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01월 11일 07시3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요즘 한화그룹의 한국항공우주(KAI) 지분 매각을 두고 시장에서 다양한 추측이 오간다. 그 중 대부분은 한화그룹이 KAI 인수를 포기했다는 분석이다. 소수 지분(10%)을 보유하고 있던 주주이자 유력한 원매자가 돌연 지분을 내다 팔았으니 그렇게 생각할 법도 하다. 하지만 지분 매각을 단순히 인수 포기라고 보기에는 의심스러운 정황이 포착된다. 한화그룹의 진짜 속마음은 과연 뭘까.우선 한화그룹만 놓고 보자. 작년 삼성그룹과의 빅딜에서 한화그룹은 방위사업과 화학사업을 미래 핵심 역량으로 삼고, 선택과 집중에 충실하겠다는 사실을 공공연히 밝혀왔다. 특히 삼성테크윈 인수로 KAI의 주주가 된 한화그룹이 경영권 인수를 노릴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고, 실제로 여력이 된다면 KAI의 새 주인이 되겠다는 뜻을 피력해 왔다. 이 같은 사실을 감안하면 그룹의 전략이 손바닥 뒤집히듯 단기간에 180도 바뀌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또 하나, KAI 주가를 살펴보자. KAI 주가는 지난 1년 동안 드라마틱한 상승 곡선을 그려왔다. 작년 초 3만 원대를 기준으로 고점을 찍고 10만 원을 웃돌았던 8월까지 무려 3배 가까이 치솟았다. 실적 개선만으로는 주가 상승의 이유를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의 오름폭이었다. 연말 다소 조정을 받긴 했으나 최근까지 KAI의 주가 수준은 인수를 노리는 한화그룹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얹어진다면 도통 답이 나오질 않는다.
KAI 매각 대상 지분도 눈여겨 봐야할 대목이다. KAI의 새 주인이 되기 위해서는 산업은행의 보유 지분 26.75%를 사야한다. 이미 10%를 갖고 있는 한화그룹은 산업은행 지분 가운데 일부만 인수해 단일 최대주주로 등극하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다. 하지만 산업은행이 KAI의 경영권을 넘기면서 잔여 지분을 남겨놓을 이유가 없다. KAI를 가져가려면 산업은행 지분을 모조리 가져가야 한다.
KAI의 매각 구도 역시 중요한 포인트다. 새로운 사업자의 진입이 어려운 방위산업의 특성상 KAI의 인수주체는 기존 방산업을 영위해 왔던 업체들로 한정된다. 더욱이 KAI 정도의 큰 매물을 집어삼킬 수 있는 여력을 지닌 방산업체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애시당초 치열한 경쟁 구도가 형성되기 어려운 상황인 셈이다. 한화그룹을 제외한 KAI의 다른 주주들은 어떨까. 현대차그룹과 두산그룹 모두 방위산업에 뛰어들 뜻이 없고, KAI 인수는 고려조차 하지 않고 있다.
이제 퍼즐 조각을 맞춰볼 차례다. 분명 사야 하는데 지금은 가격이 너무 비싸고, 경쟁자가 없어 결국 언젠가는 내가 가져올 수 밖에 없는 매물이라면 답은 뻔하다. 딜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한화그룹으로서는 급할 게 없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또 KAI를 얻기 위해서는 산업은행 지분을 가져와야 하는 상황에서 한화그룹이 들고 있는 지분은 별 의미가 없다. 그렇다면 차라리 주가가 높을 때 지분을 팔아 현금을 확보하고, KAI 인수는 주가가 더 떨어질 때까지 기다려 보자는 결론을 내렸다고 추론할 수 있다.
KAI 지분을 일부 매각한 한화그룹의 정확한 의중을 파악하기는 어렵다. 다만 확실한 것은 한화그룹의 이번 움직임을 KAI 인수 포기로 단정지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언제나 딜의 헤게모니는 급하지 않은 쪽이 쥐게 마련이다. 따라서 이번 KAI 지분 매각은 한화그룹의 배짱 혹은 여유로움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더 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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