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A-' 오일뱅크는 되고 'AA+' 에쓰오일은 안된 이유 현대오일, 등급 상향 기대감 vs 에쓰오일, 실적 악화속 대규모 투자 예고
이승연 기자공개 2014-11-24 11:28:01
이 기사는 2014년 11월 21일 15시0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 하반기 정유사들의 회사채 수요예측 빅매치는 현대오일뱅크의 완승으로 끝났다. 현대오일뱅크의 신용등급은 올해 회사채를 발행한 정유사 중 가장 낮은 AA-급. 하지만 유일하게 실적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 덕분에 이번 2000억 원의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5600억 원에 달하는 기관 수요를 확보하는데 성공했다.반면 현대오일뱅크 신용등급보다 2노치나 높은 AA+급의 에쓰오일은 지난 19일 진행한 수요예측서 일부 트렌치 별로 미매각이 발생, 자존심을 구겼다. 이는 지난 6월 3000억 원 회사채 발행 당시 오버부킹을 기록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예상보다 길어지는 실적 악화에 결국 투심이 등을 돌렸다는 분석이다.
◇현대오일뱅크, 불황 속 나홀로 승승장구…수요예측 완판 릴레이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12일 2000억 원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5600억 원의 기관 수요를 모으는 데 성공했다. 3년물 600억 원과 5년물 800억 원 모집에 각각 2300억 원, 2100억 원의 주문이 몰렸으며 7년물 600억 원 모집에도 1200억 원어치의 수요가 대거 들어왔다. 높은 인기에 힘입어 현대오일뱅크는 최종 발행 규모를 2000억 원에서 3000억 원으로 증액했다.
현대오일뱅크의 회사채에 대한 투자자들의 인기는 올해 내내 이어졌다. 지난 1월 2000억 원의 회사채 수요예측에선 4300억 원의 수요가 몰렸으며 6월 1000억 원 모집에는 1500억 원어치의 주문이 대거 들어왔다.
현대오일뱅크의 신용등급은 올해 회사채를 발행한 정유사 중 가장 낮은 AA-(안정적). 그럼에도 불구하고 높은 수요가 이어지는 데는 업황 불황 속 나홀로 흑자행진을 이어오고 있다는 점이 투심을 달랬다는 평가다. 실제로 현대오일뱅크의 올 3분기 매출액은 4조6582억 원이며 영업이익 391억 원으로 9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다른 정유사들이 적자 실적을 내놓은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신용등급 상향 기대감도 커진 상황이다. NICE신용평가가 지난 6월 정기 평가를 통해 현대오일뱅크의 등급 전망을 '긍정적'으로 조정해 연내 등급 상향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적인 요소는 물론이고 투자자를 모으기 위한 발행 전략도 치밀했다는 평가다. 수요예측 당시 금리 밴드 상단 값을 개별민평에서 5bp나 올려 제시, 저금리 기조 속 고금리 채권을 노리는 투자자들을 유인하는 데 성공했다는 분석이다.
시장 관계자는 "건실한 펀더멘털로 정유업종 중 유일하게 흑자를 이어가고 있는 점이 투심을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며 "AA-급의 우량 기업이 상단 값을 크게 올려 발행 금리를 제시한 전략 역시 빛을 발했다"고 말했다.
◇에쓰오일, 실적 부진 장기화 조짐…투자자 난색
반면 AA+급의 에쓰오일 회사채에 대한 투자자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지난 20일 3650억 원의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한 결과 5년물 1650억 원, 7년물 1000억 원에 각각 1000억 원, 700억 원의 주문만 들어와 650억 원, 300억 원의 미매각 물량이 발생했다. 10년물 1000억 원에만 1400억 원의 기관 수요가 참여해 오버부킹을 기록, AA+등급의 체면을 겨우 살렸다.
이는 지난 6월 3000억 원 회사채 수요예측 결과와 사뭇 다른 모습이다. 당시 에쓰오일은 공모액의 3배에 가까운 8900억 원의 수요를 끌어 모은 바 있다.
불과 5개월 사이 투심이 정반대의 행보를 보인 데는 올 한해 지속된 실적 악화 때문이다. 실제로 에쓰오일의 영업이익은 지속적으로 뒷걸음 치다가 3분기 들어 결국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3분기 연결 기준 영업손실 규모가 396억 원에 달했다. 매출액도 7조2679억 원으로 전년 동기비 10.6% 줄었고 당기순손실 규모는 1114억 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국제 유가 급락으로 복합정제마진이 약세인 가운데 재고 손실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동일 신용등급이었던 SK에너지, GS칼텍스의 등급 전망이 최근 '부정적'으로 조정된 것 역시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에쓰오일의 경우 다행히 이번 정기평가에서는 신용평가사들의 칼바람을 피할 수 있었지만 적자 구조가 지속되고 있는 데다 5조 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도 앞두고 등급 조정 여부는 언제든지 부각될 수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에쓰오일은 정유 사업의 부진을 만회하고자 잔사유 고도화 컴플렉스(RUC) 프로젝트와 다운스트림 컴플렉스(ODC) 프로젝트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부가가치가 높은 경질유 제품을 늘려 수익성을 늘리고 업계 포화상태인 파라자일렌(PX) 대신 올레핀을 새로운 수익 기반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다. 업계는 해당 사업에 5조 원의 자금이 투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실적 악화 폭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대규모 투자까지 앞두고 있다"며 "수익 구조가 개선되지 않는 한 에쓰오일 회사채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피 현상은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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