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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와 엘리엇 가처분訴 [thebell note]

문병선 기자공개 2015-06-25 08:24:34

이 기사는 2015년 06월 24일 07시5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발 디딜 틈 없이 번잡할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삼성그룹과 관련한 소송엔 늘 입추의 여지없이 수많은 방청객이 몰린다. 하지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안을 두고 다툼이 벌어진 엘리엇의 소송전은 달랐다.

법원 앞의 주차난 때문에 심리 시작 약 20분 전에야 도착해 발열검사 등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간이진단을 받고 나서 입장을 했으나 의외로 방청석 중 한 자리를 차지해 앉아 심리를 지켜볼 수 있었다. 예전 다른 삼성그룹 관련 소송이었다면 법정 출입문에서부터 들어가지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을 도착시간이었다.

삼성 특검 때가 그렇고 가까이는 2014년 초 항소심을 끝으로 종결된 삼성가(家) 상속 소송이 그렇다. 상속소송 땐 입추의 여지 없이 몰려든 방청객 때문에 대법정으로 장소를 바꾸어 심리를 진행하기도 했다.

법정을 찾은 방청객 수가 생각보다 적은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메르스로 인한 공공장소 기피증 때문일까. 요즘 법원은 보안직원이 법정입구로 들어서는 방청객과 소송 당사자들을 멈춰 세우고 일일이 체온을 재는 등 메르스 여파가 확산되는 걸 막기위해 여러 방법을 동원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슈의 확장성이 생각만큼 세지 않은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재계와 학계 일각에서는 이번 엘리엇 사태를 재벌개혁론과 연결시키려는 움직임이 없는 게 아니다. 소수의 지분으로 그룹 전체 경영권을 차지하고 기업의 주요 의사 결정이 오너 1인에 의해 결정되는 구조를 바꾸어야 한다는 논리다. '위법'이나 '불공정'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간 합병의 불필요성을 주장하는 엘리엇의 선언도 대부분 이런 식의 이슈 확장을 노리고 있다.

하지만 문제를 제기한 당사자가 '수익' 획득에 골몰하는 벌처펀드라는 점에서 재벌개혁론의 불쏘시개로 작용할 것 같지는 않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도덕적이고 모범적인 투자기관이 만일 삼성물산의 합병에 이의를 제기했다면 어느 정도 설득력을 갖게 되겠지만 엘리엇은 그런 차원의 기관은 아니어서 큰 파괴력을 갖기 힘들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이번 엘리엇 소송은 과거 다른 삼성 이슈와 달리 시민단체나 학계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게 재계 정보업무 담당자들의 지적이다. 무엇보다 메르스에 미디어의 관심이 집중되며 의제 설정 순위에서도 상대적으로 밀려났다는 분석도 있다.

엘리엇 소송을 담당한 재판부(민사합의 50부)는 예상대로 더 심리를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주총 전까지 대략 한달 남짓 남은 빠듯한 일정 때문일 수도, 재판부의 부족한 시간여력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심리를 더 열어볼 필요가 없는 단순 사건이라고 판단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게 소송에 참여한 여러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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