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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삼성물산 '주요주주'될까 장기전 준비시 삼성물산 지분 10.41%로 늘릴 듯… 해산청구권 등 확보 가능

정호창 기자공개 2015-06-17 08:23:00

이 기사는 2015년 06월 15일 17: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안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미국계 헤지펀드 운용사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 주식 추가 매입에 나서 지분 10% 이상을 보유한 '주요주주' 명단에 이름을 올릴지 주목된다.

삼성물산 임시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이 가결될 경우 엘리엇이 '통합 삼성물산'과의 경영권 공방을 이어가기 위해선 현재 7%대인 삼성물산 지분율을 10%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할 필요성이 있는데다, '주요주주' 등극시 경영권 분쟁에 활용할 수 있는 무기를 추가로 손에 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물산이 지난 11일 장외거래를 통해 보유 중이던 자기주식 5.76% 전량을 '백기사'로 손잡은 KCC에 매각함에 따라 증권업계의 관심은 엘리엇이 삼성물산 주식을 추가 취득해 보유 지분율을 확대할 것인가에 집중되고 있다. 다음달 17일 열릴 삼성물산 임시주주총회에서 제일모직과의 합병안이 가결돼 '통합 삼성물산'이 탄생할 경우 엘리엇의 합병 법인 지분율이 2.05%로 급락해 삼성그룹과의 경영권 분쟁을 이어가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국내 상법상 주주가 회사에 대한 △임시주주총회 소집권 △주주제안권 △회계장부열람권 △검사인 선임 청구권 등의 권한을 갖기 위해선 해당 법인의 지분을 3% 이상 보유해야만 한다. 따라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안이 가결될 경우 엘리엇 입장에선 합병 법인의 지분율을 3%대로 끌어올려야만 현재 보유하고 있는 주주로서의 여러 권리를 계속 유지할 수 있다.

현재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하고 있는 엘리엇이 '통합 삼성물산'의 지분율 3% 이상을 확보하기 위한 방법은 두 가지다. 삼성물산 지분 3.28%(512만 9112주)를 추가 취득해 지분율을 10.41%로 끌어올리거나 제일모직 지분 1.33%(179만 5643주)를 신규 취득하는 방법이 있다.

비용 측면에선 삼성물산 주식을 신규 매입하는 것보다 제일모직 주식을 사들이는 방법이 유리하다. 15일 종가 기준 삼성물산 지분 3.28%를 취득하려면 3426억 원의 자금이 필요하지만, 제일모직 지분 1.33%를 인수하는 데에는 3034억 원이면 족하다. 제일모직 주식을 신규로 매입하면 390억 원 가량의 인수자금을 아낄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엘리엇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안 가결을 대비해 주식 추가 취득에 나서기로 결정한다면 비용이 더 들더라도 제일모직보다는 삼성물산 주식을 매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증권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삼성물산 주식을 추가 매입할 경우 지분율을 10% 이상으로 끌어올려 상법상 '주요주주' 자격을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상법상 '주요주주'는 3% 이상 주주가 갖는 △임시주주총회 소집권 △주주제안권 △회계장부열람권 △검사인 선임 청구권 등의 권한 뿐 아니라 회사에 대한 △해산청구권 △정리개시청구권 등을 추가로 갖게 돼 경영권 분쟁에서 보다 유리한 위치에 오를 수 있게 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엘리엇이 지분 추가 취득에 나선다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주식을 나눠서 보유하기 보다는 비용이 조금 더 들더라도 삼성물산의 지분을 늘려 '주요주주' 자격을 갖추는 게 향후 경영권 분쟁을 이어가는데 더 유리할 것"이라며 "엘리엇이 이번 합병안에 반대하며 제일모직의 가치가 부풀려지고 삼성물산은 저평가됐다는 논리를 제시하고 있기에 명분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제일모직 주식을 취득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엘리엇이 만약 삼성물산 주식 추가 매입에 나선다면 이는 곧 이번 분쟁을 '장기전'으로 몰고가겠다는 의도를 대외에 밝히는 셈이 된다. 특정 기업의 지분 10% 이상을 보유한 '주요주주'가 되면 자본시장법상 내부자 단기매매 차익반환 규정에 따라 6개월 이내에 발생한 시세차익은 회사에 일정부분 반납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엘리엇이 삼성물산 지분 10% 이상을 취득한다면 이는 곧 최소 6개월 이상 주식을 보유하겠다는 뜻을 시장에 전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엘리엇의 삼성물산 주식 추가 매입은 이번 분쟁의 장기전 여부를 살필 수 있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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