후 3년동안 특수관계인간 거래에 제한을 받게 된다. 이 역시 특정 법률에 규정된 문구가 아니다. 세법 등 다양한 법률을 기초로 한 관련기관의 유권해석이다.

여기서 특수관계인간 거래란 제일모직, 삼성전자, 삼성생명 등의 특수관계법인과 이 부회장간 거래다.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 및 삼성전자 지분을 들고 있으나 삼성생명 지분은 없었다. 지금 삼성생명 지분을 갖고 삼성생명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이 되어야 향후 벌어질 3개 회사간 분할, 현물출자, 주식스와프 때 거래제한을 받지 않는다. 부친으로부터 삼성생명 지분을 상속받은 후 거래에 나서면 시기를 놓치게 된다는 의미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삼성생명 및 삼성화재 지분 취득 사유는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벌어질 자본거래를 대비한 행보 말고는 설명할 길이 없다"며 "그가 삼성생명 지분을 취득해야 만 하는 숨은 이유"라고 추측한다.

삼성그룹은 최근들어 이 부회장의 자본거래 적격성 여부에 대해 국세청 및 금융위원회 등 관련 기관에 다양한 유권해석을 의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생명 및 삼성화재 지분 취득 승인을 요청하기 이전에 의뢰했던 것으로 보이고 그 결과 이 부회장이 지금 두 회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야 향후 벌어질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과세이연 대상이 될 수 있고 특수관계인(가칭 삼성홀딩스 및 삼성생명홀딩스 등)간 거래 제한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이런 유권해석 의뢰 여부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실이 아니다"라고 답했고, 관련 기관 관계자들도 "해당 사실을 잘 모르겠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이 부회장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지분을 취득한 이유에 대해서는 설명이 부족한 편이다. 또 삼성그룹 안팎의 전문가들이 지주회사 전환이 임박했다고 예상하는 기류에 비춰보면 대외적 반응과 달리 삼성그룹은 이런 유권해석을 포함해 이 부회장으로의 후계승계와 지주회사 전환 등 세밀한 작업에 들어갔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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