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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구 회장, 금호석화 블록딜 물량 안사는 까닭은 안정적 경영권 지분 확보 우선매수권 행사 안해, 인수대금도 '부담'

문병선 기자공개 2015-06-04 08:31:00

이 기사는 2015년 06월 03일 18: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오너 일가가 한국산업은행이 보유하던 금호석화 지분을 매입하지 않기로 결정해 배경이 관심이다. 박 회장 등은 주주간 약정에 따라 산은이 금호석화 지분을 제3자에게 매각할 때 제3자보다 우선매수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은 상태였다. 우선매수권을 행사하면 시장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도 지금보다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행사할 지분을 늘릴 수 있지만 하지 않았다.

이미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확보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산은 보유 지분 매입에 소극적이었다는 분석이다.

3일 산은 및 금호석화에 따르면 산은은 보유 중이던 금호석화 지분(14.05%)의 블록딜 매매에 앞서 박찬구 회장 등 우선매수권을 보유한 3인(박찬구 회장, 박준경 금호석화 상무, 박철완 금호석화 상무)에게 옵션(우선매수권) 행사 여부를 물었으나 박 회장 등은 "우선매수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산은 측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3인은 금호석화가 2010년 5월 산은 등 은행권을 상대로 2000억원 어치 전환사채(CB)를 발행할 때 주주간 약정을 맺었다. 약정 내용은 '채권은행이 본 사채의 전환으로 취득한 주식을 제3자에게 처분하고자 하는 경우, 금호석화의 대주주인 박찬구, 박준경, 박철완이 금호석화 주채권은행과 체결한 경영정상화 이행을 위한 약정(MOU)상 경영 목표를 달성하는 경우에 한해 제3자에 대한 처분조건과 동일한 조건으로 우선매수할 권리를 가진다'였다.

산은은 금호석화 CB를 2011년 12월 금호석화 보통주로 전환했다. 이후 금호석화는 경영정상화에 성공했고, 2013년말 채권단과의 자율협약에서 졸업했다. 약정에 따라 이들 3인은 자동으로 우선매수권을 갖게 됐다.

여러가지 이유가 거론되지만 유력한 이유로는 사야할 필요성이 사라진 점이 우선 꼽힌다. 금호석화 관계자는 "우선매수권을 행사해 지분을 살 필요성이 없어졌다"며 "산은에서 행사 여부를 물었고 행사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주주간 약정을 맺을 2010년 중반 당시만해도 박 회장과 박 회장의 장남 박준경 상무외 2인의 금호석화 지분율은 16.2%(CB의 보통주 전환 이전 지분율)에 불과해 안정적 지배지분율을 확보하고 있다고 보기 어려웠다. 박 회장의 조카인 박철완 상무의 지분율만 11.96%였고 박 회장과 대척점에 서 있던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및 박삼구 회장의 장남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의 지분율의 합이 11.96%에 달하던 때였다.

채권단과 합의 하에 박삼구 회장 및 박찬구 회장이 각각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금호석화를 분리 경영하고 있었으나 주주 현황을 보면 언제든지 경영권의 다툼이 일 수 있는 상황이었다.

지금은 당시와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박삼구 회장은 장남 박세창 부사장과 함께 2011년말 보유 중이던 금호석화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 박찬구 회장과 장남 박준경 상무, 그리고 박 회장의 장녀 박주형씨도 이후 지분을 조금씩 늘렸다. 3인의 지분율 합은 현재 14.39%에 달한다. 박 회장의 조카 박철완 상무의 지분율(10%)까지 더하면 4인의 지분율 합은 24%가 넘는다. 자사주(559만2528주)를 뺀 의결권 지분율은 29.86%에 달한다.

조카인 박철완 상무도 지금은 박찬구 회장 일가와 조화를 이뤄 금호석화 경영에 일조하고 있고 박 회장의 우호 지분으로 분류되고 있다.

경영권 확보에 안정적인 지분율을 보유하게 됨에 따라 산은이 보유한 금호석화 지분에 대한 우선매수권을 행사해 사들일 필요성이 사라진 셈이다.

물론 그렇더라도 오너의 지분 확대 의지는 늘 있어 박찬구 회장 등이 우선매수권을 행사할 수도 있었다는 지적도 재계 일각에서는 나온다. 30%에 가까운 오너의 의결권 지분율은 충분하다면 충분할 수도 있으나 부족하다면 부족해 보일 수도 있는 지분율이다. 자사주를 빼면 그리 많은 지분율도 아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회사 지분이 제3자에게 넘어가는 걸 어떤 오너도 바라지 않는다"며 "자금 여력만 되면 인수했겠지만 총 인수대금이 3500억원이 넘어 자금부담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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