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5년 12월 07일 07: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귤화위지(橘化爲枳)라는 말이 있다. 같은 귤나무인데도 강을 건너면 맛없는 탱자가 된다는 뜻이다. 영국에서 시작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Individual Savings Account)가 일본을 거쳐 한국에 오면서 변태가 됐다.영국에서 ISA를 도입한 목적은 가계의 저축을 장려하기 위한 목적이 컸다. 일본의 경우 예금 중심인 가계의 자산을 자본시장으로 유도하려는 목적이 강했다. 한국으로 건너온 ISA는 일반 국민의 자산축적과 베이비 부머 세대의 노후대비 자금 마련, 세제지원 금융상품의 재설계라는 패키지 상품이다.
영국의 ISA는 전 국민의 생애 주기별 자산 축적을 위해 가입자격을 거주자 전체로 했다. 미성년 대상의 주니어 ISA도 있다. 일본 역시 20세 이상 거주자로 특별한 제한을 두지 않았다. 한국의 ISA는 국민의 재산형성을 돕는다면서 소득이 있는 근로소득자와 사업소득자로 제한했다(최근 여야합의 과정에서 농어민이 추가됐다). 청소년이나 은퇴자 등은 빠져 있다.
영국의 ISA는 부동산 등 실물자산을 제외한 거의 모든 자산을 편입할 수 있도록했다. 주식, 채권, 투자신탁 등 투자상품 뿐만 아니라 예금, 보험 등을 모두 포함한다. 일본의 NISA(Nippon Individual Savings Account)는 자본시장 육성을 정책 목표로 하고 있어서 투자 기능이 약한 예금, 보험, 연금자산 등은 뺐다. 이른바 '만능 계좌'로 불리는 한국의 ISA는 예·적금, 펀드, 파생결합증권 뿐이다. 이름은 종합자산 관리계좌인데 노후 대비를 위한 연금 등 보험상품은 빠져 있다. 금융회사에는 은행-증권-보험 복합점포를 독려하던 금융당국이 국민통장이라는 ISA에는 보험상품을 왜 빼버렸을까.
근로소득자의 재산형성을 위한 세제혜택 상품이었던 재형저축은 예금, 펀드, 보험상품에 대해 연 1200만원의 비과세 혜택이 부여됐었다. 소장펀드는 연 600만원 한도로 납입액의 40%에 대해 소득공제 혜택이 있었다. ISA는 계좌 내 이자소득과 자본차익 및 배당소득을 합쳐 200만원까지만 세금을 면제해준다. 예적금 위주의 가입자라면 모를까 투자형 상품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가입자라면 세금 혜택이 미미해 보인다.
영국의 ISA는 전체 가구의 40%가 가입할 정도로 '국민계좌'로 자리를 잡았다. 일본의 NISA는 60대 이상 고령층이 전체의 60%를 차지할 정도로 고령층의 자본시장 참여를 확대했다는 점에서 정책 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했다고 할 수 있겠다. 한국의 ISA는 '금융개혁' 용도의 금융상품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세금혜택도 보잘 것 없어서 그야말로 탱자가 돼 버린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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