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5년 09월 07일 07: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각별한 자식 사랑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아버지를 일찍 여의면서 가족에 대한 애착이 더 커졌다는 말이 전해지고 있다. 세 개의 원이 그려진 한화그룹의 CI(Corporate Identity)가 세 아들을 형상화한 것이란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3형제는 모두 그룹에서 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 장남인 김동관 한화큐셀 상무는 이미 수년 전부터 그룹 태양광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차남 김동원 씨와 3남 김동선 씨도 작년부터 ㈜한화와 한화건설에서 각각 근무하고 있다.
후계 승계 작업도 순차적으로 진행 중이다. 그 방식과 속도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시스템통합(SI) 계열사 '한화S&C'다. 한화S&C는 한화그룹 황태자들 몫이다. 지난 2001년 설립 당시에는 ㈜한화와 김승연 회장이 출자를 했다. 하지만 2005년 들어 보유 주식을 전부 오너 3세들에게 넘겼다. 현재는 장남이 50%,차남과 3남이 각각 25%의 지분을 나눠갖고 있다.
오너 3세 개인회사로 바뀐 뒤에는 내부 일감을 발판 삼아 고공 성장을 이어나간다. 그룹사 IT 시스템 구축과 전산 장비 유지 보수 용역이 한화S&C 몫이었다. 그 결과 오너3세들 인수 당시 1222억 원 수준이었던 매출은 10년 만에 9000억 원 대로 커졌다.
집단에너지사업 투자도 대박이 터졌다. 100% 출자한 한화에너지는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영업이익률은 37%에 달하고, 내부 이익 잉여금은 3500억 원이 넘게 쌓였다. 한화케미칼을 최대 고객사로 확보한 것이 주효했다. 한화케미칼은 전체 매출의 1/3 가량을 책임지고 있다.
10년 간 폭발적인 성장을 이뤄낸 한화S&C도 최근 고민이 커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몰아주기 규제가 강화되면서 변화를 강요받고 있다.당장 올해 들어 알짜 광고대행 자회사인 '한컴'을 팔았다. 한컴 역시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었다.
내부 거래 비율을 줄이기 위해 외부 매출 확대 방안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근래 한화S&C가 M&A 시장에서 특정 매물을 점찍었다는 소식이 자주 들리고 있다. 단기간 내 외부 매출을 늘리는데는 M&A만큼 좋은 방법이 없다. 한화S&C에게 M&A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셈이다.
기업가치 제고는 한화S&C의 숙명이자 업보다. 포스트 김승연 체제 구축을 위해서 계속 기업가치를 끌어올려야 한다. 오너 2세들이 한화S&C 지분을 밑천으로 그룹 지배력을 높여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한화S&C는 시스템 구축과 집단에너지 등 내수 업종에 사업 포트폴리오가 집중돼 있다. 모두 성장 한계가 명백한 사업들이다. 새로운 성장 동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화S&C는 수 년간 온실 속 화초로 자랐다. 사실상 경쟁자가 없었고 압축 성장을 위한 토대도 마련됐다. 하지만 이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황태자들이 독자적 사업 영역에서 미래를 그려야 하는 시간이 왔다. 김승연 회장과 세 자녀가 그리는 넥스트 한화는 어떤 모습일까. 한화S&C의 다음 행보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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